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처음 시작했던 것이 세 가지 인데 한 동안 사람들과 말을 안하고 지냈더니 정말 입이 근질근질해서 서울 교대 앞의 한 스피치 학원을 다녔습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가 더 있는데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마치 오래된 홀애비 냄새와 같은 담배찌든 냄새가 났던 그 느낌이 싫어서 금연을 시작한 것이고, 또 한 가지가 살을 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당시도 지금과 같이 체중이 무척 많이 나갔었죠.
그렇게 몇 개월을 아침에 일찍 일어나 헬스 클럽을 가서 운동하고, 저녁 때 또 가서 운동하고, 스피치 학원도 빠짐없이 다지면서 앞으로의 내 인생 후반전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운동의 재미에 푹 빠져서 아예 퍼스널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며 생각지도 않던 것이 제 직업이 되었네요. 이 세상에 대한 고민도 없고, 불만도 없고, 트레이너로서 열심히 노력하니 경제적인 부분도 점차 여유있어지고, 그 여유를 바탕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제 일상이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원하는 나 혼자만의 웰빙의 삶을 살게 된 것이죠. 그렇게 산 시간이 5년 쯤 된 것 같습니다. 늘 하는 일이 아침에 일어나면 블로그에 올릴 '다이어트 & 트레이닝'과 관련된 글과 사진 정리해서 올리는 것. 그리고 나에게 예약한 분들과 퍼스널 트레이닝 하는 것. 그리고 오후 4시면 하루 일과가 다 끝나고 좋은 책읽고 영화보고, 휴일을 몰아서 한 번 여행다녀오고.
그런 제 삶을 바꿔놓은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부모님의 한 달 간격의 죽음이었습니다. 두 분 부모님 돌아가신 것 다 슬펐지만 어머니와는 전혀 이별을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런 화재 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충격이 너무도 컸습니다. 밤을 보낸다는 것이 너무도 아프고 두려워서 매일 같이 집에서 가까운 구의역 부근 가끔 가던 그 참치집에 혼자 가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술 기운으로 밤을 보냈던 그 나날들.
그렇게 일도 안하면서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돼. 돌아가신 부모님도 내가 이렇게 사는 걸 원하는 건 아닐거야."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리고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을 등정하고 올레길을 새벽에 나와 8시간 동안 정처없이 걸으면서 마음을 추스리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고 밤마다 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힘든 밤을 이겨내기 위하여 밤마다 산책하는 일. 그 중에서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이마트에 가서 하루는 간장, 하루는 맛소금, 하루는 계란, 하루는 라면 몇 개. 일부러 이렇게 한번에 사지 않고 매일 조금씩 살 것을 남겨뒀다가 밤마다 사러가곤 하는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늘 가던 이마트인데도 전에는 한 번도 안보이던 몰리 펫샵이라는 애견 분양하는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말티즈 강아지가 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 때 그 아이를 본 순간 "이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갈까? 그러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바로 카드로 결제를 하려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아.. 이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책임져야 할텐데 내가 과연 그걸 귀찮아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들면서 "그래. 사는 건 내일 와서 사도 되니까 후회하지 않게 오늘 하룻밤만 더 생각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강아지 즉석 분양의 유혹을 끊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강아지를 한 마리 집에 들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떠 인터넷에 '강아지 분양'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된 연관 검색어 '유기견 입양'
"어.. 이게 뭐지?"라고 클릭을 한 순간 제일 처음 보게 된 그 충격적인 사진
"오늘 입양하지 않으면 안락사 당합니다."라는 피켓과 작은 철창안에 입양을 기다리고 있던 유기견 아이들.
여기가 뭐하는 곳인가 알아보다가 그 단체에서 운영하는 카페를 가게 되고, 그곳에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코너에 있는 작은 강아지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제 마음에 들어왔던 두 강아지.
그 강아지들이 바로 흰돌이와 흰순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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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순이와 흰돌이. 입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첫댓글 많은 일들이 겹쳐서 내가 지금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더라구요. 대표님이 그 마트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펫숍을 그냥 지나쳤더라면, 말티즈 아기를 충동구매했다면, 흰돌이 흰순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팅커벨도 없었겠죠. 마지막 흰돌이 흰순이 사진 느무느무 귀여워요^^
힘든일 잘 견뎌내시라고 또다른 숙제를 주기위해 펫샵이 연결고리가 된것이 아닌가싶어요. 지금 그 숙제를 묵묵히 잘 하고 계셔요~ 팅커벨가족분들이 함께 그 숙제를 풀어나가고 있어 감사하답니다^^
운명은 사고처럼,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오지요 만나질 인연은 만나진다는 진실을 믿어요
인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흰돌이 흰순이였군요
대표님의 소명이 팅커벨트로젝트를 통해서 온전히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힘을 모아서 화이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