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 박범신 / 문학동네
대동여지도는 전체 크기 세로 6.7m 가로 4.2m의 대형지도이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김정호가 지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아버지가 관가에서 내준 잘못된 지도를 가지고 이동하다 길을 잃어 얼어죽은 것으로 삼았다. 조선말 나라 안밖으로 어지러웠을 시기에, 지도의 주인은 나라라는 것에서 민초들 또한 지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도 제작에 평생을 바쳤다. 하여 그는 자신의 피붙이와의 관계에 소원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소설은 그가 지도를 만들면서 겪었을 법한 수많은 이야기가 아닌, 그의 딸로 등장하는 '순실'과의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책을 열면서 기대했던 그의 불굴의 의지, 추진력 또는 사명감 등등의 영웅담에 나올 이야기를이 쏙 빠진 인간 김정호의 이야기를 펼쳐졌다.
역사속의 인물, 특히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에 대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작가 또한 고산자에 대한 소설을 빗으면서 수많은 자료들을 연구했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연구를 무성의하게 대충 대충 흘려보냈다. 지도를 만드는데 쓰이는 많은 용어들, 그리고 그가 지나쳤던 한반도의 지명들... 예의가 아닌 듯 싶었으나 어쩌랴 눈을 더 부릅뜨고 노려봐도, 더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한들 내 머리에서는 잠깐 스쳐지나가고 말것을...
한평생 그걸 그리기 위해 살았으나 그로 인해 아이를 팽개쳐두어 죽게 만들었으니 대동여지도가 대신 죄를 받아 죽어야 마땅하다 여겼습니다. 또한 소인도 곧 죽을 겁니다. - 354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을 세웠을지라도 가족이 망가지만 역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가족을 담보로 이루어여할 그토록 중요한 일이 과연 있을까?
이야기 중에 문제가 되는 몇몇 지리상의 거점들이 언급되는데, 대동여지도에 어떤 것은 올라 있고 어떤 것은 빠져있나 보다. 독도의 경우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그에게 울릉도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독도를 지도에 넣을 수 없었던 것으로 작가는 변호를 한다. 김정호는 정치적인 목표를 가지고 지도를 만든 것이 아니었으므로 대마도, 간도 등등에 사는 조선인을 위해 지도를 그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조선의 땅이라고 하던 관리들도 공식적으로는 이를 확인해 주지 않았기에 그는 남감했었다. 지금도 진행중인 문제이지 않은가.
이책을 통해서 고산자 김정호 그가 이룬 업만을 기억할뿐 그가 업을 세우기 위해 겼었을 어려움 외에 인간 김정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기실 김정호 외에 많은 영웅들의 삶이 그랬을것임을 그들도 하나의 외소한 인간이었음을.
책장 넘기기가 쉽지 않다.(2016.7.4. 평상심)
첫댓글 정치인 문재인이 작가 박범신의 안내로 졸라체로 갔다는 어제 기사
그렇군요.
자연은 항상 어떤 형태로든지 사람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은 더럽혀질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