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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방과(閒不放過)
한가할 때 허투루 지나치지 말라는 뜻으로, 한가하고 고요할 때 더 열심히 살고, 남이 안 볼 때 더 노력하며, 젊을 때 더 갈고 닦아야 한다는 말이다.
閒 : 한가할 한(門/4)
不 : 아닐 불(一/3)
放 : 놓을 방(攵/4)
過 : 지날 과(辶/8)
출전 : 왕지부(王之鈇)의 언행휘찬(言行彙纂)
중국 청대의 문인 왕지부(王之鈇)의 언행휘찬(言行彙纂)의 한 대목이다.
閒中不放過, 忙處有受用.
한가할 때 허투루 지나치지 않아야, 바쁜 곳에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靜中不落空, 動處有受用.
고요할 때 허망함에 떨어지지 않아야, 움직일 때 쓰임을 받음이 있다.
暗中不欺隱, 明處有受用.
어두운 가운데 속여 숨기지 않아야, 밝은 데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少時不怠惰, 老來有受用.
젊었을 때 나태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늙어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일 없다고 빈둥거리면 정작 바빠야 할 때 할 일이 없다. 고요할 때 허튼 생각 뜬 궁리나 하니 움직여야 할 때 찾는 이가 없다. 남이 안 본다고 슬쩍 속이면, 대명천지 밝은 데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젊은 시절 부지런히 노력하고 애써야지 늙었을 때 나를 찾는 곳이 있다.
사람은 한가하고 고요할 때 더 열심히 살고, 남이 안 볼 때 더 노력하며, 젊을 때 더 갈고닦아야 한다. 일 없을 때 일 안 하면 일 있을 때 일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의 쓸모는 평소의 온축에서 나온다.
평소의 몸가짐은 어떻게 해야 하나?
齒以堅毁, 故至人貴柔.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부러진다. 지극한 사람이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이다.
刃以銳嶊, 故至人貴渾.
칼날은 예리해서 부러진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두터움을 중하게 여긴다.
神龍以難見稱瑞, 故至人貴潛.
신룡(神龍)은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상서롭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지극한 사람은 감추는 것을 귀하게 본다.
滄海以汪洋難量, 故至人貴深.
푸른 바다는 아득히 넓어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깊은 것을 소중히 여긴다.
이의 단단함보다 혀의 부드러움이 낫다. 예리한 칼날은 쉬 부러지니, 날카로운 것만 능사가 아니다. 용은 자신을 감추기에 그 존재가 귀하다. 푸른 바다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사람도 그렇다. 부드럽고 두터우며 안으로 간직해 깊이 있는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다. 단단하고 예리하고 잘 보이고 가늠하기 쉬운 것들은 하나도 무서울 게 없다. 제풀에 꺾이고 뻗대다가 자멸한다.
드러내는 대신 감추고, 얄팍해지지 말고 더 깊어질 필요가 있다.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기보다, 내실을 지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는 것이 낫다.
▶️ 閒(한가할 한, 사이 간)은 회의문자로 間(간), 閑(한)의 본자(本字)이다. 門(문)과 月(월)의 합자(合字)이다. 문짝 사이로 月光(월광)이 새어 들어오고 있음의 뜻에서 '틈, 사이'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閒(한, 간)은 ①한가(閑暇)하다 ②등한(等閑)하다(무엇에 관심이 없거나 소홀하다) ③막다 ④보위(保衛)하다(보호하고 방위하다) ⑤닫다 ⑥아름답다 ⑦품위가 있다 ⑧조용하다 ⑨틈, 틈새 ⑩마구간(馬廏間) ⑪목책(木柵) 그리고 ⓐ사이(간) ⓑ때(간) ⓒ동안(간) ⓓ차별(差別)(간) ⓔ틈, 틈새(간) ⓕ간첩(間諜)(간) ⓖ혐의(간) ⓗ사사로이(간) ⓘ몰래, 비밀히(간) ⓙ간혹(간) ⓚ법(法), 법도(法度)(간) ⓛ사이에 두다, 끼이다(간) ⓜ섞이다(간) ⓝ이간하다(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헐뜯다(간) ⓞ엿보다(간) ⓟ살피다(간) ⓠ틈을 타다(간) ⓡ간소하다(=簡)(간) ⓢ범하다(간) ⓣ검열하다(간) ⓤ참여하다(간) ⓥ섞이다(간) ⓦ차도(差道)가 있다(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틈 극(隙)이다. 용례로는 할 일이 없어 몸과 틈이 있음을 한가(閒暇), 한가로운 마음을 한심(閒心), 농사일이 없어 한가한 달을 한월(閒月), 직업이 없는 사람을 한민(閒民), 한가히 걸음 또는 그런 걸음을 한보(閒步), 조용한 곳 또는 한적한 곳을 한소(閒所), 한가히 생활하면서 몸을 양생함을 한양(閒養), 조용하고 느릿느릿하는 말 또는 쓸데 없는 말을 한언(閒言), 높다란 하늘에 한가히 오락가락하는 구름을 한운(閒雲), 조용히 시가를 읊음을 한음(閒吟), 한가하여 자적함을 한적(閒適), 경작하지 않은 땅을 한전(閒田), 조용한 뜰을 한정(閒庭), 한가롭고 아치가 있음 또는 경치가 조용하고 품위 있음을 한아(閒雅), 한가하고 느긋함을 한만(閒漫), 한가하고 고요함 또는 조용하고 쓸쓸함을 한적(閒寂), 한가로운 틈을 한극(閒隙), 일이 없어 한가함을 한용(閒冗), 일이 없어 한가함 또는 조용하고 쓸쓸함을 한산(閒散), 한가롭고 조용함을 한료(閒寥), 대수롭지 않게 여겨 내버려 둠을 등한(等閒), 하는 일이 없어 한가함을 공한(空閒), 평안하고 한가로움을 안한(安閒), 아무 근심 걱정이 없고 몸과 마음이 한가함을 연한(燕閒), 바쁜 가운데 틈을 얻어 냄 또는 틈을 타서 일을 함을 투한(偸閒), 농사일이 그다지 바쁘지 아니하여 겨를이 있음 또는 그 시기나 농사의 여가를 농한(農閒),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물외한인(物外閒人), 중요하지 않고 일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벼슬 자리를 이르는 말을 한사만직(閒司漫職)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放(놓을 방)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方(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등글월문(攵)部는 손으로 무엇인가 하다, 무리하게 무엇인가 시키다의 뜻이 있고, 음(音)을 나타내는 方(방)은 좌우(左右)로 퍼지다, 중앙으로부터 떨어지다의 뜻이 있다. 그래서 放(방)은 나쁜 사람을 중앙으로부터 쫓아내는 형벌(刑罰), 나중에 내놓다, 내버려 두다, 살짝 물건을 놓다, 그리고 총포(銃砲)를 쏘는 횟수를 세는 말, 발(發) 등의 뜻으로 ①놓다, 놓이다, 석방(釋放)되다 ②내쫓다, 추방(追放)하다 ③내놓다, 꾸어주다 ④버리다 ⑤달아나다, 떠나가다 ⑥널리 펴다, 넓히다 ⑦(꽃이)피다 ⑧(빛을)발하다 ⑨내걸다, 게시(揭示)하다 ⑩그만두다, 내버려 두다 ⑪방자(放恣)하다, 멋대로 하다 ⑫어긋나다 ⑬본받다, 본뜨다 ⑭(배를)나란히 늘어놓다 ⑮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다다르다 ⑯준(準)하다(어떤 본보기에 비추어 그대로 좇다), 기준으로 삼다 ⑰의지(依支)하다 ⑱서로 닮다 ⑲지급(支給)하다 ⑳바라다 ㉑크다 ㉒크게 ㉓형벌(刑罰)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흩어질 만(漫), 소통할 소(疎), 느릴 완(緩), 풀 해(解), 풀 석(釋)이다. 용례로는 풀어 내어 줌을 방면(放免), 돌보거나 간섭하지 아니하고 그냥 내버려 둠을 방임(放任), 한꺼번에 확 내놓음을 방출(放出), 목을 놓아 욺을 방곡(放哭), 힘차게 내달림을 방분(放奔), 학교에서 학기를 마치고 한동안 수업을 쉬는 일을 방학(放學), 오줌을 눔을 방뇨(放尿), 풀어서 헤침을 방산(放散), 안심하여 주의를 하지 않음을 방심(放心), 텔레비전으로 방송하는 일을 방영(放映), 어려워하거나 삼가는 태도가 없이 건방짐을 방자(放恣), 정처없이 떠돌아 다님을 방랑(放浪), 가두어 놓은 물을 터서 흘려 보내는 것을 방류(放流), 가축을 놓아 기름을 방목(放牧), 사람에게 잡혀 죽게 된 짐승을 놓아서 살려 줌을 방생(放生), 사람이 일부러 불을 지르는 것을 방화(放火), 그대로 내버려 둠을 방치(放置), 말이 담을 벗어났다는 뜻으로 제멋대로 놀아나는 일을 방날(放捋), 다잡지 아니하여 제 멋대로 자라난 아이를 욕하는 말을 방돈(放豚), 부자를 빼 놓고 가난한 사람을 부역하게 하는 짓을 방부차빈(放富差貧), 목을 놓아 크게 욺을 방성대곡(放聲大哭), 마음먹은 대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말함을 방언고론(放言高論), 건방지고 꺼림이 없음을 방자무기(放恣無忌), 술과 여자에 빠져 일은 하지 아니하고 불량한 짓만 한다는 방탕무뢰(放蕩無賴) 등에 쓰인다.
▶️ 過(지날 과, 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过(과)는 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咼(와, 과; 입이 삐뚤어짐)의 뜻이 합(合)하여 바른 길을 지나쳤다는 데서 지나다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過자는 ‘지나다’나 ‘경과하다’, ‘지나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過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咼(가를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뼈’를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過자는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가 지나갔음을 뜻하기 때문에 길을 걷는 모습을 그린 辶자가 ‘지나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過자는 ‘초과하다’나 ‘넘치다’와 같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이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過(과)는 지나치는 일, 통과하다, 도를 넘치다, 과오(過誤) 따위의 뜻으로 ①지나다 ②지나는 길에 들르다 ③경과하다 ④왕래하다, 교제하다 ⑤초과하다 ⑥지나치다 ⑦분수에 넘치다 ⑧넘다 ⑨나무라다 ⑩보다, 돌이켜 보다 ⑪옮기다 ⑫허물 ⑬잘못 ⑭괘(卦)의 이름 ⑮예전 그리고 ⓐ재앙(災殃)(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날 력/역(歷), 지날 경(經), 그릇될 와(訛), 그르칠 오(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 공(功)이다. 용례로는 일이 되어 가는 경로를 과정(過程), 지나간 때를 과거(過去), 예정한 수량이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음을 과잉(過剩), 지나치게 격렬함을 과격(過激),정도에 넘침을 과도(過度),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과열(過熱), 잘못이나 그릇된 짓을 과오(過誤), 지나간 일을 과거사(過去事), 조심을 하지 않거나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과실(過失),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을 사과(謝過),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사물의 한도를 넘어섬을 초과(超過), 공로와 과오를 공과(功過), 대강 보아 넘기다 빠뜨림을 간과(看過), 때의 지나감이나 시간이 지나감을 경과(經過), 모르는 체 넘겨 버림을 묵과(默過),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구부러진 것을 바로 잡으려다가 너무 곧게 한다는 교왕과직(矯枉過直),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어 착하게 됨을 개과천선(改過遷善), 인과 불인은 곧 알 수 있다는 관과지인(觀過知仁), 공로와 허물이 반반이라는 공과상반(功過相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