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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숙8~11 | g1
작성자 : 김영순 (gamsun2) (2003-07-06 오전 05:13 조회수 : 2)
8信 3-23-99 정계로 진출했더라면 높은 한자리 앉았을 게고 영화배우로 나갔으면 주연배우는 따 논 당상이었을 숙이 넌 가정생활에서도 단연 현모양처로다. 이를 갈며 이서방이 나를 차 버렸어요 기죽을 내 아니지 새 애인 생겼다네 홍도화가 꼬집어서 그랬다면 크게 후회 할 것이요. 이름이 많다보니 한 사람쯤 틀리리라 짐작했었다 화창한 봄날처럼 꽃다운 그 나이에 연애도 학문도 온갖 정열 다 바치거라. 숙아! 엄마께서 쾌차하셔서 양평으로 가셨단 소식 듣고 반가움에 pen을 들었다 현대의학이 그만큼 발전했고 또 자식들의 지극정성으로 꼭 오래 사시리라 믿는다 봄이다! 봄이 되니 작약도가 생각나는구나 우리네 人生의 봄이기도 했던 때 그날의 연 초록빛은 지금까지 어느 색깔에서도 보지 못했노라 온 섬 전체가 연초록으로 덮여 있었고 바다까지도 온통 그 빛깔로 물들여 졌던 기억밖엔 없지만 우리에게 그런 한때도 있었구나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던 암울했던 내 人生의 봄날은 왜 그리 활짝 피지 못하고 움츠려들기만 했을까 그리고 나의 외로움과 그리움은 내 젊은 날의 안쓰러움에 비하면 무진장한 사치로만 느껴지는구나 하여 난_ 이 사치스러운 부유층이 되어 온갖 거드름을 다 떠는 것 같음이 은근히 싫어지고 마누나 친구여! 우리함께 아주 작은 일 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려는 습관을 들이자꾸나 내 가까이 있는걸 보지 못하고 멀리 있는 것만 바라보는 건 허구일 뿐 우리네 인생에 아무런 보탬이 없다는 진리를 깨달으며 살자 이윽고 영순이가 통달도사가 되어 가소로운 충언을 하니 쬐금은 간지럽다 하지만 친구여!! 이 나이에 한 줄 pen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가슴속에 남아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줄 모른다네 그 행복을 준 네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만 안녕을... 잘 있으랑게 숙아! I am 16 Going on 17~~~~~ The sound of music에 나오는 달콤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우리었는데 지금은 --.우리의 막내들도 그 나이를 넘어서 버렸구나 어떤 가수 못잖은 너의 낭랑한 목소리로 불러주던 그 노랫소리가 그립다 가곡도 좋고 가요도 좋고 민요는 더욱 좋았었지 친구야 ! 사는 게 별거더냐 우리 노래나 하면서 살자 세상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고 세상이여! 내게 맞추라 하고 살자 욕심나는 부귀영화 주위에 즐비해도 그런건 나를 받혀 주기 위한 연극 무대의 장식과도 같은 것 스스로 주인공임을 자부하면 그 어떤 초라함도 눈부시게 빛나리라 우리가 가난하면 얼어죽어 가는 성냥팔이 소녀만큼 가난하겠느냐 마음이 부자이면 어느 곳에서도 빛을 발하리니 친구야!! 움츠리지 말고 활개펴는 중년을 보내자꾸나 예쁘게 피어오르던 튤립이 봄눈에 묻혀 안타까워했더니 눈 녹은 뒤엔 더욱 더 싱싱하게 고개를 쳐들고 야무진 모습으로 땅에 붙어 피어있는양이 너를 본 듯 반가워서 튤립이라 이름지어 주었것만 아무런 대꾸가 없으니 불만이라도 있으신가? 숙아! 너의 부자 인생을 설명해 줄까나? 곱게 자라나는 네 공주님의 파란 싹이 너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게고 기브스한 듯 목에 힘주시는 남편을 향해 앙탈을 부릴 수 있고 온갖 푸념 늘어놓고 싶으면 받아줄 준비되어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고 너의 예쁜 모습 일일이 기억해주는 내가 있고 펜을 들어 하소연이건 투정이건 자랑이건 과거 현재 미래로 사방팔방 휘둘러 편지 쓰며 마음 터 놓을 수 있는 내가 또 있고 산을 사랑할 수 있음이며 꽃이 피고 짐을 느낄 수 있는 그 감성하며 주님을 흠모하여 매달릴 수 있고 주안에서 맺어진 자매 님들과의 우정도 특별할 것이고 언니동생 부모님들 모두 품어안을수 있는 넒은 가슴이 있고 남들은 수십 년을 빌고 빌라도 못 가진 넒은 빌라도 있고 예쁜 피아노에 신청곡을 아무 딸에게라도 연주해달라고 할 수 있고 어느때 어느 장소에서도 당당함을 갖을수 있는 그 야무짐하며 넌 아주 특별하게 잘 살아가고 있음을 내가 보증한다 그리고 호박죽은 내게 빼앗겼다 치지만 음식 솜씨 하면 영숙 女史거 아니겠나 너의 연근조림은 너무 환상적이야 이다음 가거들랑 도시락 통으로 한 통만 싸주라 이곳에서 먹으며 뽐낼 수 있게 말이다 참기름 냄새 물씬 풍기는 뽀송뽀송 막 무쳐 논 멸치하며 보글보글 끓여 내온 찌개에 항상 사랑이 넘치는 너희 집 식탁이었지 우리들의 우정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만큼 난곡에서-- 수유리에서-- 온수동에서-- 그리고 잠실에서 만나기만 하면 밥! 밥!! 먹는 것에 집착이 많아서 키가 요만큼 인가? 그게 옆으로 퍼져서 탈이지 위로 갔더라면 애자도 현령도 넘었을 게다. 만나기로 한날은 한끼라도 소월할세라 그저 먹일 궁리만 했지 얼지 하나를 무치더라도 갖은양념 아끼지 않고 거기에 사랑을 듬뿍 쏟아 부었기에 그처럼 맛이 훌륭했을까 내가 굴비 맛을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 만은 아까운 줄 모르고 덥석 구워 내준 굴비는 지가 비싸봤자 돈으로 게산될수 있겠지 그러나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그 마음은 그 情은 두고두고 내 가슴에 남아 우리 우정의 두께에 한 층을 더 보태게 되었고 겨울날! 이제 부자 되었으니 네게 수박 사달라고 해도 되지? 하던 내마음의 부유함은 지금도 가슴이 찡해오는구나 겨울날 수박 먹는 맛보다 부티 나는 멋을 한층 더 높이 샀던 나는 지금은 사계절 부담 없이 수박을 먹을 수 있으니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멋스러움의 극치를 이루어야 하는 게 아닌가싶다 누구보다도 그 어떤 집보다도 맛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너의 집은 진짜 멋을 아는 집안이라 생각해 본다 가마솥도 아닌데 너처럼 숭늉 밥을 맛있게 끓여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 숙아! 손님이 온다면 머리가 무거워 지는 게 왜 인가 했더니 나이 들어가는 증상이나 보다 사람 좋아하는 선영아빤 걸핏하면 집으러 불려들일 궁리만 하는데.. 없는 요리솜씨 발휘해가며 집안 구석구석 음식냄새 베이게 하던 즐거움도 젊어 한때인 것 같구나 손님접대는 무조건 밖에서 해결하려하는 마누라가 이해가지않아 투정 반 눈치 반하는 남편에게 할말이 생겼단다 '이젠 나도 늙었다우' 라고... 숙아 ! 네 남편 외식 싫어하는 것 원망치 말라 그건 순전히 음식솜씨 좋은 마누라 탓 아니겠냐 너도 외식 갔다와서 비싼 값에 먹잘 것 없더라고 화가 났질 않았느냐 그 양반은 어디가 그리 복이 많으시기에 취미처럼 시장 봐다 안겨주면 온갖 산해진미를 요리해내는 아내를 만나 온갖 호사스러움을 다 부리시는지 모르것다 숙아! 애들한테 전화 통화 짧게 하라고 잔소리하는 부근씨가 드디어 내게도 한 소리 하는구나 읽는 사람 생각해서 좀 간단하게 쓰지 무슨 소설을 쓰느냐고... 더 싫은소리 듣기 전에 그만 마치려한다 전화 속에서 편지하라 속삭이던 그 말을 상기하여 착한 짓 할양 너를 찾았노라 안녕. 덴버에서 영순. 제 10 信 8-29-99 dear영숙 난 현령에게 어머님 일본여행(동창회 참석차) 시켜 드림을 칭찬했고 애자의 착한 마음씨를 칭찬했다네 그대 또한 나를 칭찬했구려 이 사람아 진작 말하지 그랬나 그랬음 오기로 그 엉터리 3행시를 계속 고집했을 텐데 말일세 그대가 권한 시조를 읊으리니 읊겠네 몇십년 만에 처음 외워본 한시인데 마침 내 느낌 그대로를 쓴 것 같기에 그대에게도 소개하니 장미 접다말고 심심하면 외워보시게 그 옛날 시 외우던 실력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게야 그게 그리 쉽지가 않더구먼 고상한 척 컴퓨터 앞에 앉아 폼을 잡아도 그건 오락게임을 할 것이라 들키고 말테니 그런 시간 짬짬이 외워봄직도 하지 않나 난_ 어려운 건 딱 질색일세 그래서 쉬운 우리말로 풀이된걸 외우도록 권하네 漢詩 가난을 스승으로 청빈을 배우고 질병을 친구로 탐욕을 버렸네 고독을 비려 나를 찾았거니 천지가 더불어 나와 짝 하누나 산은 절로 높고 물은 스스로 흐르네 한가한 구름 위에 잠시 나를 실어본다 바람이 부는 대로 맞길 일이지 어디로 흐르던 상관할 것 없네 있는 것만을 찾아서 즐길 뿐 없는 것을 애써 찾지 않나니 다만 얽매이지 않으므로 언제나 즐겁구나. 숙아!! 언제나 처럼 편지를 받을 때면 반가움에 급히 뜯어 단숨에 읽어 내린단다 그리고 두고두고 찬찬히 읽는다 처음엔 시조나 지으란 줄 알고 가슴이 덜컥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읊으라고 했구나 너의 그 점을 내가 칭찬한다 말 잘 듣는 나인데 그대가 시조를 지으라면 지어야지 어떻허냐 아무튼 머리 무겁게 해 주지 않아 너무 고맙다 한가지 컴퓨터에 글씨 찍는걸 배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어려워서 그만 두었는데 너는 해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직장의 오버타임시간 끝나면 나도 재도전 해볼 테니 기대하시라~!! 하다가 못하겠으면 또 포기하지 뭐 숙아~ 함평천지 나비축제에 대해서는 현령한테도 잠깐 들은 바 있기에 그래서 난 전국노래자랑 비디오를 손꼽아 기다린단다 축제가 있는 고장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프로이기에 행여나 올까 계속 빌려다 봤더니 5月 7日 함평천(아마 영수정을 그리 불리는 것 같지?)에서 녹화한다는 안내자막이 나오더구나 그러면 6月 어느 땐가는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고향의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내고향 산천을 한눈에 볼 수 있다니 마음이 설레는고나 숙아 네가 불행하지 않으면서 불행한 척 한다는 그 말은 진짜 맞다 그러나 넌 잘 났으니까 잘난 척 하는 게지 못나 가지고 잘난 척 하는 게 절대 아냐 행복도 그래 - 행복하기를 원하지 말고 그냥 행복하다고 믿어버리렴 그 행복이란 놈은 기다리고 있으면 절대 오는 법이 없더라 내가 인정해 버리면 내것 일 수 있는 게 바로 행복이더라고 난 말이다 차 한잔을 마시더라도 그날의 분위기와 느낌에 따라 찻잔을 고른단다 이 말은 내게 품위와 고상함이 우러나서 그러는게 아니고 그냥 혼자 마시기 심심하니까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혼자 노는 버릇 같은 거지 사과상자를 놓고도(어떤 과일이던)한번은 맛없고 못생긴 것부터 골나서 먹었다 그게 싫증나면 다음 상자는 예쁜 것 맛있게 보이는 것부터 골라 먹었지 이번에는 어떤 것부터 먹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그랬단다 (가엾지?) 그러다 보니 맛있는 것부터 골라 먹을 때는 항상 예쁘고 맛난 사과를 먹게 되었고 다음을 위해 못난이부터 골라서 먹을 때는 그건 언제나 제일 맛없는 것만 먹는 격이 되더구나 얻은 결론으로 난 그중 최고로 맛있는 것부터 먹는 습관을 갖기로 했으니 얼마나 현명한지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한다 生活도 역시 그러하더라 현재의 가장 좋은 것만 추려서 생각해 보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네게 시리즈로 행복타령을 열거해 주었다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네가 장미를 접고있는 네가 얼마나 행복한 모습인지 사진처럼 떠오르는구나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그 마음도 나는 알지롱 난 테트리스 게임을 즐겨하는데 기록을 깨면 깰수록 그리고 외고의 점수를 얻기까지 날새는 줄 모르고 게임기 앞에 앉아 있다가 허벅지 근육이 꼬여서 사흘동안 일을 못하고 약을 먹은 적이 있다만 그 무언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멋있는 일이지 나치 내가 정열의 여인이지 않나 착각하며 프로야구에 빠지고 판소리에 바지고 오페라 트롯트 드라마...풍덩풍덩 잘도 빠지네 지금은 날마다 집필(?) 하는데 빠져 있단다 비록 하루에 한 두줄밖에 써 내려가지 못할지라도 바쁘디 바쁜 이곳 생활 중에 꼭 갖어야할 나만의 시간이기도 하단다 pen을 놀리고 잇자면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시력이 나빠서인지 나도 모르게 눈을 반쯤 감겨져 버리더구나 정신을 차려 크게 떠도 도로 작아지니 안경을 끼던 잠을 충분히 자던 처방이 필요한 상태라구 돋보기를 써야 하는데도 그냥 잘 보이는 척 하다 보면 눈은 나도 몰래 가느스름해지지만 그래도 안경을 안 쓰려고 억지를 부린단다 눈가에 생기는 주름은 내가 화장을 잘못해서 그려졌노라 치고 희끗이 솟아오르는 흰 머리칼은 부시시한 머리 속에 반짝이니 윤기를 얻은 양 거울을 쳐다보며 빙긋이 웃어보고... 우리 집 욕실의 거울은 조명발 때문인지 실상 보담 조금 더 괜찮게 보인단다 (흰머리도 윤기처럼 보일 정도로) 내가 거울을 들여다 보는곳은 좁은 욕실 안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 이기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만 가급적 거울을 보지 않으려는 나의 의도는 자신의 나이 들어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숙아! 전엔 말이다 남편 잘 둔 아내가 목에 힘을 주어도 어울렸음직 했는데 이젠 _. 자식들이 반듯하게 잘 자라주는 엄마들이 어느 곳에서도 가장 당당해 보이더구나 두 job 세 job(직업) 뛰어가며 오로지 애들 뒷바라지로 人生을 건 사람들이 자식들 공부 열심히 하고 품행이 좋으면 그 부모의 어떤 초라함도 성공적인 삶으로 빛이 나고 자식들 마약이나 뒷거리로 방황하게 되면 그늘진 부모들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보이고 귀금속에 고급패션도 초췌함으로 빛이 바래 보이는 건 우리들은 어쩔 수 없는 엄마이기 때문이나 보다 예쁜 내|딸들은 공짜든 비싸든 가리지않고 좋다는 것 'ㅈ' 자만 들어도 엄마한테 안겨 줄려고만 하니 눈물나도록 고맙지 뭐냐 지난 연말카드 장식 해 놓았던 그 자리엔 'star wars' 극장표 두 장이 있고 고급 일식 레스토랑 초대권이 두 장있고 아주 맛있는 아기돼지갈비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의 5불 할인티겟이 놓여있지 아무한테도 (시집간 언니?) 주지 말고 엄마 아빠 몫이라고 못박아 놓은 거란다 엄마 볼링가요 돈도 내주고 운전도 해줄 테니 그냥 몸만 갑시다 그토록 애원하는 딸들에게 딱 한 번 따라갔다 것두 공 한번 안굴려보고 자리 지키고 앉아 있었을 뿐 그래도 스트라익이 나오면 신이 나서 옆사람것까지 참견하며 손바닥을 마주쳐 주기도 했다만 가슴속 가득히 넘쳐나는 '흥'이 있지만 그 '흥 풀이'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사는 이곳은 분명 개똥 무덤인 게야 안녕 잘있으랑게 Denver에서 젊은태양이(내력은 알고있지?) 제 11信 7-18-99 숙아! 부근씨와 싸우지 말라는 네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 아침_. 졸리운 모습으로 도시락을 싸는 그 짧은 시간에도 너무 많이 싸지 말고 양을 조금 줄여달라는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 국을 퍼담는데 왜 자기 부탁 아랑곳없이 많이 담냐고 따지듯 하는 양반을 신경질적으로 째려 봤다해서 한소리 들었구나 걸고 넘어지려고만 하면 무슨 꼬투리던 잡히기 마련이니 어찌 싸우지 않을 수가 있겠냐 미안타 니 충고 못 들어 줘서... 안 그래도 주포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에 발바닥 찔리어 가면서 해수욕이랍시고 해마다 행차하던 그리움에 몸을 뒤틀고 있는데 너의 돌머리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드는구나 달빛 고요히 흐르던 그 밤에 아득한 언덕받이 밑으로 바다가 전개되었고 달맞이꽃은 어쩜 그리도 예쁘게 피어있었던지 그곳은 바로 내 정서였다 그러하니 이 기홍씨 파트너 잘못 골랐도다 이곳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능선을 바라보면서 저기 저쯤에 바다가 보일법도 한데 아무리 달려봐도 보이는 건 그져 뭍일 뿐... 바닷가 아낙이 산촌으로 시집을 가서 바다가 그리워 산으로만 오르면서 어디쯤에 바다가 보일까 하며 미처 돌아가는 '갯마을'의 해순이 심정이 되기도한 내게 한 가닥 숨통 터지는 일이란 예쁜 너의 편지 한 통이라 할까? 숙아! 결혼 기념일이 별거더냐 우리 스스로 소중하게 생각하면 아무리 작고 초라한 파티도 빛이 나게 마련인 게지. 몇 해전에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은 두분 만의 날이니 알아서 하시라는 딸의 말에 그 입을 가로막는 나의 한마디는 그날로 인해 수지맞은 이는 바로 너희들 아니냐고 따졌었다. (나 똑똑하지?) 그래서 올해도 억지춘향으로 (이건 내 생각이고 애들은 진심으로) 지네들이 일하는 레스토랑으로 초대되었지. 우리가 저만 했을 때면 만약 내 일터에 엄마 아빠가 오신다면 위축된다던가 쑥스러울 일이었을 텐데 경록과 유영은(신세대) 달랐다. 캐셔방 커튼사이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나랑 눈만 마주치면 그 예쁜 보조개 쏙 들어가도록 활짝 웃어주는 경록이가 눈물나도록 귀여웠다. 날아다니듯 분주한 유영이도 틈틈이 엄마 아빠를 챙기면서 효녀인 척 뽐내고 다니더라. 애들은 일하고_ 우리는 식사하고_ 좀처럼 시간이 맞질 않아 함께할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파티도 파티가 아니겠느냐! 딸들을 일터에 두고 우리 부부만 집에 들어오기 거시기해서 싸가지고온 축하 케익을 나눠먹자는 핑계로 한 지붕 아파트에 사는 전도사 집엘 들렸다. 그가 몇 주년이냐고 묻길래 손가락 짚어보며 23회도 같고 24~ 에고 모르것다 했더니 젊은이답게 잽싸게 계산해 보더니만 오늘이 바로 은혼식 이시네요 하더라. 그 소리에 좀 오래 산것 같기도 하고 그냥 마음이 씁쓸해지더구나. 그리곤 집에 와서 CD랑 tape이랑 모두 뒤져봐도 없어서 못 듣고만 "금혼식"의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숙아! 영리하고 공부 잘하던 네가 그 똑똑 다 어디 가고 멍청해지려고 애를 쓰느냐. 이 형님이 훌륭한 스승 되어 행복타령을 그처럼 줄줄이 엮어 줬건만 왜 자꾸 잊어버리는가!! 또 우리가 국민학교때 부여로 수학여행을 갔지 언제 서울로 갔다더냐 내가 꼭 이런 것까지 기억하게 챙겨줘야하느냐 어디 네 부모님께서 널 수학여행만 안 보내섰간디? 홍도는 어떻고 함께 가고 싶어서 목이 달게 사정하였건만 요조숙녀로 규중처자로 만드실 양 꼭꼭 갇워두려고만 하셨으니 그래도 호박씨 제일 먼저 깐 사람(?) 부뚜막에 제일 먼저 올라간 고양이(?)는 바로 너 아니었는가? 그리고 곱게 길으셨기에 수지맞은 기홍씨가 지금껏 네 부모님 봉양 깍듯이 하지 않을 수 없질 아니하지 않겠느냐 (부정+부정=긍정+부정=부정+부정=긍정 어휴 어렵다. 상옥에게 맞는가 물어보거라) 친구야~ 신혼여행 때 너 안 데려 갔다고 따지지 말아 주라. 얼마나 싸우고 돌아다녔다고 오죽하면 낮에 버스 안에서 우리들을 목격했노라 던 사람을 우연히 잔치 집에서 합석을 하게 됐는데 그 치가 생각키엔 우리가 그 날밤을 못 넘기고 헤어질 걸로 봤나보더라. 어찌나 내게 치근덕거리던지... 그걸 빌미로 해서 내가 신랑한테 얼마나 당했겠는가! 꽃다운 자기 새색시 (내생에 가장 예쁠 때였겠지?) 누가 넘보면 감싸거나 감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끼 부린다고 구박만 주니 그 설움! 분통터짐을 어찌 견뎠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내 자신이 너무 용하다. 그래! 나도 예쁜 새색시 시절이 있었구나. 난곡에 살 때 앞집에 새댁이 이사를 왔는데 어찌나 눈부시도록 예뻐 보였던지 푸른색 옷을 입고있으면 파랗게 빛나 보였고 붉은 옷을 입었으면 역시 타오르듯 빛나 보였다. 그녀가 특별한 미인은 아니었으니 그건 바로 젊음의 빛이었음을 알았다. 우리 선영이 애기때 다니던 병원 원장이 나만 보면 한 두 개쯤 빠진 이가 보이도록 입을 벌려가며 황홀스럽게 쳐다보면서 목이 마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노 의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 그분이 음흉한 노인네 여서가 아니고 내가 새댁에게서 보았듯 그분도 내게서 젊음의 빛을 보았을 게라고.. 빛나던 그 시절은 추억한켠에 자리잡고 이 시름 저 시름에 마음 조이면서 살다보니 어느새 은혼식을 넘기고.. 그러다 보면 끝날 도 오겠지. 숙아! 섬뜩이는 끝날 이란 말에 맘이 조급해지지 않니? 해보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너무 많은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면 어떻허냐 그래서 얻은 결론은 욕심 버리고 편안해지는 것 작은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지혜를 갖게 되었다. 주님 내 잔이 넘치나이다. 감사합니다 라고... 오늘은 <7-16> 금혼식 멜로디가 너무 듣고 싶기에 유영에게 명령을 내렸다. 배우진 않았다지만 연습해서 내게 들려달라고 말야 건반 앞에 앉아 열심히 두드리더니만 제법 그 멜로디를 만들어 내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처음엔 행복하고 사랑스럽게 나가다가 여기는 人生살이 고달픈 시절이며 싸움과 한숨이 있는 듯 하다가 다시 평화와 사랑스러움으로 표현됨이 진정 일평생 살아온 부부애를 그린 곡이라며 나보다 더 흥미 있어 하는구나. 한 이틀만 기다리면 완벽한 연주를 해 줄 테니 기다리시래나. 네 홍어 자랑은 진짜로 약오를 일이다 만 여기 한국마켓에도 흑산홍어는 아닐지라도 냉동홍어를 판단다. 그럴 듯 하게 얼큰하게 삭혀서 먹는 멋을 누렸지 2층에 사는 꼬마쟁이한테도 먹였는데 그 녀석도 피는 못 속이는지 냄새 고약한 전라도식 홍어 맛을 알아 가지고 지네 엄마한테 졸라서 홍어를 얻어먹는데 얼큰하지 않으면 이 맛이 아니라고 한다는구나. 그리고 그 애가 독일에 있는 이모 집을 방문했을 때 "뭐가 먹고싶니" 물으면 "홍어요" 하더래 얼마전 그 이모가 이곳에 왔을 때 나를 보자마자 3층아줌마(홍어 아줌마)이시죠? 그러더라. 요즈음은 홍어대신 주말마다 부근씨가 낚시 가서 잡아온 트라웃 회 먹는 맛에 딸들까지 모두 미식가가 되 버렸단다. 슈베르트의 숭어 노랫말 그대로의 장면에서 갓 잡아올린놈을 부리나케 날라와서 싱크대 앞에 서서 키친타월깨나 낭비하며 부근씨 손수 회를 뜨니 난 초고추장 하나만 만들면 된단다. 숙아, 네 남편 외식 싫어하는 것 원망치 말라 그건 순전히 음식솜씨 좋은 마누라 탓 아니겠니? 너도 남편한테 전염되어 외식 갔다와서 화가 났질 않느냐 그 양반은 어디가 그리 복이 많으시기에 너를 만나 온가 호사스러움을 다 부리시는지 모르것다. 숙아! 엊그제 받은 네 편지에 이어 오늘 또다시 내손에 쥐게되니 기쁨과 놀라움이 겹치는구나(7/17) 현령 역시 두 통의 편지를 한날에 받게 하면서 예쁜 짓 했으니 머리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까지 떨더구나. 아이쿠!! 이 귀엽고 예쁜 친구들아 정말 고맙다. 그리고 이 사람아 주방 아줌마 경력이 몇몇 핸가? 아직껏 뜨거운 기름방울에 몸을 튀기다니 조심 좀 하게나 그려. 편지 쓰다가 갑자기 칼슘섭취가 생각이 나서 먹기 싫은 우유한잔을 갖다놓고 마시고 있다. 난곡집 냉장고에 남아 돌아가는 우유가 부러울 때가 있었댔지? 이곳에 와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우유로 목욕을 시켜 줄 테니... 고3 막내에게 향한 안쓰러움을 전하는 네 말에 그런 마음고생 한번 해보지 않는 내가 쬐끔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여전히 고3 엄마 건강히 잘있으소. 7.18.99 **애들한테 전화통화 짧게 하라고 잔소리하는 부근씨가 드디어 내게도 한소리 하는구나. 읽는 사람 생각해서 좀 짧게 쓰지 무슨 소설을 쓰느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