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까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을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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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부근 남한강변 어디쯤 목계나루가 있고 거기에 ‘목계장터’란 시비가 있다고 들었다. 그 고장이 신경림 시인의 시를 새긴 시비라고 한다.
아마도 시인이 어렸을 시절엔 그곳 나루터에 오가는 사람들로 하여 장터가 있었던가 보다. 옛날 풍경이다. 세상이 변하여 시골 장터도 사라졌겠지. 다만 시의 문장 속에 남아있는 장터의 정서만 애잔하다.
장터의 모습이긴 하지만 인간의 이야기보다는 자연의 이야기에 더욱 가깝다. 장터의 소란스러움보다는 바람소리, 물소리나 새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누군가 한 사람의 전기를 읽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