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지동치듯 불고
궂은 비는 붓듯이 온” 새벽.
수영장에서 관절과 호흡을 다스리고 나서니
비는 알맞게 내려 목탁 치는 우산의 박자로 걷는다.
하늘과 벗하다 땅에 내린 낙엽이 무덤에 이르기 전,
빗물로 단단히 묶인 보도의 칠성판에 곱게 누웠다.
더는 윤회치 말라며 즈려밟는 그의 육신에서
차박~ 차박~ 촉촉한 노래가 새어 나온다. :
해의 살에 무수히 찔려도 반짝이며 빛났고
바람의 핍박에 평생을 시달려도 춤을 췄고
꽃을 위한 고된 노동에도 푸르게 노래했다.
꽃에 찬탄하고 환호하지만
키워준 나를 기억하는 이 없어
스스로 꽃 되어 네 발아래 놓이리니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깊은 공경을 드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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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끝났어.
뒤풀이로 가슴을 달래기에는
반년 세월의 사연이 너무 많아 차라리 입을 닫네.
공연이 끝난 후의 허망함, 정상 오른 후의 쓸쓸함.:
땅 위에 밀착된 노랗고 붉은 저 낙엽은
며칠 더 버티겠지만 그럴수록 초라하지.
빠르게 몸 말리고 바스러지며 떠나야 해.
공연이라는 꽃의 시간이 지나고
불이 꺼진 낙엽의 시간이 오면,
누렇도록 오래 적은 사연을 누이고
지난 허공의 소리 아련하게 떠나야 해.
해보다 밝은 불빛 아래에서
장미보다 붉게 피었던 우리,
고난으로 익은 과일이라 달았어.
최선을 다했기에 아름다웠어.
다음의 만남은 없겠지만, 있다고 믿기로 해.
하나의 호흡으로 하나의 가슴 되었던,
모두 안녕하길 바라고 빌어.
공연은 끝났지만. 기록된 우리의 역사는 오랠 거야.
첫댓글 저는 아직 여운이 남아 있네요. 밝은 조명 아래 즐기는 저를 봤어요. 가슴 속에선 실수 할까봐 심장이 요동쳤지만^^; 즐길 마당을 마련해주신 원장님들과 지도 선생님 그리고 동료 회원분들 수고 많으셨어요~~감사합니다^^
여운: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지.
연주의 끝에 소리 사라져도 남는.... 몸의 농현만이 환상으로 남아 너울거리는....
손에 남은 그의 체온처럼, 귀에 맴도는 음성처럼...여운을 음미한다면 한 차원 높은 예술의 세계에 든 것이야.
더구나 즐기다니! 잘하는 건 재주일 뿐, 즐겨야만 진정한 음악인이지. 전공자도 즐기지 못하면 괴롭고 슬픈 것.
심장의 요동, 박이 딱 칠 때까지 빠르게 뛰다가, 장구의 덩 소리에 같이 심장이 터지며 쏟아지는 소리.
소리의 파도에 심장의 박동은 묻히지만... 박 소리 전까지의 그 긴장과 북소리보다 큰 심장소리.
나태해질 적, 이를 떠올리면 다시 붉은 꽃이 피고 심장이 뛸 것이야, 진정한 소리사랑이므로.
그리하여 성공을 축하합니다.^^
동백꽃봉오리처럼 지었습니다.
온몸으로 지는 동백.
하늘에 피면 곱게 아름답고
떨어져 땅에 피면 처절하게 아름다워
두 번 피어 고움과 처절의 빛을 남기고 가는 꽃.
펴서 아름다웠고
지어서 더욱 아름다워진
방울님의 거문고 소리,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오르심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