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연못(On Golden Pond)
최용현(수필가)
은퇴한 노교수 노먼(헨리 폰다 扮)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아내 에델(캐서린 헵번 扮)과 함께 미국의 북동부 뉴잉글랜드에 있는, 석양이 황금빛으로 물들 때가 아름다워서 황금연못으로 불리는 호숫가 별장을 찾아온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에델은 이곳으로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검은부리새 ‘아비’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는데, 노먼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노먼은 거실에 있는 가족사진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거나 딸기 바구니를 들고 숲에 나갔다가 길을 잃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기도 하는 등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인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외동딸 첼시(제인 폰다 扮)가 찾아온다. 남자친구 빌과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빌의 13살 아들 빌리(더그 맥케온 扮)를 맡기러 온 것이다. 유럽에서 한 달간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낼 동안 빌리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그날 밤 다섯 식구가 모여서 촛불을 80개 꽂은 케이크로 노먼의 80회 생일을 축하한다.
노먼은 현역 교수 시절, 깐깐한 성격으로 제자들이나 다른 교수들과 자주 충돌하였다. 그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외동딸 첼시도 아버지와 다툰 후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았었다. 첼시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짓눌려 지낸 상처를 갖고 있어서 이곳에 오면 그 상처가 되살아나서 힘들어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 에델이 다독여 주고 있다.
첼시와 빌이 유럽 여행을 떠난다. 13살 된 빌리는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이런 시골에서 쭈글탱이 할머니 할아버지랑 지내는 사실에 짜증이 난 것인지 자신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나 노먼은 빌리를 데리고 모터보트를 타고 황금연못에 낚시를 나간다. 빌리는 보트에서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기분이 풀어진다. 노먼은 빌리에게 ‘용기 있는 사람은 꼭 해야 해.’하면서 뒤로 하는 공중제비 백플립(backflip)을 해 보라고 한다.
노먼은 빌리와 커다란 송어인 ‘월터’를 잡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노먼의 낚싯대에 큰 놈이 하나 걸린다. ‘월터’는 아니었고 제법 큰 무지개송어였다. 그날 저녁에 송어요리를 해 먹으면서 두 사람은 할아버지와 친손자처럼 친해진다. 빌리는 독서를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노먼이 읽어보라고 준 ‘보물섬’을 읽고 나중에는 ‘두 도시 이야기’를 읽는다. 빌리는 노먼이 큰소리를 치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다음날, 노먼과 빌리는 바위가 많아서 지옥의 아가리로 불리는 황금연못의 가장자리에서 ‘월터’를 잡으러 갔다가 허탕 치고 돌아오는 길에, 모터보트가 암초에 걸리는 바람에 노먼이 물에 빠져 이마를 다친다. 빌리가 물속에 뛰어들어 노먼을 구해 큰 바위에 붙어있었는데, 때마침 에델이 우편배달부 찰리와 함께 보트를 타고 와서 이들을 구조한다.
며칠 후, 노먼은 빌리와 함께 다시 모터보트를 타고 가서 마침내 ‘월터’를 잡는다. 그러나 노먼은 힘들게 잡은 ‘월터’를 도로 놓아준다. 오래 산 놈이니 더 오래 살라고 하면서….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첼시가 빌리를 데려가기 위해 찾아왔을 때, 노먼과 빌리는 황금연못 한복판 보트에서 다정하게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첼시는 어릴 때부터 꿈꾸어왔던 모습을 아버지와 빌리에게서 보게 된다.
첼시는 벨기에에서 빌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자신에게 뒤로 공중제비하라고 강요하던, 언제나 엄격하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남편의 아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한다.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첼시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화해를 시도한다.
사십이 다 된 첼시는 노먼과 에델, 빌리 앞에서 예전에 아버지가 낸 숙제인 뒤로 하는 공중제비를 시도한다. 약간 어설펐지만 성공한다. 첼시는 마침내 아버지 노먼과 뜨겁게 포옹하고, 빌리와 함께 그곳을 떠난다.
황금 연못에서의 마지막 날이 오고 노먼과 에델 부부는 짐 상자들을 차에 싣는다. 노먼은 무거운 그릇 상자를 옮기다가 심장 통증을 느끼고 현관 바닥에 주저앉는다. 에델은 병원에 연락하기 위해 교환원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에델이 준 협심증 약을 삼킨 노먼은 드디어 의식을 차리고 통증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위해 호숫가로 간다.
노먼은 검은부리새 ‘아비’가 지저귀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면서 ‘아비’도 우리들과 똑같은 처지라고 말한다. 그들의 자식들도 다 자라서 독립했고, 이제 우리처럼 둘만 남았다고 말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황금 연못(On Golden Pond, 1981년)’은 미국의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동명의 데뷔작으로, 이를 바탕으로 마크 라이델 감독이 연출한 가족 드라마 영화이다. 헨리 폰다와 제인 폰다 부녀(父女)의 공동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및 각색상을 수상하였다. 골든글로브에서도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지리도 상복이 없던 명우 헨리 폰다의 유작(遺作)이면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첫 수상작이다. 캐서린 헵번은 이 영화로 통산 4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아 최다수상의 기록을 남겼다. 1982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 때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헨리 폰다 대신 딸 제인 폰다가 상을 받았고, 헨리 폰다는 5개월 후인 8월에 우리 곁을 떠났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 않으면서 잔잔한 매력의 영화로, 주로 노년층의 관심을 모아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1,9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헨리 폰다와 제인 폰다 부녀는 정말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진정한 화해를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 간의 화해와 치유가 바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