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물려받지 않는 내 회사, 어떻게 할까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
각국에서 기업주 은퇴와 맞물려
승계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야 어려울 게 없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자녀들도 잘 물려받지 않는 경우가 있죠.
70대 중소기업 창업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1973년 서핑에 흠뻑 취한
마이크 스티븐스 씨는
영국 리버풀에서 다니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패기만만한 20대 청년은
웨일즈의 해안도시로 이주해
서핑 숍을 차렸어요.
스티븐스 씨는
대도시에서 유행하던 스케이트보드를
지역에 최초로 판매한
인물이기도 하다는데(50년 전^^;)
당시 증언을 들어볼까요.
“여름 시즌을 맞아서 저는
대도시의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뒀어요.
해안도시로 가서 웨이터로 일하며
서핑을 즐기고 싶을 뿐이었죠.
서핑 숍도 차렸는데 사업이 성장했어요.
몇 년 뒤
손님이 디자인을 골라 주문하면
즉석에서 티셔츠에 찍어주는 사업이
미국에서 유행했어요.
우리도 몇 가지 디자인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개념의 티셔츠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렸습니다.
스티븐스 씨는 아예
제네시스UK(Genesis UK.com Ltd)라는
회사를 세우고 공장도 만들었습니다.
티셔츠 외에 여러 판촉물 및
브랜드 상품, 의류 등을 팔았어요.
지역 공동체와 협력한 덕분에
회사는 50년이나 잘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죠.
“저는 73세가 된 만큼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할지 걱정됩니다.
아직은 쌩쌩합니다만,
지난 몇 년 동안 친구들을 잃으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세 딸은 아무도 사업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경쟁업체나 사모펀드에
팔아치우는 방안은 어떨까요.
“제3자 인수로
회사를 쉽게 매각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팀과 협력업체가
일자리를 잃게 되면 어떡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둘 순 없잖아요.
내 회사를 만들고
50년이나 버티도록 도운 건
바로 지역사회이니까요.”
다행히 한 가지 대안이 있었습니다.
2014년부터 영국은 EOT라고 하는
‘종업원 소유권 신탁’을 제도화했어요.
회사 부담으로
지분을 직원들에게 매각하고
기업주는 양도세 전액 면제라는
혜택을 받습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영국에서 EOT는
기업 승계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웨일즈 정부도
5년 안에 EOT기업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을 세우는 등
종업원 소유권 활성화에 적극적입니다.
EOT 시장이 활성화된 덕분에
전문 컨설팅 업체도 생기고 있습니다.
Go EO(Employee Ownership)라는
종업원 소유권 전문 컨설팅 사가
제네시스UK의 EOT 전환을 도왔어요.
2024년 3월 제네시스UK는 EOT를 통해
100% 노동자 소유기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제도의 뒷받침과 정부의 노력,
EOT 시장의 발전이
상호작용한 때문이겠죠.
마이크 스티븐스 창업자는 현역을 그만두고
이사회 임원으로 물러났어요.
스티븐스 창업자의 말을 들어보죠.
“회사는 계속 번창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점은
우리 회사가 여전히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지역 공동체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면서
제일 중요한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직 왕성하심^^;).
50년 된 우리 회사의 향후 50년을
직원 소유주들이 만들어나가야 하니까요.”
영국은 제도화한 지 불과 10년 만에
EOT를 통한 종업원 소유기업이
1400개를 넘어섰습니다.
기업 승계에서 상속세 완화만 내세우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곱씹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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