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에 대하여
설날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이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 봅니다.
양력 1월 1일은 태양력을 기준으로 한 해의 첫날이니 ‘새해’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력 정월 초하루에도 같은 표현을 쓰는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오늘의 시간 질서 속에서 보면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음력을 주 월력으로 사용하던 시대에는 설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으므로 ‘새해’라는 표현이 당연하였고, 그 시대의 기준에서는 아무런 모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양력을 공적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해 안에서 ‘새해’를 두 번 언급하는 일이 과연 자연스러운가 하는 질문도 가능할 것입니다.
시대의 기준이 달라진 지금,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표현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차분히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은 분명 우리의 고유한 명절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언어 또한 정제될 필요가 있습니다. “설날 복 많이 받으십시오” 또는 “설 명절 평안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하는 편이 오히려 우리의 언어 품위를 더 높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아직도 일부에서 사용하는 ‘구정’보다는 ‘설’ 또는 ‘설날’이라 부르는 것이 우리의 언어 감각에 더 어울릴 것입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리가 쓰는 인사말 하나에도 시대의 기준과 가치가 스며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의 성찰과 책임은 특히 말을 다루는 이들이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
전통을 존중하되, 오늘의 기준 속에서 언어를 한 번 더 다듬는 일.
그 다듬음이 우리의 말을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