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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불편한 진실 [1] 명승부 뒤의 마운드
응원단장의 등에 'V3'가 새겨진 팀은 LG와 롯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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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즌 초지만 LG의 부진이 눈에 띱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현재 LG의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 김성찬 외 47명 -
1990년 LG 트윈스는 프로야구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그들은 양쪽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반쯤 뭉개진 여의주를 입에 문 채 불은 고사하고 하얀 입김만 토해내던 MBC 청룡을 인수해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다 1994년에는 2번째 우승을, 1995년에는 프로야구 사상 최다 홈 관중(126만 명)을 불러 모았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8년.
LG는 롯데와 함께 2003년 이후 4강안에 들지 못한 유이한 팀으로 전락했다.
올시즌도 초반이지만 7위에 그치고 있다.
LG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LG에게 비상구는 있는가.
<스포츠 춘추>가 17일간 LG를 집중 취재했다.
LG의 불편한 진실은 [1] 명승부 뒤의 마운드 [2] 타자만 있고 야수가 없다 [3] 유망주는 허상이었나 [4] 김재박의 야구와 LG 신바람 야구는 있나 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거 많이 오네." 하늘을 바라보던 LG 관계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곤 팔을 뻗어 손바닥을 폈다.
순식간에 손바닥 위로 과육 알갱이만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 내려서 중단되면 좋을 텐데…."
4월 22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 한화의 시즌 1차전. 9승11패로 공동 5위를 달리는 양팀에게 이날 경기는 5할 승률로 가는 터닝 포인트였다.
그러나 2회초 1-0으로 앞선 한화의 공격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SK와 롯데전이 비로 연기된 터라 이 경기도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될 가능성이 높았다.
LG는 전주였던 15일부터 20일까지 KIA와 삼성을 상대로 4승2패를 거뒀다.
특히나 삼성과의 주말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좋은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LG 관계자는 우천 노게임을 바라는 것인가.
한화 선발 정민철에 비해 LG 선발 최원호가 중량감에서 떨어진다고 느낀 것일까.
이 경기 전까지 정민철은 1승3패 평균자책 6.64를 기록 중이었다.
비록 최원호가 2패를 거두긴 했지만 평균자책에서는 4.50으로 오히려 정민철을 앞섰다.
"올시즌 선취점을 내준 뒤 역전승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LG 관계자의 답변은 그랬다. 사실이었다.
이날까지 19경기를 하는 동안 LG는 선취점 허용 시 2승5패(이하 5월 9일 현재 3승13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선취점을 낸 12경기에서도 6번의 역전패(9승10패)를 경험했다.
게다가 고작 2회초 1-0이 아닌가.
"선수들의 몸놀림이나 전체적인 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이참에 하루쯤 쉬는 게 약이 되지 않을까 싶다.
" LG 관계자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폈다.
30분 전과는 달리 그의 손바닥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 38분 뒤 경기가 재개됐다.
그 관계자의 말대로 LG 선수들은 물에 젖은 이불처럼 움직임이 둔했다.
9회말 1점을 따라붙으며 역전을 노리는가 싶었지만 결국 3-4로 졌다.
남은 2경기에서도 LG는 한화에 내리 패했다.
현재 LG는 시즌성적 12승23패로 리그 7위다.
만약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LG의 부진은 날씨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4월 22일 잠실 LG와 한화전에서 갑자기 쏟아진 비로 구장 관계자들이 마운드에 비닐 덮개를 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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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박명환, 브라운의 붕괴
"많은 야구전문가들이 박명환, 봉중근, 크리스 옥스프링, 제이미 브라운 등 4선발까지는 어느 팀과 견줘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재복, 정찬헌, 김민기의 중간계투진과 마무리 우규민 정도라면
LG 마운드도 괜찮다는 게 시즌 전 예상이었다.
" KBS 이용철 해설위원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LG는 시범경기에서 4승1무7패로 6위에 머물렀다.
팀 타율 2할3푼7리는 8개 구단 가운데 7위였다.
그나마 위안이 된 건 투수진이었다.
LG의 팀 평균자책은 3.58로 4위였다.
김재박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안정적인 투수진 구축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비췄다.
그도 그럴 것이 3경기에 출전해 1승 무패 평균자책 1.38를 거둔 박명환과 시범경기 동안 1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신인 정찬헌의 맹활약은 LG 마운드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듯 했다.
옥스프링의 재계약도 좋은 선택처럼 보였다.
여기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던 정재복이 붙박이 셋업맨으로 자리 잡으며 드디어 LG에도 필승 계투조가 생기는 듯 했다. 프로 5년 차 마무리 우규민은 이제 경험을 활용할 때가 됐다.
노아가 야구를 좋아했다면 이 투수들을 방주에 태우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어느 해보다 LG 투수진은 탄탄해 보였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노아의 방주에 탔다고 믿었던 LG 투수진은 알고 보니
타이타닉호에 탑승하고 있었다.
팀 평균자책은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5점대(5.23)을 넘어섰고 팀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도 1.68로 부동의 1위인데다 팀 피안타율은 3할에 가까운 2할9푼9리다.
LG 부진의 최대 원인은 누구나 인정하듯 투수진의 붕괴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는 시즌 중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는 변수다.
이것으로 LG 투수진의 문제를 밝히는 건 당연하지만 진부한 일이다. LG 마운드의 현실은 어떤가.
선발부터 보자. 박명환은 4월 25일 어깨 통증으로 1군 등록선수명단에서 빠진 뒤 아직까지 복귀 소식이 없다. 올시즌 성적은 3패 평균자책 8.61. 지난해 10승 6패 평균자책 3.19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박명환은 155⅓이닝을 던졌다.
1996년 데뷔 이래 4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다른 선발투수라면 몰라도 어깨가 약한 박명환에겐 무리일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단 박명환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의 강도가 이전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4월 24일 잠실 한화전 박명환은 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7안타, 2볼넷을 내주며 5실점한 뒤 강판됐다. 경기 내내 안절부절하는 표정을 지었다.
동료 정재복이 “형이 불안한 얼굴을 하면 야수들이 움츠려든다”고 박명환에게 용기를 주지 않았다면 다음 경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경기는 없었다.
LG의 한 투수는 "올시즌 (박명환이)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조에서는 박명환의 수술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브라운도 박명환 못지않다. 1승4패 평균자책 7.29는 지난 2년간 삼성에서 보여준 성적을 의심케 한다. 특히나 피안타율 3할5푼2리는 이대호(롯데)의 타율과 일치한다.
김재박 감독을 잘 아는 한 야구인은 "김감독이 브라운의 부진을 두고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사람처럼 당황해 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김감독의 삼성출신 외국인 투수 영입은 2년 연속 실패로 끝났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LG는 삼성에서 퇴출된 팀 하리칼라를 영입했지만 6승8패 평균자책 5.21의 기대 밖 성적을 내자 퇴단 조치했다. 올시즌은 브라운이다.
LG가 유독 삼성출신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이유는 뭘까. "굳이 삼성이라고 지칭하기엔 무리가 있다." LG 김연중 단장의 말이다. 김단장은 "국내무대에서 검증된 투수들이었기 때문에 감독이 영입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김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만 신경을 쓰는 다른 감독과는 달리 활용에 더 주안점을 두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김감독이 삼성출신 외국인 투수들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리칼라와 브라운은 삼성 퇴단 시 이미 구질이 노출되고 삼성의 철저한 투수분업화로 인해 긴 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inning eater)의 면모가 사라진 투수들이었다.
4월 22일 만난 브라운도 "삼성에서는 이기나 지나 5이닝만 던지면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며 "6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감을 되찾아야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재복, 정찬헌을 제외하고 마땅한 불펜이 없는 LG에 5이닝 투수는 되레 활용가치가 떨어진다.
하리칼라가 그랬고 브라운이 그렇다.
김감독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감독을 맡으며 단 1번 외국인 선수를 직접 뽑았다.
2002년 멜퀴 토레스와 다리오 베라스였다. 선발요원 토레스는 그해 10승11패 평균자책 4.19, 마무리 베라스는 1승4패6세이브 평균자책 7.33를 거둬 시즌 중반 퇴단됐다.
LG에서는 2년 연속 직접 외국인 선수를 뽑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그래서인가. 외부에선 김감독의 외국인 선수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명승부 뒤의 불펜진의 과부하
5월 3일 경기를 끝으로 2군으로 내려간 최원호도 아쉬움이 컸다.
심수창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원호를 선발로 내세운 김감독의 승부수가 실패한 것이다. 봉중근은 잘 던졌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4승을 기록 중인 옥스프링이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다.
정작 문제는 불펜진이다. 정재복, 정찬헌, 경헌호를 제외하곤 마운드에 서는 게 두려울 정도다.
LG의 모 코치는 "방송사는 우리에게 감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매 경기 명승부를 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것이 답이었다. 맞는 말이다.
올시즌 LG는 마지막 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멋진 경기를 펼쳤다. 다만 그것이 상대팀만 즐겁게 했다는 게 문제였다.
올시즌 LG의 1점 차 승부는 10경기였다. 결과는 5승5패. 선취점 획득은 리그에서 SK와 가장 많은 19경기였다. 하지만 SK가 17승2패를 하는 동안 LG는 9승10패로 리그 평균 선취점 획득 시 승률 71.3%에 한참이나 떨어지는 47.4%를 기록했다.
팬들은 희비가 엇갈리는 경기나 아깝게 진 경기를 더 오래 기억한다.
그런 의미에서 LG 경기를 유독 명승부였다고 생각할 만하다.
그러나 명승부는 불펜진의 낭비를 가져왔다.
명증한 예가 정재복과 정찬헌이다.
LG 양상문 코치는 시범경기가 끝난 뒤 두 투수를 필승조로 묶었다.
마무리 우규민의 등판 전까지 두 투수를 셋업맨으로 활용해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 LG의 필승조는 "그라운드의 대리운전조"로 불린다.
시도 때도 없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2승1패 6홀드 평균자책 1.35 WHIP 0.94의 정재복은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다.
그가 출전한 14경에서 팀은 9승을 거뒀다. 2승1패 2홀드 평균자책 2.38 WHIP 1.59의 듬직한 셋업맨 정찬헌은 15경기에 출전했다.
이 가운데 팀 승리는 4승. 두 선수가 각각 5, 11경기에서 헛품만 팔았다.
"아예 경기 초반부터 점수 차가 벌어졌다면 투수진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이기고 있다가 역전당하고 4, 5점 뒤지다가 2, 3점 따라가는 타이트한 경기가 9회까지 지속되면 불펜진을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다.
필승조도 마찬가지다.
일단 투입을 했으면 이겨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힘만 낭비한 셈이 됐다." 양코치의 아쉬움이다.
정재복이 헛품을 판 5경기는 4월 10일 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7회 이후 동점 상황이었다.
정찬헌의 9경기를 분석하면 5월 6일 경기를 뺀 나머지 8경기가 8회 이후 동점이나 1점 차였다.
LG 불펜의 과부하는 이제 시간문제다.
(위)5월 4일 잠실 LG와 두산전. 3회 0-3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LG불펜에 몸을 푸는 투수가 없다. 그러나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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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도 과부하와 무관하지 않다.
LG 마무리 투수 우규민은 5월7일까지 16경기에 출전해 1승 3패 7세이브 평균자책 4.85을 기록 중이다. 2006년 3승 4패 7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 1.55와 지난해 5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 2.65와 비교해 눈에 띄게 저조하다. LG 몰락을 우규민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올시즌 우규민이 유주자 시 특히나 터프 세이브(7회 이후 동점 혹은 역전주자가 있을 때 등판) 상황에서 등판이 너무 잦았다"며 "이것이 우규민에게 악재가 됐다"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올시즌 우규민은 16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8회 이후 유주자 시 6번 등판했다.
결과는 1승 1패 1세이브. 팀은 3승 3패를 거뒀다.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도 3번 등판해 2터프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1터프 블론세이브가 있다.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LG 코칭스태는 어째서 우규민을 유주자 시,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시키는 걸까.
양상문 투수코치의 말을 들어보자.
"마무리는 9회 시작을 떠나 급하면 주자가 한, 두명 있어도 나와 불을 꺼야 한다.
그러나 올시즌 우규민을 9회 이전에 올린 적은 2번 밖에 없다.
지난해 셋업이 약해 8회부터 등판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우규민이)부하가 많이 걸린 상태다. 올시즌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급하지 않은 상황이면 올리지 않았다.
특히나 올해 들어 (우)규민이가 왼손 타자에 약해 가능하면 정재복 같은 셋업맨이 9회라도 한, 두 타자를 잡은 뒤 부담 없이 등판하도록 했다. 그런데…."
우규민의 올시즌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률은 3할8푼9리다.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무려11할9푼9리다.
지난해는 각각 2할4푼4리와 6할8푼8리였다.
게다가 우규민은 2년(2007, 2007)연속 62경기에 출전했다.
올시즌 전에는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예선전에도 참가했다. 피곤이 쌓일 만도 했다.
양코치가 말끝을 흐린 것처럼 LG 코칭스태프의 계획은 그러나 각본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4월 23일이 그랬다. 9회초 4-2로 앞선 LG는 8회부터 등판한 셋업맨 정재복에게 한화 첫 타자 김태완을 상대하도록 했다.
결과는 볼넷. 다음 타자 한상훈이 왼손 타자라 역시 정재복에게 승부를 맡겼으나 안타로 무사 1, 2루가 됐다. 대타 이희근도 정재복이 상대했다.
희생번트를 시도하던 이희근이 2스트라이크 1볼로 몰렸다.
그때였다. 김재박 감독이 우규민을 등판시켰다.
"이희근이 스리번트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번트하기 까다로운 언더핸드 투수를 올리는 게 정답이었다." 양코치의 말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희근이 스리번트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LG 코칭스태프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우규민은 올시즌 왼손 타자에게만 약한 것이 아니었다. 각본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
우규민은 지난해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이 2할2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시즌은 2할9푼으로 크게 치솟았다.
게다가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그렇게 뛰어난 투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13번의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7터프 세이브, 6터프 블론 세이브를 거뒀고 올시즌도 같은 상황에서 3번 출전해 2번만 성공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터프 세이브다. 언제부터인가 터프 세이브는 마무리 투수의 주요 평가 잣대로 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실전에선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다.
지난해 터브 세이브 상황에서 한 번도 터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은 투수는 오승환(삼성)뿐이다. 그러나 오승환에게 터프 세이브 상황은 단 2번에 지나지 않았다.(표 참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SK 정대현도 지난해 27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은 4번에 불과했다.
주로 하위권 팀에서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켰다.
이유는 간단하다. 셋업이 약해 8, 9회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프 세이브 상황에 강한 투수는 없다.
올시즌 8개 구단은 67세이브(13 터프 세이브)를 성공하는 동안 31블론세이브(20터프 세이브)를 기록했다. 31블론세이브 가운데 무려 67.7%가 터프 블론세이브였던 것이다.
당연한 수치다. 리그 전체 피안타율과 평균자책은 각각 2할6푼3리, 4.14이다.
그러나 득점권 상황에서는 피안타율과 평균자책은 각각 2할6푼6리, 12.27로 급상승한다.
득점 찬스에서 타자가 유리하다는 건 야구의 오래된 상식이다.
마무리의 역할도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역대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클로저로 꼽히는 사사키 가즈히로는 마무리의 역할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클로저의 역할은 이닝을 수습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이닝을 시작하는 것이다."
<표> 2007년 8개 구단 마무리 투수들의 터프 세이브 *( )는 2008시즌 기록
순위 |
이름 |
팀 |
세이브 |
블론 세이브 |
터프 세이브 |
터프 블론세이브 |
1 |
우규민 |
LG |
30(7) |
13(1) |
7(2) |
6(1) |
2 |
카브레라(임경완) |
롯데 |
22(5) |
6(2) |
4(1) |
5(0) |
3 |
한기주 |
KIA |
25(5) |
4(1) |
3(1) |
3(0) |
|
정대현 |
SK |
27(9) |
4(1) |
3(1) |
2(0) |
|
구대성(토마스) |
한화 |
26(5) |
4(1) |
3(2) |
1(1) |
|
정재훈 |
두산 |
25(6) |
4(1) |
3(0) |
1(0) |
7 |
오승환 |
삼성 |
40(10) |
2(1) |
2(2) |
0(0) |
8 |
송신영(전준호) |
현대 |
14(3) |
4(1) |
1(2) |
4(1) |
LG 코칭스태프는 9회 1사 뒤 우규민의 투구에 집중했다.
그러나 유주자 시 경기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간과했다.
정찬헌, 정재복 등 그나마 셋업맨이 썩 나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우규민을 유주자 시 올리건 어쩌면 사지로 내몬 일일 수 있었다.
한 야구인은 "깔끔하게 9회 시작부터 등판했다면 우규민의 성적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규민은 12번의 무주자 시 등판 때도 2패 6세이브 1블론세이브로 좋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의 기복이 심한 마무리 기용과 함께 우규민 본인의 책임도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우규민의 구위 하락과 연결 짓는 건 곤란하다.
베이징올림픽 야구예선전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우규민은 타이완에서 정대현으로부터 싱커를 배웠다. 우규민의 기존 구종은 시속 140km 초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이었다.
"난 삼진이 적은 투수다.
마무리라면 삼진을 많이 잡아야 하는데 지난해까지 그렇지 못했다." 우규민이 밝힌 싱커 습득 이유다. 양코치도 "더 완벽한 마무리가 되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구종을 습득했다"며 우규민을 칭찬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규민과 정대현의 투구 메커니즘이 다르다는데 있다. "(우)규민이 투구폼에선 정대현의 싱커가 나올 수 없다.
오히려 싱커에 집중하는 바람에 자신의 최대 결정구인 시속 140km초중반대의 직구 공끝이 약해졌다." 양코치의 아쉬움이다.
우규민의 공격적인 투구도 득보단 실이 많았다. "올시즌 도망가는 피칭보다는 공격적으로 타자와 맞서고 싶었다. 그래서 병살타도 많이 유도하고 삼진을 늘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운데 몰리는 공이 많아선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우규민의 고백이다.
우규민은 김민재와 이영우를 상대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4-4 동점을 만들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 경기에서 LG는 9회 6점을 내주며 4-8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LG 투수진의 붕괴가 투수들 때문이냐는 것이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7비자책점과 내야진의 수비에 집중한다면 LG 투수들에게 향했던 손가락은 다시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응원 횟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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