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본인을 추모하러… 봄비에 韓·日 인사 수십명이 모였다
일제시대 韓 산림·문화보존 힘쓴
아사카와 다쿠미 92주기 추모식
장사익 ‘아리랑’·'봄비’ 불러
김은중 기자
입력 2023.04.05. 03:00
아사카와 다쿠미
아사카와 다쿠미
“한일 간 어두운 과거사와 해묵은 감정들, 오늘 내리는 이 봄비에 다 털어냅시다.”
4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리 묘지 내 있는 203363호 무덤 앞에서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2~1931)씨의 아흔두 번째 기일을 맞아 추모식이 열렸다. 고인은 일제 시대 때 조선총독부 산림과 직원으로 일하면서 한반도 조림(造林)에 앞장섰고, 형 노리다카와 조선백자 등 미술품 3000여 점을 수집해 경복궁에 세운 조선민족미술관에 기증했다. 그의 추모석에는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 적혀 있다.
이날 추모식에는 한국과 일본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을 주최한 ‘아사카와 노리다카·다쿠미 형제 현창회’가 알리지도 않았는데 중랑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형제인 노리다카도 조선 도자기와 공예품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공헌을 했다.
이번이 첫 추모식 참석이라는 소리꾼 장사익(74)씨가 가장 먼저 헌주(獻酒)를 했고 무반주로 ‘아리랑’과 ‘봄비’ 2곡을 불렀다. 장씨는 “나는 몰랐지만 한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준 것이 고맙다”며 “한일 교류에 있어 문화의 힘과 중요성을 다시 실감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 관련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도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심 이 사장은 “한국은 현재 일본 문제로 과거와 미래가 싸우고 있는데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갈등한 당신의 삶에서 작은 용기를 얻고자 한다”며 “당당하게 현재를 살다 간 당신을 등불 삼아 저도 험한 산길에 난 작은 오솔길을 걸어보겠다 다짐한다”고 했다.
이동식 현창회 회장은 “아사카와의 마음을 일본인도 많이 알게 돼 한국과 일본이 더 좋은 친구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창회 간사를 맡고 있는 함재경씨는 “한일이 정치 문제로 시끄러워도 민간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코로나가 끝난 만큼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더 많은 인원이 추모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단독] "건국대통령 적힌 父 이승만 묘비,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사우디에 한국 천무 로켓 배치 확인... “계약규모 1조원대”
“北탁구영웅 이분희, 마약쟁이 남편 탓에 강제노역까지”
100자평18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Babbinocar****
2023.04.05 07:16:23
일본 자만 붙은것이라도 좋아하면 친일행각으로 간주한다. 만저당 당령
답글작성
29
0
사실과자유
2023.04.05 07:33:09
조선의 황폐한 산을 일제식민지기에 조림계획을 세워 산을 푸르게 했다... 이건 역사 책에서 숨기는 팩트.
답글작성
27
1
진정한 우파
2023.04.05 04:09:57
일본인중에 어찌 제국주의자, 군국주의자만 있겠는가? 대부분 그들에게 이용당한 것이지. 그럼에도 현재 일본은 극우들의 세상이다. 일본 극우들의 오랜 염원 "전쟁할 수있는 나라건설"이 이제 눈앞이다. 그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위험해진다. 생명과 관련된 군사적 위험이다.
답글
4
2
36
답글을 입력해주세요.
jinny1
2023.04.05 07:51:08
불은 멀리 있는 물로 끌 수 없다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제1의 군사적 위협은 북괴라는 사실을 '진정한 우파'라는 자가 모를 리 만무하다. 오늘날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 국가이자 북괴의 핵 위협으로부터 서로 힘을 합쳐 방어해야할 군사적 협력국이다.
사실과자유
2023.04.05 07:38:39
가짜우파...현재 일본은 군국주의 나라가 아니라 지유민주주의 나라다. 이런 나라는 침략전쟁을 하지 않고 방어를 위해 군대를 갖는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 김정은 세습 독재정권이다. 비난의 총구는 정으니에게 돌려라.
Worldwide1
2023.04.05 07:37:38
일본이 극우들의 세상이라고? 극우들의 활동만을 보고 현미경을 들이대면 극우들의 세상이지. 돼지 눈에는 돼지로 보이듯. 하긴 이 나라도 종북좌파의 천지였는데.
주석
2023.04.05 07:02:14
국가라면 군대를갖는건 당연한거아닌가 우리가 무능하면 다른 나라에 먹히는건 당연지사. 일본이 안먹었으면 러시아가 먹었을것이다. 실력을길러야 안 먹히고 살아남는다.
수리
2023.04.05 09:21:16
아사카와 형제분 고맙소.고맙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답글작성
1
0
공파
2023.04.05 09:28:40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은 우연히 집어든 책을 통해 알게된 분 - 백자의 나라에 살다, 에미야 다카유키 지음, 박종균 역,고려서적, 1994 - 여느 한국인보다도 더 우리 도자기에 심취해 한국인으로의 삶을 산 분. 이런 분을 기리기 위해 모인 여러 선생들께도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답글작성
0
0
많이 본 뉴스
1
‘다이내믹 싱어’ 현미...운명 전날에도 KTX 타고 대구 공연
2
[단독] "건국대통령 적힌 父 이승만 묘비,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3
[단독] 현관문 고무 망치로 쾅...100억 아파트도 못 피한 층간소음 갈등
4
“떠나기 전날도 지인과 식사 하셨는데…” 故현미 비보에 추모 물결
5
올림픽金 엄마가 아들 운동회 출전… “다른 학부모 압살, 너무해”
6
방사능 14배 우럭 온다? 민주당 日오염수 주장 팩트체크해보니
7
비엔날레에 김건희 여사 초청했다고… ‘수박 테러’ 표적된 광주시장
8
박영효 손녀가 만든 공동묘지, 모란공원 [박종인의 땅의 歷史]
9
트럼프, 체포돼 뉴욕형사법원 출두... 34개 혐의 모두 부인
10
“코인 2억 뺏겨”... 살인 배후의심 부부, 숨진 그녀와 얽힌 소송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