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보내며
논설위원 / 최기복
목련꽃이 지고 오월의 눈꽃이 이팝나무 초록색 이파리 위에 피어나는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1년 열두 달 중 유달리 기념일이 많다. 근로자의 날(5. 1), 어린이의 날(5. 5), 어버이날(5. 8), 유권자의 날 (5. 10), 입양의 날((5. 11), 스승의 날 (5. 15), 부부의 날(5. 21) 등 을 보내며 지정된 기념일들이 왜 오월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봤다.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하루건너 기념일을 보내는 소시민적 입장으로 분석해 봤다.
근로자의 날에는 근로자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자신들은 어떤 목소리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내보였는지 근로자의 날이 꼭 필요한 것이지 자문해 본다. 답은 없다.
어린이날은 어떠한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지고한 뜻처럼 어린이 사랑을 위한 어른들의 지순한 희생의 날이거나 부모들의 특별한 자식사랑을 자식들에게 현시하는 날인가. 빈부가 극심한 가정에서 가난한 가정의 부모들에게 눈물과 가난의 통한을 자아 나게 하는 날인가? 답이 없다.
다음은 어버이날이다. 기가 막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어린이날은 법정 공유일이고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효의 실종 원인 중 이것도 하나다. 낳아서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서 키워낸 자식들이 부모가 자식 생각 하는 것의 1/10도 부모생각을 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 보라. 위정자들 이거나 입법 기관에서는 그래도 어린이 날 보다는 중시해야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나라의 역사가 흔들리지 않아야 야만국가로 전락되지 않는 것처럼 가정은 어버이가 당당하고 누구 앞에서도 떳떳해야 존속된다. 지금 초등학교 상급반 이거나 중학교 교실에 가면 1/2 정도가 편부나 편모슬하 즉 결손 가정이라고 불리는 이혼가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국가는 아는가. 어버이날에는 가정의 붕괴를 막고 이를 지켜내려는 어버이들에게 감사와 보상을 해야 하는 날이다. 우리 세대의 기념일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날은 금년 같이 총선이 있는 날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선거가 없는 해에는 주관 부처에서 어떤 행사를 주관하며 유권자들에게 유권자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거나 자만심을 갖게 하는 대안이나 처방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선거가 중요 하지만 유권자에 대한 예우는커녕 이용가치마저 모호하다.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인사부정의 극치를 달리는 저들을 응징하는 날인지 필자의 아둔으로는 존재의 의미가 모호하다.
스승의 날도 오월 15일이다. 선생님을 생각해 본다. 회초리가 없어진 학교에는 별의별 회괴한 사건들이 심심찮게 뉴스가 되어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제자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수업시간 교단에 누워 여선생님 치마 밑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제자, 수업시간 잠자는 제자를 깨우려다 뺨을 맞은 선생님, 우리는 이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되나 더구나 학생인권조례의 존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교권과 학생 인권과의 관계에서 선생다운 선생, 학생다운 학생이 귀해져만 간다.
소설가 김홍신 작가는 정답은 없으나 명답은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기념일중 해당되는 기념일이 자꾸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온 날들의 기억 속에 회자되는 그림자를 찾아 그 은혜에 보답하는 달이 오월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트로트에 미치게 하고 양비론으로 자신들만 당당한 이 나라의 언론을 본다. 아직 정신 못 차린 정치권의 이전투구 속에 국제 전쟁의 참화는 끝날 날을 기약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추락하는 싱가포르의 비행기 사고도 인간들의 사악한 욕심의 결과다. 2024년의 오월은 평온하지 못하다. 그래도 오월은 간다. 6월은 무엇이 달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