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롤터 해협은 자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유일한 바닷길이다.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 남단과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 끝을 좁디좁은 틈으로 겨우 벌려놓았다.
양쪽 입구에 각각 솟은 바위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으로 불린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세상의 끝'까지 가서 게리온의 황소 떼를 몰고 왔다는 데서 우래했다.
북쪽 관문인 지브롤터는 스페인 땅에 있지만 스페인 영토가 아니다.
1704년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때 잉글랜드-네델란드 연합 함대가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영국의 해외자치령으로 남아 있다.
두 나라가 300년 넘게 영유권 다툼을 벌여 온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지브롤터는 인구가 3만2천명에 불과하지만 최고 수준의 독립적 주권을 누린다.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영국의 속령 중 유일하게 유럽연합(EU)의 일부로 편입돼
유럽의회 투표권을 행사한다.
교육.의료.주거 등 일상생활에서 영국에 버금가는 사회보장체제를 갖췄고,
관광과 금융 분야에서 지정학적 이점에 힘입어 유럽연합의 한 식구로 번영을 누린다.
스페인의 영유권 주장이나 영국과의 공동주권(콘도미니엄) 요구에 시큰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브롤터는 지난 23일 영국과의 공동연합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잔류'(투표율 84%, 지지율 95%)를 원했다.
전체 결과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찰최)로 나온 것에 누구보다 실망하고 있다.
지브롤터의 고민은 영국에서도 독립하고 싶지 않다는 데 있다.
자치정부 수반인 파비안 피카르도 수석장관은 27일(비비시) BBC 방송에 '영국령으로 있으면서
동시에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트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영국의 정식 국호)의 4개 홈네이션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들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조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