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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8일
글 | 상괭이서포터즈 활동가 엇지 (eotzi@kfem.or.kr)
1-1.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한강의 '인어' 이야기
"지금 서해와 남해에 두 종류의 인어가 있는데 그 하나는 상광어(尙光魚)이며
모양이 사람을 닮아 두 개의 젖이 있다. 본초에서 말하는 해돈어(海豚魚)가 그것이다."
-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 가운데
조선 후기 어류학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 기록된 인상적인 구절이다. 우리나라 해안에 '인어(人魚)가 있다'라. 뿐만 아니라 이 인어는 한강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자산어보_표지
어류학서이기에 전설이나 민담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산어보가 말하는 '인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인어라는 것이 그 언젠가 존재했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어떨까?
한국 토종 호랑이와 여우, 늑대마저 사라진 이 땅에, 인어라고 불리던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을까?
한강 ⓒ활동가_엇지
1-2. 2015년 4월, 한강에서 '인어'가 발견되다
지난 4월, 흔치 않은 소식이 전파를 탔다. 한강에서 '돌고래'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돌고래가 왜 한강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을까?
뉴스_한강상괭이사체발견_ⓒYTN
매체에서 말하는 그 돌고래의 정체는 바로 '상괭이'
바로 자산어보가 '인어'라고 말한 '상광어(상괭이)'이다.
상괭이_ⓒ박근호_환경련바다위원
생김새를 찬찬히 살펴보니 우리가 알던 돌고래와는 사뭇 다르다.
돌고래라고 하기엔 크기가 너무 작았고 생김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뾰족한 주둥이도 없고 등 지느러미도 없다. 동그란 얼굴 생김이 특이하다. 특히 입 꼬리가 늘 올라가 있어 마치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분명 낯익은 모습은 아니다.
상괭이얼굴_ⓒkuribo_flickr
그런데 이런 녀석이 '토종' 돌고래란다. 그런데 주변에 이 녀석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다. 한국 사람이 모르는 토종 돌고래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한강 돌고래 사건'은 그저 '흔치 않은 일', '신기한 일', '이례적인 일'로 치부되고 잊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과 수주의 간격을 두고서 또 다른 상괭이 사체가 한강에서 발견되면서 '이례적인 일'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한강상괭이사체발견_ⓒ한강경찰대
설명 > 한강 상괭이 발견 당시의 영상. (제공: 한강경찰대) 처음에는 익사자 제보를 받고 출동한 한강경찰대가 상괭이를 회수하는 순간이 영상에 담겨있다. 사체로 발견된 상괭이는 아직 어린 개체로 1m가 채 되지 않는 크기였다.
우연도 반복되면 우연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이 때부터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한강의 돌고래'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몇 가지 질문과 함께.
첫째, 한때 한강을 드나들었다는 상괭이를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을까?
둘째, 언제부터 한강에 상괭이가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일까?
셋째, 사라진 상괭이가 한강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까닭은 무엇일까?
넷째, 한강에 다시 나타난 상괭이가 '죽은 채'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강_ⓒ활동가_엇지
1-3. 왜 '죽은' 상괭이가 '한강'에서 발견 되었을까?
한강에서 상괭이의 사체가 발견되고 몇 달 후에야 부검 결과가 나왔다. 부검은 상괭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치러졌다. 그리고 부검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몇 달 사이, 세간에서는 한강 상괭이 사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는데, 크게 상괭이가 자력으로 한강에 들어왔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의견이 나뉘었다.
상괭이가 자력으로 한강에 들어왔을 가능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수산시장 업자들이 유통할 수 없게 된 상괭이를 한강에 내다 버린 경우, 혹은 바다에서 자연사한 개체가 밀물 때 조류를 타고서 한강까지 떠밀려 왔을 것이라 주장했다. 즉, 이미 죽은 채로 한강에 유입되었다는 이야기다.
상괭이_ⓒ박근호_환경련바다위원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괭이가 속한 쇠돌고래과 종들이 민물적응력이 뛰어나고 연안의 바닷 물고기들이 물때를 따라 한강까지 들어온다는 점에서 상괭이가 자력으로 한강에 드나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단지 한강에서 폐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한강 하구에 설치된 수중보를 지목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신곡보_ⓒ활동가_엇지
수중보란 물을 가둬놓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댐인 셈인데, 한강 하구의 <신곡수중보>는 밀물 때 수위가 댐 위로 올라가며 바닷물이 강 상류 방향으로 역류한다. 하지만 썰물이 되면 수위가 낮아지며 다시 수중보에 물길이 가로막히게 되는데, 밀물 때 한강으로 유입된 바다 물고기들이 썰물 때 수중보에 가로막혀 바다로 돌아갈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곧, 상괭이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신곡보만조영상_ⓒ활동가_엇지
상괭이가 죽은 채로 한강에 버려진 것일까, 아니면 살아서 들어왔다가 한강에서 죽은 것일까? 모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가설일 뿐, 한강에서 잇단 상괭이의 죽음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그 와중에 나온 부검 결과는 여러 면에서 의외였는데, 한강에서 죽은 상괭이의 사인이 '아사(餓死)'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
상괭이부검_ⓒ박근호_환경련바다위원
하지만 부검결과도 상괭이가 죽은 지점에 대한 근거는 제시할 수 없었는데, 각각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근거로 재해석될 뿐, 시각 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한강 상괭이의 폐사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도 상괭이가 한강을 드나들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한강 하구는 콘크리트 수중보와 같은 구조물로 인해 '자연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에, 상괭이뿐 아니라 이미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한강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한강은 이름만 '강(江)'일뿐, 콘크리트 수조에 갇혀 흐르지 못하고 물의 흐름이 정체된 상태다. 쉽게 말해 일종의 어항과 같은 상태이며, 우리가 보는 한강의 흐름이란 상류의 팔당댐이 방류될 때, 혹은 하류의 서해에서 밀려드는 밀물과 썰물 때 물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보고 강이 흐른다고 착각할 뿐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상괭이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굳이 한강을 찾을 이유가 있을까? 회의론자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강녹조_ⓒ활동가_엇지
설명 >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 올 해 한강 녹조대란의 원인은 한강이 사실상 '고인 물'이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 한강의 물을 가두고, 흐름을 끊는 <신곡수중보> 밖의, 즉 한강 하구의 상황은 어떨까? 한강하구에서 조업을 하는 어부들에게 '그물에 걸린 상괭이' 이야기가 전해진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 둔 그물에 상괭이가 걸려 죽어 있는 일이 비교적 최근까지도 보고된 바 있으며 이렇게 혼획된 상괭이가 시장에 고래고기로 팔려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상괭이는 지금도 한강하구를 오가고 있다는 말이 되며, 고깃배도 수중보를 넘나들 수 있는 만조 때 상괭이 역시 한강 중류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는가? 아쉽게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수중보라는 콘크리트 벽 너머에서 지금도 한강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상괭이들이 있다면 어떨까? 그 사실을 규명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궁금한 사람이 직접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
상괭이_ⓒ박근호_환경련바다위원
1-4. 상괭이를 찾아서
오늘날의 서울시민들에게 <한강의 돌고래 이야기>는 <인왕산 호랑이 이야기>랑 다를 게 없다. 그만큼 비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롭게까지 여겨지는 이야기다. 아쿠아리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돌고래가 자전거만 타도 볼 수 있는 한강에 있다니. 그 관념의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엄밀이 따지면 상괭이는 인왕산 호랑이와는 다르다. 지금도 엄연히 한반도 곳곳에 비교적 많은 개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상괭이의 주요 서식처인 서해-남해안에서 운이 좋다면 상괭이가 호흡하기 위해 수면위로 오르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다.
여수탐사_배타고_ⓒ활동가_엇지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상괭이의 세계 최대 서식지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일수밖에 까닭은 상괭이가 가진 비밀스러운 일면 때문인데, 일단 몸집이 돌고래 종 가운데서 가장 작으며, 일반적인 돌고래들처럼 수십 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니지도 않는다. 게다가 성격은 매우 조심성이 많고 수줍어서 호기심 많고 붙임성 있는 돌고래와는 대조적인 성격을 띈다.
게다가 수면 위에서 돌고래를 관찰할 때 가장 확실한 식별 수단인 뾰족한 등 지느러미가 없다. 상괭이가 물 위로 호흡하러 올라 올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괭이를 보지 못한다. 몸집이 가장 작은 돌고래가 등 지느러미도 없이, 등의 일부만 살짝 수면위로 올렸다가 다시 잠수하는 단 1초 남짓.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잔물결 정도로만 여겨질 뿐이다.
상괭이_ⓒ박근호_환경련바다위원
그래서 상괭이는 가까운 바다에 존재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그 개체 수조차 명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 CITES)'에서 상괭이(Finless Porpoise)를 멸종 위기 보호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상괭이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고 연구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상괭이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자연으로 나가보면 알게 된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 했는지에 대해서. 우리 눈앞에 상괭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할지라도, 그 짧은 순간 잔물결과 상괭이를 구분할 수 있는 주의력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는 상괭이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상괭이_비말ⓒ상괭이서포터즈
1-5. 다시 한강으로
남해부터 서해안을 따라 강화도까지, <상괭이 루트>를 따라 오르며 한반도 연안에 '상괭이'가 살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지금 한강에 상괭이가 있냐는 것.
입소문에 의하면 지금도 한강 하구에 상괭이가 드나드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 그렇기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한강이 인접한 바다로부터 상괭이를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한강 하구와 인접한 연안에서 상괭이가 자주 출몰한다면, 한강하구로의 유입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강화도에서 일산까지 이어지는 한강 하구는 '최전방' 군사경계구역이기 때문에 일반의 출입은 물론 대부분이 촬영 금지구역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서울시 경계를 벗어난 한강 하구에서는 매우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강변이 콘크리트로 덮이기 전의 모습, 즉 자연적이며 원시적인 옛 한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강화도한강ⓒ활동가_엇지
한강 하구와 바다가 맞닿은 강화도 북단의 모습. 군사 시설에 대한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며 기념 촬영 역시 극히 짧은 시간으로 제한된다. 짧은 영상을 통해서나마 강의 풍경을 살펴보면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는 모래톱과 강변의 풍경이 이채롭다. 한강을 따라 강화도까지 내려왔는데 강 건너 북쪽이 강북이 아니라 이북이라는 사실 또한 자못 생경하다.
그 옛날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 선생이 보았던 것과 같을, 모래톱이 펼쳐진 원시적인 한강이 비무장지대 덕에 보전되고 있는 셈. 조선시대와 같은 모습의 한강. 저 곳에 상괭이가 드나들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
하지만 한강 하구에서의 상괭이 탐사활동이 안보 문제로 인해 제한되어 있는 만큼, <한강 상괭이>에 대한 탐사는 다시 제보자를 찾아나서는 방향이 되었다. 보다 구체적이며, 신빙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한강에서 생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증언이 필요했다.
과연 오늘날, 그들은 상괭이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정말 있긴 한 걸까? 한강에서 상괭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목격 되었을까? 한강에서 살아 헤엄치는 상괭이가.
장항습지_ⓒ활동가_엇지
1-6. 놀라운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다
"내가 젊을 때 한강에 낚시를 나가면 돌고래가 가끔 보이곤 했지. 근데 88올림픽 이후엔 그게 안 보여."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30여년 전의 이야기다. 게다가 한강 하구가 아닌, 강북과 강남을 잇는 대교가 즐비한 도심 한 복판에서의 이야기다. 한강의 강태공이 말한 이 이야기는 정말일까?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위에서 언급되었던 한강 하구의 댐, <신곡수중보>가 설치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중보 건설 이전엔 상괭이가 자유롭게 한강 중류까지 드나들었다는 것일까?
신비로운 <한강의 인어, 한강의 돌고래> 이야기가 조선시대에서 88올림픽 무렵으로 가까워지는 순간, 또 다른 증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강화도 여행에서 강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돌고래(상괭이) 무리에 대한 목격담, 그리고 한강 자전거 도로 옆에서 우연히 비말을 뿜는 돌고래 목격담까지. 목격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한강 고래 목격담'을 주변에 이야기를 했을 때 '거짓말쟁이가 되었다'라며, 상괭이의 존재를 알고 나서야 자신이 본 것의 정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과연 이러한 증언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확실한 증거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환상>일 수밖에 없는 <한강의 인어> 이야기의 끝은 <네스호의 네시> 이야기로 끝날까 아니면 <히말라야의 눈표범> 이야기로 맺어질까?
<다음에 계속>
<한강에서 돌고래를 보신 분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시민과 상괭이의 공존을 모색하는 <상괭이프로젝트>에서는 한강에서 돌고래(상괭이)를 직접 목격하신 분들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본 이야기부터 지인들, 혹은 어르신들로부터 전해들은 옛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제보해 주신 분들께는 상괭이서포터즈들이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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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http://www.huffingtonpost.kr/project-sanggwaengi/story_b_87453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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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정말..말을 잃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