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만 10년 전, 10주년 행사시에 드린 인사말과 같습니다.
더욱이 엄동설한한 시기, 궁벽한 동네로 오시게 해 몹시 민망하고 송구합니다.
‘연대’는 이념적 동질성 이전에 소박하게 ‘품앗이’이라 여겨 공감이 가는 현장에, 동의가 되는 이슈에 나름 꾀를 부리지 않고 ‘발품’을 팔아왔습니다. 품앗이삼아 귀한 시간 내, 귀한 걸음 해주신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지난 20년이라는 시간적․물리적 궤적과 그 볼륨의 의미를 세세히 살피기는 아무래도 현 단계에선 무리인 듯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가 돌이켜보면 볼수록, 세세히 살필수록 ‘아쉽고 아프고 고단했다’는 생각이 큽니다.
‘반칙과 특권’을 배척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상식과 이성과 합리적 기준의 활동이 참으로 간난(艱難)했다는 소회도 듭니다. 단체사무실 인접한 곳에 제1호 CC TV가 설치되고, 대표자와 단체 때문에 동네가 시끄럽다며 ‘위해를 가하겠다느니, 떠나라느니’ 하는 중에도 꿋꿋이 함께 지켜온 몇몇 분들께 새삼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유례없는 ‘촛불시민혁명’으로 대통령 ‘국회 탄핵과 헌재 판결’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정치권력이 교체되긴 했습니다만, 정작 촛불정신으로 인용되는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못하고 공회전만 하다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편으론 지역운동의 관점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가, ‘농단하는 세력’이 청와대와 그 주변부에만 있는가 하는 심대한 의구가 듭니다. 20여년의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안착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여전히 관료자치, 토호자치의 폐해가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습니다. 조직이기주의에 기반한 관료독재(특히 행정독재)는 유형화된 전문가독재와 결합, 토호자본의 탐욕과 정교하게 얽혀 은폐․구조화되고 카르텔화 된 채 풀뿌리사회를 압제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와 협치’를 그럴 듯하게 왜곡하면서.
따라서 지역적폐의 청산과 지역사회를 농단하는 세력의 교체는 지역민주화의 시작이자 대한민국 비정상의 정상화로 이해됩니다. 부정부패와 비리 현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민사회조차도 ‘모르고, 안 보고, 불편’하기에 없는 것처럼의 착시현상이 아닐까싶습니다.
정치현장이 이미 형해화된 이념지형을 넘어 ‘가치지형’을 형성해야함에도 여전히 승자독식과 지역주의에 기댄 패권정치의 위세로 다양한 가치세력의 설 자리가 없습니다. 촛불이후에도 정치개혁, 선거시스템 개혁의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패권적 패거리 체재가 위세를 떨치고, 그 주류에서 낙오를 하지 않으려 비굴하게라도 위계질서에 편입되려 무리수가 횡행합니다.
돌이켜보면, 분권과 균형발전을 정부 운영의 중심 기조로 삼았던 지난 참여정부 시기의 몇 몇 사업들의 현 주소를 살펴보면 지역부패 연합구조의 실상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먼 사례를 들게 아니라 우리 지역, 백 몇 십억, 많게는 수백억 씩 투자한 소위 ‘낙후지역개발사업’이다, ‘소도읍가꾸기사업’이다 해서 그럴 듯한 명분을 갖다 붙인 사업장, 주민들의 혈세를 쏟아 부은 현장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사무관 승진에 얼마를 조달하여 제공했는지를 확인하고도 뭉개버린 감사원, 도립대 특채방식을 빙자한 교묘한 특혜정황 등 등 수두룩합니다. 수십 년 간 석면-폐기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끝내 이간질, 분열시켜 확인된 여러 위탈법사실과 의혹을 덮고 수십억의 혈세를 투입하여 업체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묻지마식’ 해법을 관철시키려는 충남도와 청양군의 관료조직의 횡포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가관입니다.
우리가 감당해온 여러 현안들의 세세한 면면을 살피고 기록하다보면, 아마도 그 하나하나가 버리기 아까운 ‘다큐’(다큐멘터리)가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애썼다고 자찬하거나 엄살이 아니라 나름으로 고단한 20년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정상적인 사회라면, 더 이상 개인적 출혈과 헌신에 기댄 방식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적 영역이 선순환 구조의 사회라면 더 이상 용인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우선 ‘주민’ 개개인이, 아니면 집체적으로 각성하고 조직화를 통해 ‘시민’의 권능과 책무를 감당해야겠습니다.
아쉽지만, 크게 미흡하지만, 이제는 자각된 시민들의 참여로 덜 외롭게, 덜 힘들게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소 메마른 언사를 사용한 듯하여 양해를 구합니다.
다시 한 번 10년 전의 문구를 인용합니다.
“이제부터는 힘겨웠던 기억을 넘어 지역구성원 다수의 참여와 관심을 바탕으로 ‘감동의 10년’을 준비하고자합니다.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냉철한 평가와 더불어 따스한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를 희망의 언어로 디자인하고,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거듭하여 고마운 뜻을 올립니다.”
2017년 12월 15일
대표 이 상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