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의 몽골’, 황통을 기사회생시킨 메시아 황후로 길이 추숭 [3회분 중의] 1

[박흥주]

＠‘기황후의 몽골’, 황통을 기사회생시킨 메시아 황후로 길이 추숭 [3회분 중의] 1

http://www.kimdonggill.com/

김동길교수의 Freedom Watch 2014/04/14(월)

요즈음 항간에서는 MBC-tv 월화 드라마 ‘기황후’의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기황후의 역사적인 인물평이 새삼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지요. 알려진 대로 그 본격적인 연구의 효시는 이용범 ‘기황후의 책립과 원대의 자정원’(1962)이란 논문입니다. 고려인이나 몽골인의 시각에서 인물평을 하는 글은 물론 아니고, 그냥 있었던 그대로의 사실을 치밀하고 냉엄하게 복원해보는 차원의 글입니다. 세계제국 대권을 둔 투쟁생태는 너나 나, 여기나 저기와 예나 지금 할 것 없이 히말라야 최고봉처럼 바람이 거세차고 늘 아슬아슬한

혹한의 천 길 낭떠러지 위이기 마련이라는 그런 생존실태를 읽어낼 수 있게 담담히 써내본

논문이지요. 물론 절대 권력은 결국 절대 부패할 수 있다는 상식을 외면치 않기도 한 것으로 뵙니다.

좌에서 2번째가 칭기스칸 아우 조치 카사르 후손 에르데니 바아타르 교수

그런데 1990년 북방개방후 그간 몽골인들을 만나면서 깜짝 놀란 건, 기(奇Öljei Qutug)황후가 몽골인-특히 쿠빌라이계 몽골황족 후예들에게는 거의 신격화될 만큼 원나라 말기에 권신들의 발호로 다 기울어져가는 몽골 황통을 기사회생(起死回生)시켜 몽골황가 대통의 명맥을 되살려낸 메시아 황후로 길이 진정으로 추숭(追崇)돼오더라는 겁니다. 우리와는 너무나 아주 딴판이었지요. 천인 고려 공녀 출신?으로 권모술수에 이골이 난 무자비한 황후가 결코 아니라, 김수로왕의 허황후 못지않게 슬기롭고 눈물겨운 몽골사랑의 화신인 전설적인 성모상을 연상케 하는 차원이더군요.

2000년 초 한국에서 공부할 때 김동길 교수님 서재에도 함께 들리곤 한 적이 있는 에르데니 바아타르 내몽골대 교수(『팍스 몽골리카와 고려』 저자, 현재 인디애나 대 연구교수)도 보르지긴씨로 몽골황족이고 칭기스칸의 33대 후손으로 몽골황족의 족보를 소장하고 있다는 헤룽쟝성 사회과학원 파. 쇼보 교수도 그러했지만, 대체로 그간 만나온 몽골황족 후예들은 특별히 기황후에 대한 숭앙과 그리움이 사무치게 몸에 배어 내려오는 듯 했지요. 한국을 몽골황가의 외가로 아직도 진정으로 사무치게 사모해오고 있었습니다.

1368년 7월 28일 작전상 대도(北京)에서 몽골본부로 철수하는 도중에 혜종(惠宗 Togontemur; 元 順帝)은, 1370년 4월 28일에 오늘날의 내몽골 케식튼旗 다르한·솜 소재 응창부에서 이질에 걸려 51세로 타계한답니다. 그 후부터는 기황후 소생 Ayü Siri Dala가 소종(昭宗)으로 황제가 되어 몽골의 정식 황통을 이어받게 됩니다. 극도의 위기상황 하에서 구원(久遠)의 ‘기황후의 몽골’ 누리가 비롯된 거지요.

2000년 5월에 다구르족 몽골사학자 내몽골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아. 아르다잡 교수와 이곳을 답사하다가 허름한 민가에 유숙한 적이 있습니다. 때 마침 몸에 지니고 간 이질 치료제 정로환 병을 꺼내 들고는, “혜종이 이 환약 몇 알만 먹었어도 몽골역사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나누기도 했지요. 그 후 근 700년간을 몽골인들에게 이어내리고 있는 고려출신 기황후 혈통 몽골황제의 계보는, 이런 사소한 계기로 이처럼 그 역사의 첫 문을 열게 됩니다. 황위에 오른 소종은 1378년까지 나름대로 제국을 민활하고 강력하게 다스리며 고토회복 전쟁을 슬기롭게 이끌었으나, 그의 아들로 그를 뒤이은 천원제(天元帝) Togostemur khan은 이에 미치지는 못했답니다.

그 후 1388년 10월에 명나라의 정벌에 쫓겨 대흥안령 북부 몽골 기원지 Buir호반에서 오늘날 울란바타르의 서남서쪽에 있는 몽골제국 옛 수도 카라코룸으로 철수하는 길에 울란바아타르 시를 감돌아 흐르는 톨하반에서 천원제는 부하 황족 Yesuder에게 그의 맏아들 Tenbaoliu(天保奴)와 함께 시해 당합니다. 이렇게 일단 기황후 혈통의 정통 몽골 황통은 처참하게 단절되고 말지요. 놀라운 것은 시해자 Yesuder가 바로, 형인 쿠빌라이에게 사실상 아버지 헌종에게 물려받은 황위를 찬탈당한 셈인 그의 친동생 아릭부케계 후예라는 사실입니다. 근 130년만의 골육상잔의 끈질긴 계승전쟁의 처절한 한 결말이어서랍니다.

이렇게 해서 몽골과 고려의 유전체가 결합해 태어난 몽골정통황통이 처절하게 울란바아타르 언저리 톨하반에서 종언을 고하지요. 울란바아타르 톨하반을 거닐며 우리가 잠깐 발길을 멈추고 묵념해보아야 할 회한에 찬 ‘통곡의 유적’일 수도 있습니다. 땅 끝까지 영원히 지속되는 유목민 특유의 집요한 혈친상쟁 복수극의 귀착 역사랄까요? 공활한 유목누리 혈육간의 대권 쟁탈전이라서 더 원한이 골수에 세세토록 사무치게 마련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예서 뜬금없이, 몇 해 전인가 몽골스텝에 잠깐 스친 어느 여교수님의 춤사위자락 환영이 새삼

가슴에 사무쳐오는 건 왜일까요?

주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