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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방유취 총론(總論)1○ 《쇄쇄록(瑣碎錄)》 약물 가공법〔修製〕
무릇 약물을 조제할 때는 약 가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모름지기 약재별로 각각 약연(藥碾)으로 갈아서 곱게 가루 낸다.
이어서 그 가루를 약재별로 동등하게 하여 그 분량을 한군데서 섞으면, 고르게 효과 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무릇 당귀(當歸)ㆍ부자(附子)ㆍ육두구(肉荳蔻)ㆍ택사(澤瀉)ㆍ조자(棗子)ㆍ백조(白皂) 등을 햇볕에 말릴 때는 너무
따뜻하면 벌레가 잘 생긴다. 마땅히 살짝 찐 후에 잠깐 햇볕에 말려서 거두어들이면 벌레 먹을 걱정이 없어진다.
무릇 습약(濕藥) 【예컨대 구기자(枸杞子)ㆍ건산약(乾山藥) 같은 것들이다.】 을 햇볕에 말릴 때는 동이 물〔盆水〕 위에
발을 펼쳐서 놓아두면 쉽게 마른다 【부평(浮萍)〔萍〕도 마찬가지이다.】.
구급약(救急藥)을 신통하게 만들려고 하면, 모름지기 갑자일(甲子日)의 따뜻한 낮시간〔陽時〕에 만들어야 효과가 더욱 신령하다.
5월 상진일(上辰日)ㆍ단옷날〔端午〕ㆍ납일(臘日) 및 섣달 그믐날〔臘月晦日〕 2~3일 전에 약을 조제하면 오래되어도 마르지 않는다.
감초(甘草)는 물에 적신 다음에, 색깔이 투명해지도록 구워 분말〔粉〕처럼 가루 낸 후 찌꺼기를 제거한다. 시험해보면 약효가 아주 좋다.
봉아출(蓬莪朮)〔蓬莪茂〕은 가루를 내기가 가장 어렵다. 오직 젖은 종이에 싸서 잿불 속에서 완전히 구운 다음에, 꺼내서 재빨리 빻으면 손이 닿는 대로 가루가 된다.
유향(乳香)은 흔히 손톱〔指爪〕ㆍ등초(燈草)ㆍ찹쌀〔糯米〕 따위와 함께 가는데, 사발에 물과 함께 담갔다가 갈더라도 아주 힘이 든다. 그냥 종이에 싸서 벽 틈에 넣어두었다가 한참 후에 꺼내서 갈면 잘 분쇄된다〔粉 粹〕.
건칠(乾漆)을 볶을 때는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볶는다. 볶을 때마다 연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곧바로 불에서 꺼내서 식은 후에 다시 볶는다. 다시 연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다시 꺼내서 땅 위에 놓아둔다. 이렇게 3~4번을 하게 되면 연기가 없어진다.
토사자(兔絲子)는 술에 담가 불린 다음에 종이에 싸서 작은 떡처럼 빚는다. 살짝 말려서 습기를 머금은 상태로 두면 갈았을 때 쉽게 분쇄된다. 그 나머지도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간다. 단지 그냥 물러터지도록 술에 담갔다가 갈아서 고약〔膏〕을 만든 다음에, 불에 말려서〔 焙〕 다시 갈아도 확실히 분쇄된다.
모려(牡蠣)〔牡礪〕는 모름지기 먼저 곱게 가루 낸 후 미음(米飮)과 함께 뭉친다. 이렇게 하면 불에 넣어 가열해도 튀지 않는다.
유향(乳香)을 갈아서 통증 부위에 바를 때에는, 현호색(玄胡索) 3자(字 약재 분량의 단위)를 넣으면 쉽게 가루가 된다.
식초에 담가 연단(鉛丹)을 볶거나 소금과 함께 연단을 볶으면 가루가 잘 만들어진다.
통초(通草)는 찹쌀죽〔糯米粥〕과 버무렸다가 불에 말려서 갈면 곧바로 곱게 가루가 된다. 등심초(燈心草)〔燈心〕도 마찬가지이다.
운모석(雲母石)을 가루 내고 싶으면, 모름지기 익모초(益母草)를 짠 즙에 하룻밤 동안 담갔다가 갈면 쉽게 가루가 된다.
묵은 쑥〔熟艾〕을 가루 내고 싶으면, 백복령(白茯苓) 약간을 넣어서 함께 갈아야 한다.
서각(犀角)은 사람의 살〔人肉〕과 접촉시켜 따뜻하게 만든다. 한참 뒤에 빻으면 가루가 잘 만들어진다.
등심초(燈心草)〔燈心〕를 가루 내고 싶으면, 자기〔磁〕 가루나 질그릇〔瓦〕 가루 약간을 넣고 함께 간다.
생금(生金)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무릇 금박(金箔)이나 은박(銀箔)을 만들 때는 자기 그릇 안에 손으로 아교풀〔膠水〕을 조금씩 떨군 후 진흙처럼 곱게 간다. 그다음에 수비(水飛)하고 자기 그릇에 넣어 불에 말리고서 약으로 사용한다. 금박(金箔)으로 약 표면을 감싼 경우에는 많이 복용하면 안 된다.
귤홍(橘紅)을 만드는 방법. 귤피(橘皮) 적당량을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에 거친 쌀겨와 버무려 섞고 손으로 가볍게 훑어주면 귤의 흰 껍질 부분〔白〕이 모두 제거된다.
무릇 토사자(兎絲子)를 갈 때는, 묵묵히 솔개〔老鷹〕처럼 쉼 없이 빙빙 돌려서 갈면 쉽게 가루가 된다.
무릇 황기(黃耆)〔黃芪〕를 굽는 경우에, 황기가 대두(大頭)이면 ‘관(官)’자(字)를 그리듯이, 소두(小頭)이면 ‘인(人)’자를 그리듯이 갈면 쉽게 가루가 된다.
모려(牡蠣)〔牡礪〕에는 암컷과 수컷이 있는데, 약으로 사용할 때는 대부분 수컷을 사용한다. 숫모려는 왼쪽으로 회전하는 모양〔左顧〕인데, 아주 약효가 좋다.
가화산(嘉禾散)에는 비파엽(枇杷葉)을 사용하는데, 먼저 잎 끝의 잔털을 털어내버리고, 완전히 구운 후에 약으로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의 장부(臟腑)를 격동시킨다. 일설에는 ‘비파 잎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肺經〕에 침투하면 천수(喘嗽)를 일으킨다’라고 하였다.
유향(乳香)은 유발(乳鉢) 바닥에 응고된 물에 묻혀, 가볍게 갈면 자연스레 가루가 만들어진다.
자주색 꽃이 피는 백출(白朮)〔朮〕은 닭다리처럼 생긴 것이 좋다. 마른 밀기울과 함께 섞으면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소금으로 버무린 토사자(兔絲子)는 갈면 쉽게 분쇄된다.
유향(乳香)을 갈 때는 종이에 싸서 불 위에서 살짝 그을린다.
모려(牡蠣)〔牡礪〕를 구울 때는 먼저 경묵(京墨 먹)가루를 바른다.
황기(黃耆)〔黃芪〕는 종이에 싸서 좌석 아래에 하룻밤 동안 놓아두면, 이튿날 곧바로 찌꺼기가 생기지 않는다.
백교향(白膠香)을 갈아서 곱게 가루 내고, 뜨거운 다리미로 종이 위에서 그 가루를 다림질해서 고약을 만들면 효과가 신묘하다.
오령지(五靈脂)를 갈 때, 참기름 3~5방울을 넣으면 쉽게 가루가 만들어진다.
무릇 복령(茯苓)을 사용할 때는 복령을 곱게 가루 내서 물에 담근다. 휘휘 저었다가 맑게 침전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부유물은 제거하고 침전물만 거두어서 햇볕에 말린 것이 가장 좋다. 동파(東坡)의 〈복령부(茯苓賦)〉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대마자(大麻子)에서 씨를 채취하고자 하면, 먼저 충분히 뜨겁게 대마자를 볶은 후에 재빨리 싸서 우물 속의 수면(水面) 위에 걸어두어야 한다. 얼마 뒤에 그 껍질이 저절로 떨어진다.
종유(鍾乳)를 씻어 가루를 낼 경우에는, 고운 명주〔絹〕 주머니에 담아서 물에서 일어 씻어낸다. 물 표면에 뜬 것은 모두 유발(乳鉢)〔鉢〕가루이므로 없애야 한다.
쑥〔艾〕은 찹쌀미음과 버무려 섞어서 불에 말리면 쉽게 갈려서 가루가 된다.
사향(麝香)을 갈 때는, 모름지기 물 약간을 묻혀야 자연스레 가루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사향은 반드시 체로 칠 필요가 없다.
무릇 탕제(湯劑)를 조제하면서, 가루 1냥에 볶은 소금 3돈쭝 비율로 섞은 경우에는 용기(容器) 밖으로 넘치지 않는다.
무릇 탕제(湯劑) 속에 소금을 넣은 경우에는 쇠약연〔鐵碾〕에 넣어서는 안 된다. 쇠약연으로 다른 약물들을 가루 낸 후에 소금은 별도로 넣는다.
[주-C001] 쇄쇄록(瑣碎錄) : 중국 북송(北宋)의 관리이자 문인(文人)인 온혁(溫革)이 저술한 《분문쇄쇄록(分門瑣碎錄)》인데, 《쇄쇄록(瑣碎錄)》으로 약칭한다. 온혁의 원래 이름은 온예(温豫)이며, 자(字)는 숙피(叔皮)이다. 그는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양생(養生)에 초점을 맞추어 20권짜리 《분문쇄쇄록》을 집필하였다.
[주-D001] 상진일(上辰日) : 한 달의 날짜 가운데 지지(地支)가 진(辰)이 되는 첫 번째 날이다.
[주-D002] 납일(臘日) : 음력 12월인 섣달의 제삿날을 가리킨다. 사냥한 멧돼지, 산토끼 등의 고기를 바치는 납향(臘享)이 행해지는 날이어서 납일이라고 부른다.
[주-D003] 수(粹) : 원문은 ‘수(粹)'이지만 문맥상 ‘쇄(碎)'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04] 배(焙) : 약한 불기운에 약재를 타지 않게 말리는 가공법으로 배건(焙乾)이라고도 부른다.
[주-D005] 가화산(嘉禾散) : 비위(脾胃)가 조화롭지 못해서 가슴이 그득하고 답답하며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가자핵(訶子核), 감초(甘草), 곡아(穀芽), 곽향엽(藿香葉), 대복자(大腹子), 두중(杜仲), 목향(木香), 반하(半夏), 백두구(白豆蔲), 백복령(白茯苓), 백출(白朮), 비파엽(枇杷葉), 빈랑(檳榔), 상백피(桑白皮), 석곡(石斛), 오미자(五味子), 의이인(薏苡仁), 인삼(人蔘), 정향(丁香), 진피(陳皮), 청피(靑皮), 축사(縮砂), 침향(沈香), 신곡(神麯)으로 구성된다.
[주-D006] 동파(東坡) : 중국 북송(北宋)의 문신으로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소식(蘇軾, 1036~1101)이다. 소식의 자(字)는 자첨(子瞻) 또는 화중(和仲)이며, 호가 동파(東坡)이다.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3소(三蘇)라 불린다. 구법파(舊法派)의 중심적 인물로 활약하였고 〈적벽부(赤壁賦)〉 등의 작품을 남겼다. 《소심양방(蘇沈良方)》은 소식(蘇軾)의 《소학사방(蘇學士方)》과 송나라 심괄(沈括)의 《양방(良方)》 두 책을 후대에 합하여 만든 의서이다. 이 책에서는 임상 각 과의 경험방(經驗方)을 선집(選輯)하고, 의리(醫理), 본초(本草), 단방(單方), 구법(灸法), 양생(養生) 및 연단(煉丹) 등에 관한 내용 역시 수록하였다.
[주-D007] 복령부(茯苓賦) : 《소심양방(蘇沈良方)》 권1에 실린 〈복복령부(服茯苓賦)〉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