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 원소 spirit
정현수
창문 밖 좁은 아스팔트 도로에 가랑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땅에 떨어진 작은 잎은 힘없이 나뒹굴고 라디오에서는 어느 가수의 슬프디 슬픈 목소리로 '베토벤의 아델라이데'를 노래한다. 노래는 얼핏 누군가를 위해 장송葬送하는 것 같고 나뭇잎은 짧고도 파란波瀾의 순환循環을 생각게 한다. 그 작은 잎은 애초엔 제대로 갖춘 싱싱한 녹색의 파란 잎이었을 것이다. 잎은 자연의 뜻에 따라 태동했고 스스로 행복을 위해 우리 인간에게 의미를 주고 있다. 존재하는 생명에 도움을 주어 삶을 이어가게 한다. 새싹이 돋아 녹색의 푸른 숲을 만들고 이어 예쁜 색으로 바래 예쁨을 주는 울긋불긋 단풍이 되어 세상의 아름다움에 일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의무적 마지막 생을 다 한다. 우리가 옳고 그름의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뭔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도 한다. 내가 해야 할 무언가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다시 시작하는 삶이 되게하는 것이다. 그러고 미련과 함께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렇듯 우리는 낙엽에게서 삶의 영감靈感인 긍정, 즐거움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의 안정을 얻고 있다. 하나하나 진실의 맥이 이어지듯 서로 의지해 경험으로 연관되고 교류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다방면에 쓰임이 있는 필요불가결한 잎이다.
나일 먹고 그날그날을 무난하게 보내려는 건 욕심 없이 필요한 만큼 가지며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나를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떠한 삶이든 그동안의 경험으로 무심하게 맞닥트리는 일상이 됐으면 한다. 혼란의 세월이었던 고행, 역경, 불만의 시대는 흘려보내고 이제는 나만의 세월에 심취돼 무슨 일에 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 뭐든 간에 웬만하면 지나쳐버리고 넓은 세상 속에 아무 일도 없었듯 이것저것(재미)에 휩쓸려 나날을 환하게 보내며 마지막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사회 속의 격리되고 불합리한 단순함에서 벗어나 번잡한 시끄러움과 때론 수선스럽지 않고 조용한 명상에 빠진, 서로 가르는 복잡다단함과 함께하고 싶다. 그동안의 나 자신이 하찮음 속에서 지내온 건 부족한 하등何等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일 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을 알면서도 무언가 마음에 차지 않는 고뇌에 빠지기도 했다. 어쩌면 속된 인생살이라 할 수 있는 허무맹랑이었다. 이제는 어느 시인이 꿈의 판타지에 빠져 꽃을 피운 것처럼 유연한 독창성을 가져 사는 맛이 확실한, 다른 획기적 일상으로 빠져들고 싶다. 그러려면 뭔가가 필요하다. 나만이 가져야 할 '너는 진정 나로 살고 있는가?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찾아내 그것에 맞춰야 할 것이다. 고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5 원소에(물, 불, 공기, 흙, 에테르: 철학적 사고思考 등 다양한 해석과 추상적 물질을 표시하는) 한 가지 원소?를 더 보태 내가 설정한 제6 원소, 즉 물질이 아닌 정신, 스피릿 spirit을(어쩌면 제5 원소 에테르와 합일合一일 수 있음) 더하고 싶다. 뭔가를 새롭게 하고 스스로 몰입하려면 우선 곧은 마음이 함께 해야 한다. 모든 일에 공평하고 마땅한 행위의 올바른 정신이 절대 필요하다는 말이다. 깊이 생각하는, 다시 나를 돌아보는 마음과 무언가 했던 그 일이 과연 정의로워 던가를 냉정한 마음(소설을 쓰는데 필요한)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한편 행복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자기를 멸시하거나 차갑게 하는 사람들이 뭐라 하든 세속적인 따위와는 상관없이 본인이 바르게 추구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야말로 정신적으로 행복한 마음 상태라 누군가는 정의했다. 과정에서 다투고 서로 견제하는 것은 못남, 불편의 속성이다. 늘 마음속으로만 이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다가 헛된 공약으로 되돌려지는 쳇바퀴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의 과제가 결여된 몸과 마음에 머물지 말고 밝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젠 내 스스로 모든 것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시끄러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누군가와 어울려 꿈을 버리지 않은 나를 찾고 싶다. 그들과 어울려 한껏 나래를 펴는 참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 쓰고 있는 글의 허무하고 개탄스러움을 되도록 지향하고 그냥 밝게 쓰고 싶다. 이와 함께 내 생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조금은 상기된 표정, 행복한 모습으로 꽉 차게 살아가고 싶다.
며칠째 내리는 세차지 않은 비는 나를 오만상 십 만상 찡그리게 하고 있다. 나와 데스매치를 하는 것 같다. 굿은 날씨에 버티지 못하고 뭔가에 얽매인 듯 꿔다 논 보릿자루 같다. 책상 위 스피커 소리가 더없이 처량하다. 비 오는 날씨, 음악 때문에 처졌나? 이런 외롭고 고달플 땐 같이 하는 전우戰友가 필요한데 맨날 똑같은 시추에이션뿐이다.
2026.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