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 교회
최종천
성경대로 믿고 성경대로 살자.
수십여 개의 급경사 계단을 오르면
딱, 이마의 높이에 걸려 있는 구호다.
급경사 계단에 신자들이 앉아 있는 모양은
예수가 복음을 설파하던 장면과 비슷할 것이다.
이런 비탈에 교회를 들어앉힌 것도 신기하지만,
교회에 신자가 없는 것도 신기하다.
이사 와서 처음으로 동네 구경하면서
처다본 교회. 계단이 첩첩으로 쌓여 있어
무언가 신성하게 보이는 것이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정성 들여 밟아올라 보았다.
이 교회는 송림성결교회처럼
큰 주차장이 없어서일까?
손님도 신자도 없다. 심지어는
고양이마저도 없다. 가파른 계단 때문에,
감히 오를 마음이 서지 않은 것일까?
계단 위에 놓인 교회 건물은
넓고 높아 교회다운 티가 나지만,
텅 빈 공간에서는 공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신의 숨소리처럼 몸을 떨게 만든다.
아마 제물포교회가 제일 먼저
신도들이 끊겼을 것이다. 가파른 계단이
무릎을 꺾어 주저앉게 했을 것이다.
신도 이런 계단은 오르기가 힘들 것이다.
성경대로 믿고, 성경대로 살자고 하는
저 구호를 밑에서 우러러보면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숨이 막히는 것이다.
자본 따라 믿고, 자본 따라 살면 안 되는 것이냐?
출처 : 시집 『골목이 골목을 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