오는 9월,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호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해외여행은 여권만 잘 챙겨가면 되었는데
호주는 여행 비자(ETA)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마침 작은 아들이 휴가를 나와 있으니 도움을 받기로 했다.
복잡한 영어내용이라 잘못 체크하면 입국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어마무시한(?) 남편의 얘기를 들으니
선뜻 용기도 나지 않고 귀찮기도 해서.
똑똑한 아들 덕 좀 보기로 한 것이다.
아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서 척척 알려준다.
호주여행 비자 신청하는 법 (유튜브 영상)
일사천리다.
사진도 찍고 연신 Agree를 누르며 Pass Pass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 여행지 숙소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는데...
여행사에서 받은 일정을 남편이 빨리 찾지를 못한다.
아들이 조바심을 내며 목소리에 짜증이 조금 묻어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한마디 한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쇼펜하우어
"다른 집 아들은 부모님 여행도 보내준다는데... 그것 좀 도와주는 걸로 그러냐?"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다.
작은 불행이 시작되었다.
아들이 발끈한다.
"다른 집 자식은 부모가 스포츠카 사줘서 타고 다닌다는데.. 아빠는 겨우 중고차 사줬으면서...?"
운전초보라 첫 차로 중고차를 사 주었는데 그것이 불만(?)인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남의 집 아들과 비교하지 말고 남의 부모와도 비교하지 맙시다.
비교는 모든 불행의 씨앗이니까.
내돈내산 하면 되지, 자식이 여행 보내주기를 바랄 필요가 뭐 있어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 돈으로 가면 되는 것을.
아들도 마찬가지. 엄마아빠 자식인데 다른 부모랑 비교하면 안 되지~
중고차 사줬다고 불만 가지면 되겠어? 그것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일단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저녁 무렵, 남편은 직장이 있는 천안으로 출발했다.
혹시나 남편이 아들의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까 신경이 쓰여 카톡을 보냈다.
아들에게는 저녁을 주면서... 얘기했다.
"아들, 아빠가 농담으로 한 얘긴데.. 그렇게 발끈하면 아빠도 마음 상하지."
"아빠가 먼저 남의 자식과 비교하니까 그랬지.. "
"아빠가 말 실수한 거는 맞고 엄마도 아빠한테 잘 얘기했으니까
너도 아빠랑 얘기할 때 부드럽게 말했으면 좋겠어. 엄마 말 이해하지?"
"알겠어요."
부모도 자식의 말에 서운하고 상처받는다. 물론 자식도 그렇지만.
부모는 자식보다 낫지 않다.
부모가 자식보다 낫다는 것은 착각이고 오만이다.
나은 점도 있지만 부족한 것도 많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의견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자식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하다. 머리회전도 빠르고.
특히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은 모르는 것이 많아서 아들 찬스를 많이 쓰는 편이다.
"아들, 엄마 줌(Zoom) 사용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좀 알려줄래?
이거는 잘 못하겠는데 도와줄 수 있어?"
큰 아들은 군소리 없이 잘 알려준다.
"아들 덕분에 오늘 또 배웠네. 고마워! 역시 울 아들이 최고야!"
아들도 나를 가르쳐주는 것을 즐거워할까? 아니면 귀챦아할까?
즐거워한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아들이 잘 모르는 것은 알려준다. 주저리주저리 대화법으로.
돈, 부동산, 투자, 세금 등 자식들은 아직 잘 모르고 경험도 부족하니까
반 세기 넘게 살아온 나의 지식과 지혜, 경험은 알려줄 수 있다.
경험과 지혜는 돈으로 살 수 없으니까.
부모로서 마땅히 알려줘야 할 일이기도 하고.
부모는 자식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자식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받아 들 일 것은 받아 들 일 수가 있다.
부모라서 내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은 자식과의 소통에 방해만 될 뿐이다.
"꼰대"라는 소리만 듣고 불통의 화신으로 소외되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그러나, 부모 자식 간에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하다가는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
부모도 자식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고
자식도 마찬가지다.
말로 베인 상처는 칼로 베인 상처보다 훨씬 오래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특히 비교하는 말은 더욱 삼가고 조심할 일이다.
비교를 당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고 상처다.
형제자매 간도 비교를 당하면서 자란 상처는 오래간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자식이 잘되라고 분발하라고 그랬다는 변명도 안 먹힌다.
나도 내 부모를 친구의 부모와 비교했던 적이 있었다.
내 자식들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100프로 만족스러운 부모가 되지 못하고
자식도 내게 100프로 만족스럽지 않지만
다른 부모, 다른 자식과 비교한다고 해서 그 만족감이 채워질 수 없다.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나의 부모도 나의 자식도...
그래야 모두가 행복하니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비교하는 마음만 버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