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있는 삶
합리적 생각 및 행동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질서이다. 질서에 반대되는 개념들은 부질서, 혼란 등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질서'에 대하여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라든가 "인위적으로 행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함"(무위자연) 등의 사상에 매우 친숙하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와 세계 그리고 나와 우주는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유일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통찰할 수 있는 사고를 요구한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아무렇게나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과 겨울이 차례로 온다. 만일 봄이 지나고 곧 겨울이 온다면 어떨까? 이런 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든지 도대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봄 다음에 곧 겨울이 오는 것과 같은 현상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질서를 망각하거나 무시함으로 인하여 사회혼란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교통의 무질서
무계획한 주택건설
일관성 없는 교육제도
경제와 정치의 부조리
멋대로인 상품가격
들쑥날쑥한 상품의 품질
방향을 상실한 가치관
이렇듯 질서를 망각하거나 무시하는데도 어떻게 우리들이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지, 어떻게 보면 신기하고 기적 같기만 하다. 하기야 10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에서 질서가 이루어지고 있는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모든 것이 질서 없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만일 한 인간이 참답게 성숙한다면 그는 질서의시을 몸에 익힐 것이다. 짐승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의 질서를 따른다. 얼마간의 젖먹이 시절이 지나 어미 옆에서 생존의 기술을 익히면 적절한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새끼는 독립하여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한다. 단지 인간만이 자연의 질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을 보면 지나치게 의존적인 면이 강하고 질서의식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회구조 자체가 젊은이들오래도록 부모에게 의존하게 하는 후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 어른들의 의식 역시 자발성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사외 구성원 각자가 질서의식을 철저히 소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떤 음식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 음식점은 비교적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주인은 어제나 불경기라서, 그리고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세금이 너무 많아서 손해만 본다고 투덜거리며 얼굴을 찌푸린다. 종업원들은 꼬치 꼬치 상세한 내용은 잘 몰라도 음식점의 이익은 꽤 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주인은 월급도 올려주지 않고, 보너스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늘 밑진다고 불평만 한다. 이럴 경우 종업원들은 주인을 불신하고 성실하게 일하지 않을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
어디 이런 일이 음식점에만 국한되겠는가? 회사나 학교, 더 나아가서는 정부의 상황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구성원들각자가 질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맡은 이에 성실할 때 비로소 구성원 서로간에 신뢰감이 싹틀 것이며 그때야말로 사회가 개방사회로 발전할 여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