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제2회 검정고시가 지난 8월 셋째 주 토요일에 학성고등학교에서 치루어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폭되는 가운데 코로나 2단계 격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교실당 15명으로 응시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평소보다 더 많은 교실과 감독자가 필요했다.
나는 시험 감독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시험장에 도착하여 사전교육을 받은 후 시험본부에서 지급받은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페이스 쉴드를 착용하고 배정받은 고사실로 이동하였다. 처음 만난 고사실에는 어린 나이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응시생들이 시험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개인 사정으로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한 응시생들이 오늘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시생 신분 확인 대조는 물론 휴대폰 수거, 선택과목 확인, OMR 답안지 교체, 중도퇴실자 안내 등의 업무를 방송 시나리오에 맞추어 진행했다. 특히 시험 도중 민원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뉴얼을 숙지하고 이를 준수하였다.
초졸ㆍ중졸ㆍ고졸 검정고시는 학교의 입학 자격 또는 특정한 자격에 필요한 지식, 학력, 기술을 검정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험이다. 울산교육청이 지난 5월에 시행한 제1회 검정고시에서는 초졸 17명, 중졸 120명, 고졸 401명으로 모두 538명이 응시하여 416명이 합격해 77.32% 합격률을 기록했다.
울산교육청과 청소년학교 공동으로 학업중단학생 학업 복교 지원사업을 추진하여 청소년 검정고시반 무료학습지원을 운영하고 있고 구청의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도 검정고시 대비반 운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위기 청소년을 적극 발굴하여 청소년 안전망을 운영해 위험에 노출된 위기 청소년을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 1951년에 출판된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큰 아이와 똑같다며 우리 아이를 다년간 잘 아시는 분이 꼭 읽어보라며 추천해 주신 책이다. 자녀와 어떤 점이 같은지 호기심을 가지고 매일 틈틈이 읽었지만 50페이지를 읽어도 100페이지를 읽어도 도무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아이의 다른 면이 책 속에 담겨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글자 하나하나 정독하면서 마침내 완독했다. 열여섯 살 주인공과 자녀가 나이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십대 남자 청소년의 숨겨진 고민과 내면 심리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작문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했다는 이유로 그의 세 번째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앞둔 소년이다.
학교 다니기를 싫어하고 배움에 욕구가 낮은 반항적인 십대 소년이었고 자신의 퇴학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될까 두려워 불안해하였다. 소년은 넓은 호밀밭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꼬마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어 꼬마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절벽에 서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와 어른들의 허상적 세계와의 경계선에 서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픈 소망을 담은 희망적 메시지를 주고 있기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젊은 세대가 느낀 분노와 좌절을 통쾌하게 드러내 주어 젊은 세대의 경전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술과 담배, 욕설로 청소년의 방황과 타락을 그려냈기에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1999년 미국도서관 협회가 발표한 50권의 위대한 금서 목록에 1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년이 찾아간 앤톨리니 선생님은 학교라는 울타리가 해주는 역할을 조언해 주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버리는 거야. 네가 가고 싶은 길을 찾고 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학교에 들어가는 일이어야 할 거야. 학교 교육이란 자신의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2019년 기준 약 39만명으로 추산되며 초ㆍ중ㆍ고 학급의 학업중단율은 꾸준히 증가추세이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기를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내신 경쟁과 싸워야 하는 불꽃 튀는 학교가 청소년들을 밖으로 내밀고 있지는 않을까? 학교폭력 피해와 정서문제가 아이를 학교부적응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을까?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해체로 벼랑 끝에 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청소년기는 건강한 성장과 발달과정으로 성인기로의 안정적 전환을 위한 중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워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서로 도와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절벽으로 떨어지려는 학생들의 손을 재빨리 붙잡아 주는 교육의 파수꾼이 되어 학교 울타리를 더욱 안전하게 지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