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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정신병원에서 또 한 명의 정신병원 입원환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정책검토를 했던 전직 조사관으로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가지며, 5회에 걸쳐 반복되고 있는 실태와 원인이 되고 있는 법‧제도에 대해 정리해 보고 개선의견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 현장조사 사진들. 외부환기창이 없고 내부가 노출돼 환자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에이블뉴스
형편없어도 너무 형편없는 정신병원 시설 환경
언젠가 한 진정인에게“동물복지를 논하는 시대에 동물보다 못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진정서를 받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방을 하나 내주는 시대에 한 방에 열 명을 몰아넣는 것은 정말 병원이 아니라 집단수용의 개념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청도대남병원 사망사건을 계기로 현재 정신의료기관의 병상기준이 일반 의료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시설수준은 그야말로 형편없다. 시설마다 차이는 있으나 병실에 공조장치나 개폐 가능한 창문이 없어 환지가 전혀 불가능한 병실, 개인 사물함이 없거나 다 망가지고 조악한 사물함을 배치하기도 하며, 매트 위에 시트나 베게 커버, 담요, 환자 옷도 제대로 제공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적시에 제공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병원측은 늘 제공을 해주는데 환자들이 관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망가뜨리거나 환자 옷의 경우 감춰두어서 수급이 잘 안 된다고 환자 탓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부 정신병원은 화장실, 샤워실 등의 위생에도 아주 취약한 경우가 있다. 지저분한 것은 물론이고, 변기가 깨져있거나 제 모양을 갖추지 못한 경우고 있다. 역시 이것도 환자들이 깨 부셔 그렇다고 변명한다. 모든 정신병원에 입원환자들이 있는데 유독 그 병원에 있는 환자들만 용품관리를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병동 내 병실, 화장실, 샤워실, 보호실 등 모든 공간에 CCTV가 무분별하게 설치되어있는데 반해, 정말 인권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격리실에는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있거나 CCTV를 변기 쪽으로 설치해둔 곳도 있다.
그야말로 이곳이 의료기관이 맞는가,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나 싶은 병원도 여럿 있다. 위생상태가 불결하고 냄새가 심각하고 심지어는 해충이 있는 곳도 있다. 입원 환자는 모르고 입원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곳을 출퇴근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 종사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정신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일하는 일터인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신의료기관 평가제가 주기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정녕 이런 것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한데, 척도에 당연히 ‘위생’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행 평가제는 평가결가에 대한 제재가 없다. 불합격을 해도, 평가를 거부해도 제재가 없다.
정신의료기관 평가제와 달리, 정신요양병원은 현재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게 하고 있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영업을 하지 못한다. 도대체 정신의료기관은 왜 평가제이고, 요양병원은 왜 인증제인가? 장기입원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던가, 그렇게 장기입원을 단속하기 어렵다면 정신의료기관인 정신병원도 인증제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정신병원 시설의 열악함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설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병원이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지원금도 주고 있다. 앞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열악한 시설 환경의 근본 원인은 “폐쇄성”에 있다. 시설이 폐쇄돼 있다 보니, 그 안에 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입원하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비위생적이고 낙후된 시설로도 영업이 된다. 정신병원의 폐쇄성은 의료소비자가 정신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오죽 국가가 답답하면 정신병원 리모델링에 지원을 해줄까 싶지만, 영리가 목적인 사적기관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며, 다른 한편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싶기도 하다. 왜 일반병원은 병실 내부를 공개하거나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신병원은 병실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가? 물론 폐쇄병동으로 위험해서 보호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일 뿐이다. 폐쇄병동 안에 충분히 면회실을 만들 수도 있고, 입원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병실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동영상 촬영을 통해 홈페이지에 환자 입원실과 입원생활에 대해 안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시설환경에 대해서 보다 세밀한 척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생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물품 등이 적절한지, 충분한지, 입원환경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가 부실할 경우 일정 기간 재평가를 받도록 하고, 개선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장기입원을 인정하려고 한다면 요양병원과 같이 인증제가 도입해야한다.
*이 글은 이인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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