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 계단 앞에서 오전 11시 행사라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사안이 중대하여 수백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수십명으로 많지 않았다. 신형배 6.15 남측위 경기 중부 대표와 안산에 윤기종 박사도 만났다. 끝난 뒤에는 이장희 교수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이후 오후 3시 한겨레 신문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있어 4.2km 되는 거리를 걸어 갔다. 처음으로 마포대교를 걸어 건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자살(극단적 선택)하는 한강다리라고 하였는데, 종전에 자살을 멈추라는 주의 문귀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자살 방지용 시설을 잘 해놨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국가내 또는 국가간 정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닌라 라는 생각이 든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사람이나 국가 또는 집단을 제어하기는 어렵다. 이럴 경우에는 물리적 억지 또는 억제력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는 예상 보다 길었다. 좋은 발언도 많았고 때론 과격한 발언도 있었다. 주최하는 사람이나 발언하는 사람들의 본인 또는 단체 홍보의 의미도 크지만, 이런 행사는 나름대로 큰 의미와 역할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 신문사 긴급 토론회의 좌장은 천해성 전 통일부 장관이고, 패널로 김동엽 경남대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권혁철 한겨레 기자. 정욱식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이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을 희망하는 시민 30~40여명이 참석했다. 패널들이 문서나 ppt 등으로 사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의미있고 유익한 토론이었다. 2시간 여 정도의 좌장 및 패널들의 발언과 청중들의 질의 및 이에 대한 응답 등 의미있는 좋은 토론이었다.
천해성 전 통일부 장관이 좌장으로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병호
정욱식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으로 부터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권혁철 한겨레 통일외교안보팀장, 김동엽 경남대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사진 이병호
특히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인 통일 담론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김동엽 교수가 나와 공감하는 발언을 하여, 다른 패널과 청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의를 했다. 한반도 중립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고, 두 국가임을 인정하고 평화와 공존 공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공감대 형성은 2시간 동안 한반도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네명의 북한 및 평화, 통일 전문가들의 발언 그리고 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청중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경청 및 비판적 사고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시국 변화에 큰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정치인 및 언론,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기존의 북한관 및 통일관에 큰 변화가 없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어떻게 자극을 주어 관심을 갖고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대북관, 통일관을 가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객석 왼쪽 맨 앞줄에 앉은 필자. 사진 한겨레
요즘 나의 연구주제이기도 하지만 내 견해를 요약하면, 남북관계의 역사적, 구조적, 실제적 요인을 고려하여 "통일보다 평화와 공영 또는 평화공영에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남북의 평화와 평화적 통일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 그리고 가치의 보편성 추구가 더 높아지고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과 지향적 개념인 통일보다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평화와 공영에 집중하자. 남북의 평화와 공영을 위한 성숙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남북은 한 민족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면 남북의 평화적 통일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 끝부분에 “민족, 통일의 담론보다 평화, 안정, 군축의 담론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인식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 라는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발언은, 토론회에서 나도 발언을 했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 그리고 이를 위한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여 국내외 단체들은 20일 오전 국회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수천년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온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동포들은 남북이 적대와 전쟁 상태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로 되돌아올 것을 온 마음으로 촉구한다.”
200여 국내외 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국회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을 발표, ‘전쟁 반대, 오직 평화!’를 외쳤다.
김진향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전쟁 반대와 오직 평화를 염원하는 범국민·해외동포 일동’ 명의로 발표된 평화선언문은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는 관념이 아닌 엄혹한 현실”이라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는 주권자의 의무와 책임으로 모든 노력,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전쟁을 촉발하는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평화협상에 나서라”, “전 국민과 해외동포들은 전쟁 반대, 평화 선언에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첫 포문을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앞서 이들은 윤미향 의원실과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북관계 근본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발표자 김광수 ‘(사)부산평화센터 하나’ 이사장의 ‘통일 전쟁’ 관련 발표내용을 문제삼은 바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는 이 땅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군사 위기를 고조시키고 남북관계 악화 단절로 귀결되었다”면서 “3월 예정된 한미연합연습과 북의 동계 군사훈련의 막바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 모두 적대와 대결을 멈추어야 한다. 서로를 자극하고 힘으로 누르려는 대결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선언하는 행동에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종교계를 대표해 조헌정 예수살기 대표는 “오늘 우리는 전쟁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며 “우리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오늘 이 시간이 단순히 구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행동으로 나아가야 하겠다”고 촉구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미국에는 항공모함이 통틀어 11척이 있다... 그 5척의 항공모함이 오는 4월에 한반도에 총집결한다”며 “한미일 전쟁 동맹이 대규모로 전면 가동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전쟁 획책을 하는 저 윤석열 일당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이성만 의원과 임지현 여산생명재단 박사, 우희종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등이 발언했으며, 해외에서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의장, 한정화 독일 코리아협의회 대표, 임미아 재불한인여성회 전 회장이 녹음으로 뜻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진향 공동대표는 “오늘까지 200여 개 소속 단체들이 입장을 표명해 줬고, 3월에도 4월에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2월 27일 만민공동회, 3월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등이 예정돼 있고, 매주 시청앞 촛불광장에서 ‘탄핵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며 “탄핵의 촛불을 평화의 촛불로 이어가는 데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