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八月令 ~ 十一月令 /정학유
9. 八月令 (양력9월)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조 돌아 서천(西天)을 가리키니
선선한 조석(朝夕) 기운 추의(秋意)가 완연(宛然)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서 들리구나.
백곡을 성실(成實)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功生)한다.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黃雲)이 일어난다.
백설 같은 목호송이 산호 같은 고추 다래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구 장만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요
나무꾼 돌아올 제 머루 다래 산과로다.
부모님 연만(年晩)하니 수의(隧衣)도 유의하고
그나마 마르재어 자녀의 혼수(婚需)하세.
집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기명(器皿)이라.
참깨 들깨 거둔 후에 중오려 타작(打作)하고
담뱃줄 녹두 말을 아쉬워 작전(作錢)하라.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北魚)쾌 젓조기로 추석 명일 쇠어 보세.
신도주(新稻酒)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先山)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웃 반물 치마 장속(裝束)하고 다시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소복(蘇復)이 되었느냐.
중추야(仲秋夜) 밝은 달에 지기(志氣) 펴고 놀고 오소.
금년 할일 못다하니 명년(明年) 계교(計較) 하오리라.
밀대 베어 더운갈이 모맥(牟麥)을 추경(秋耕)하세.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인공(人功)만 그러할까 천시도 이러하니
반각(半刻)도 쉴새 없이 마치며 시작느니.
구월이라 계추 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울밑에 황국화는 추광(秋光)을 자랑한다.
10. 九月令 (양력10월)
구월구일 가절이라 화전(花煎) 천신(薦新)하세.
절서를 따라가며 추원보본(追遠報本) 잊지 마소.
물색(物色)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床)에 탯돌이라.
들에는 조․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이삭으로 먼저 갈라 후씨를 따로 두소.
뒷목추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일변(一邊)으로 면화틀기 씨아 소리 요란하니
틀 차려 기름 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黃鷄) 백주(白酒)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上饌)으로 차려 놓고
한가을 흔한 적에 과객(過客)도 청하나니
아무리 다사(多事)하나 농우(農牛)를 보살펴라.
조핏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11. 十月令 (양력11월)
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農功)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 淡)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양지에 가가(假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우 아람 마름도 얼잖게 간수하소.
창호(窓戶)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깍짓동 묶어 세고 과동시(過冬柴) 쌓아 두소.
술빚고 떡 하여라 강신(降神)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團子)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豊備)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鋪陳)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하소.
북치고 피리부니 여민락(與民樂)이 제법이라.
이풍헌(風憲) 김첨지(僉知)는 잔말 끝에 취도(醉倒)하고
최권농(勸農) 강약정(約正)은 체골(體滑)이춤을 춘다.
잔진지(盞進之)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덕인고.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飢寒)을 면하도다.
향약(鄕藥)은 못하여도 동헌(洞憲)이야 없을소냐.
효제충신(孝悌忠信)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천신만고(萬苦) 길러내어 남혼 여가 필하오.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남남끼리 모인 동서(同參)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歸順)하리.
행신(行身)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하물며 상하분의(上下分義) 존비(尊卑)가 현격(懸隔)하다.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일년의 환자(患者) 신역(身役) 그 무엇 많다 할꼬.
한전(限前)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 토지로 분등(分等)하니
소출(所出)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못 먹으면 재(災) 줄여 탕감(蕩減)하리.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王稅)를 거납(拒納)하랴.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各姓)이 거생(居生)하여
혼인 대사 부조하고 상장(喪葬) 우환(憂患) 보살피며
수화(水火)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有無相貸) 서로 하여
남보다 요부(饒富)한 이 용심(用心) 내어 시비(是非) 말고
그 중에 환과고독(鰥寡孤獨) 자별(自別)히 구휼(救恤)하소.
제각각 정한 분복(分福) 억지로 못하나니
주색잡기(酒色雜技) 하는 사람 초두(初頭)부터 그리할까.
우연히 그릇 들어 한 번하고 두 번하면
자녀들 조심하여 작은 허물 짓지 마소.
12. 十一月令 (양력12월)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몇 섬은 환(換)하고 몇 섬은 왕세(王稅)하고
얼마는 제반미(祭飯米)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賭地)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곗(市契)돈 장릿(長利)벼를 낱낱이 수쇄(收刷)하니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農糧)이나 여투리라.
콩길음 우거지로 조반석죽(朝飯夕粥)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인리(隣里)와 즐기리라.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공채(公債) 사채(私債) 궁당(弓當)하니 관사(官使) 면임(面任) 아니 온다.
단귀(短晷)에 조석(朝夕)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서 잣고 짜네.
자란 아이 글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꺼리니 실가(室家)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이나 매어 보세.
갓 주어 받은 거름 자조 쳐야 모이나니.
[출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작성자 알버트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