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제사에 쓸 쑥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방앗간에 맡기고 돌아왔다.
9시 20분. 남북정상회담 시작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밭에 올라갔다.
수연이가 이미 밭을 고르고 있었다.
"수연아 ~이거 보고 하자"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을 들고 밭 한가운데서 둘이 쪼그리고 본다.
단 한 발짝. 경계선. 가슴이 울컥.
20분간 첫만남을 시청한 뒤 몸은 서둘러 밭을 고르지만.
마치 내가 고무줄 놀이를 하듯 경계선을 두고 팔짝팔짝.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국이야요. ...고마우신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
초등학교 2학년 때 고무줄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박정희 찬가' 였다.
몸은 고무줄 경계선으로 넘나드는 것이지만, 실제 오늘 두 정상이 넘나든 경계선은 목숨 걸고도 넘기 어려운
건널 수 없는 심연이었다.
쉴 새없이 움직인 하루였지만 밥 먹으면서, 잠시 쉬면서 틈틈이 남북정상회담을 시청했다.
무조건 좋았다.
무조건 기뻤다.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그저 오늘 내일의 밥과 종자를 위해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과 정치가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아니다. '오늘의 만남' 은 내일의 밥과 종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쟁은 밥을 빼앗고, 종자를 없애버린다. 이데올로기 대립은 밥을 짓밟고, 종자를 짓밟는다.
평화,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
늦은 저녁을 먹고 난 뒤, 김정은의 만찬 인사말을 시청했다.
"오~만찬 인삿말이 이토록 선명하게 아름답다니..."
형용사 사용이 군더더기가 아닌 형용된 감수성으로 명쾌하고 아름다운 연설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최고의 연설문이다. 이토록 간절함을 형용화한 연설문은 처음 듣는다."
감탄이 연발한다. 내 귀가 이토록 호강을 하다니.
최고의 연설이며, 문학이다.
(나중에 김정은 만찬 연설문을 다시 듣고 적어 올리겠슴)
북한 사람들은 변증법적 사유체계를 배우기 때문에 분석과 논리가 뛰어나다.
또한 통합적인 사고을 배우고, 언어과 예술을 통해 형상화하는 것을 어릴적부터 배우기 때문에 표현력이 뛰어나다.
남한에서는 사장시키고 분절시켰던 전통적 지식을 그들은 발전계승 시켰기 때문에 우리가 배울 것은 수없이 많다.
(물론 '생태적 사유체계'와는 또 다르지만)
김정은의 연설문을 누가 썼던 그런 북한의 교육적 바탕에서 나왔다.
몇 년 전, 탈북한 북한 사람과 자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그가 자립인간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식주의 생활이 자립적 생활을 기본으로 전통적 지식을 활용해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지식과 생활을 '후진적' 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로부터 살아있는 전통적 지식을 배우기도 했다.
만남. 무조건 좋았다.
장미빛 미래에 확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그저 만나기만 하더라도. 온전한 소통이란 만남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만으로는 소통이 온전할 수 없다. 몸짓과 표정. 얼굴 모습. 이 모든 것이 소통을 온전하도록 한다.
동남쪽에서 온 달마처럼 막대기에 신발하나 매달고서 터벅터벅 나타나는 '사량도 형님'처럼.
암튼 설레였고 기뻤다. 어떤 생각도 없이 그저 좋았다.
지금 막 깨달았다. '아무 생각 없는 것'이 무엇인지.......생각이 많다는 것이 무엇인지......
헉....시간이 이렇게 되다니....아침 일찍 운전대를 잡고
집을 나서야 하는데....그저 기쁜 까닭에 ...이만 총총.
첫댓글 단이선생님~ 저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하루를 보냈네요~
가슴 뭉클함과 기쁨이 넘치는 내 인생의 최고의 영화~!!
온종일 설렘과 기쁨이 이른 아침 운전대를 잡는 내내 함께 이어지기바랍니당^^
진정으로 한국이 독립국이었음을 만세계에 알려주었읍니다.
서로 만나야지요.
그 만남이 계속 이어져 서로의 불신의 장벽도
허물고...
그 만남을 평가절하 하려 기를 쓰는 사람도
있으니 마음 아프지요.
문디위정자들은 위장쇼니 뭐니 떠들어도 그건 그들의 가치없는 패악일뿐 이제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왕래하여 철로를 건설하고 시베리아대륙까지 진출하면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국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멋진 지도자를 우리손으로 선출했으니 한반도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길 ~~~
아베와 자한 바미의 찌그러진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ㅎ
아멘!
감격스런 날이에요.
서로 오고 가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전통지식의 활용에 대해서는 한수 배워야겠군요~
북한에는 토종종자들이 많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ㅎㅎㅎ
토종종자 수집하러 북으로갑시다~^^
남과 북과 해외의 수마는 사람들의 기도의 공덕이 아닐른지요?
북으로 동행하고 시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