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먹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발효식품 ‘장’
옛부터 1년 살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행사는 ‘장담그기’와 ‘김장담그기’였다. 우리 음식은 대부분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으로 맛내기를 한다. 뿐만아니라 장이 들어가지 않은 부침이나 튀김, 전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때에도 초장이나 양념장을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날 정도로 우리에게 장은 요긴한 음식이다.
한국스포츠과학 연구소에서는 운동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고추장 섭취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는 재미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한 운동선수 1천2백명 중 절반이상이 외국 원정경기에서 고추장을 먹지못해 식욕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평소 고추장을 넣은 음식을 좋아하는 선수들의 78.6%가 식욕이 떨어졌고 그중 50%는 컨디션이 나빠져 기록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장은 우리 입맛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장을 비롯하여 술, 젓갈, 김치등의 발효식품을 만들어 오랫동안 저장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특히 콩장(豆醬)문화권을 이루고 있는 동양의 3국중 그 종주국이 바로 우리나라이다.
옛날 중국문헌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만든 장의 시초인 시(콩을 낱알로 발효시킨 메주)를 가리켜 ‘고려냄새(高麗臭)’라고 하였다. 이는 장을 처음 만든 나라가 우리나라이었음을 암시한다.
우리 문헌에는 「삼국사기」에 시가 처음 나온다. 신라 신문왕 3년 (683년)에 김흥운의 딸이 왕비로 간택되어 입궐할 때 납채(納采) 폐백 품목으로 쌀, 술, 기름, 꿀, 장, 시, 포, 혜 135수레와 조곡 150수레를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라시대에는 시와 장이 함께 존재했으며, 폐백품목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장이 당시의 중요한 기본 식품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해가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는 장
장은 가공?저장하는 동안에 원료가 되는 콩이 분해?발효?숙성하면서 은은하고 곰삭은 맛을낸다. 또 장은 담글 때 소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장성이 뛰어나다. 특별히 냉장보관하지않아도 되고, 가끔씩 햇볕만 잘 쬐어주면 맛이 변하거나 상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맛이 깊어진다. 간장의 경우는 갓담은 햇장에서부터 오래된 진장까지 각각 다른 맛을 가져 음식에 따라 구분되어 사용되는데 소금의 짠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황혜성 교수에 의하면, 일제시대 때에도 조선조 궁중에서 담근장이 창덕궁의 장 광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옛 창덕궁과 창경궁의 경계가 되는 곳에 장광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큰 장독이 50여개가 넘게 있었고 독에는 각기 햇수가 다른 장이 담겨 있었다는 것. 그중에는 순종이 즉위하는 해(1907년)에 담갔던 장이 6.25사변때까지 남아있었다고 한다. 순종과 윤비를 모셨던 한희순 주방상궁은 이 오래된 진장의 맛이 달착지근하고 감칠맛이 좋아서 약식이나 전복초같이 달고 검은빛을 내는 음식에만 아껴 사용했다고 한다.
장의 주원료는 콩이다. 콩에 각종 미생물이 관여하여 여러 가지 성분변화를 일으켜 장의 독특한 맛을 내게되는 것이다. 콩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은 단백질, 콩단백질의 단백가는 73으로 달걀 100, 쇠고기 83, 쌀 72에 비하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쌀을 주식으로하는 식생활에서 부족되기 쉬운 아미노산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높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과 다를 바 없는 영양상태가 된다. 또 콩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뿐만아니라 동맥 혈관벽에 침착한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작용도 한다.
이외에도 무기질, 비타민B1, B2를 비롯해 장기능을 원할하게 하는 섬유소와 성인병과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E도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이러한 콩을 원료로 하여 만든 간장이나 된장을 상식하면 손쉽게 양질의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고, 혈액순환촉진, 성인병 예방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암을 예방하는 장
한때는 된장 속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후일 다른 여러 연구결과에서는 장류가 암을 유발시키기보다 오히려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한국의 전통장류에는 암을 억제시키는 요인이 들어있는데, 된장은 70%. 고추장은 50%, 간장은 30% 순으로 식품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발암물질의 돌연변이 이력을 떨어뜨려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또 된장은 암세포 성장을 억제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된장을 상식하면 암세포에 대항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암세포가 성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민간요법에도 두루 쓰여
옛부터 장을 이용한 민간요법은 많이 쓰여져왔다. 「동의보감」에서는 ‘장은 모든 어육, 채소, 버섯의 독을 지우고 또 열상과 화독을 다스린다’고 하였고 「일화본초」에서는 ‘된장은 모든 해어(海漁), 육류, 채소, 버섯의 독을 푸는데 효과가 있다. 아울러 뱀, 벌레, 뱀독 등을 다스린다’고 하였으며 ‘또한 콩은 속을 화(和)하고 관맥(關脈)을 통하고 모든 약독을 제거한다’고 하였다. 우리 선조들에게 된장은 맛을 내는 조미료 역할 뿐만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실제로 간장과 된장은 해독?해열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져 민간요법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장을 이용한 민가요법 몇가지
체중과 소화불량에 된장을 쓴다.
「동의보감」에 ‘메주가 식체(食滯)를 지운다’고 하였고 「본초강목」에는 ‘된장은 대변불통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된장은 식욕을 돋우는 음식인 동시에 소화력이 뛰어난 식품으로 음식을 먹을 때 된장과 함께 먹으면 체할 염려가 없다. 체했을 때는 바늘로 손가락을 따고, 된장을 묽게 풀어 끓인국 한사발을 먹으면 풀어진다. 민간요법에서는 감을 먹고 체했을 때나 토사곽란, 변비 등에도 된장이나 간장을 먹었다. 된장을 이용한 음식을 장복하는 사람은 정장작용이 원활해 장수할 수 있다고 어겼다.
빈혈치료에 간장이 효과적이다.
빈혈에 간장이 효과적이며, 머리가 무거울 때는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상쾌해진다. 뜨거운 녹차 반컵 분량에 간장을 반숟가락만 타서 아침?점심?저녁 하루 3회정도 마시면 빈혈치료에 효과를 발휘한다.
된장은 초기감기에 효과적이다.
초기감기에는 된장 한숟가락에 잘게 썬 파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잠자기 전에 마신다. 「동의보감」에는 ‘메주는 두통과 한열을 다스리고 땀을 내게한다’고 했다. 파와 된장은 발한작용을 도와 땀을 내주므로 오한이 나는 감기몸살에 특히 좋다.
가벼운 상처나 화상에 간장이나 된장을 바른다.
가벼운 화상에 된장을 바르면 물집이 생기지 않고 빨리 낫는다. 튀김을 하다가 기름에 데어 몹시 쓰릴때도 간장을 바르면 통증이 가신다.
상처에 피가 날 때 간장을 발라서 지혈시킨다.
칼이나 낫 등에 베었거나 찰과상, 벌레에 물린 상처에도 된장을 바르면 독을 풀어준다. 벌레나 벌에 쏘였을 때는 된장을 개어 바르기도 하고, 보통의 된장국보다 2배정도 진하게 된장을 풀어 한번 끓인 후 조금 식혀서 상처부위를 담근다. 3분정도 담가두면 꽤 빠른 치유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면헝겊에 된장을 싸서 바르거나 상처부위에 된장덩이를 붙이고 호박잎으로 싸매 놓으면 상처가 덧나지 않고 가라앉는다. 또 상처에서 피가 날때도 간장을 발라 지혈시켰다.
두드러기에 간장을 물에 타서 바른다.
민간요법으로 무좀에는 밀가루에 간장을 넣고 반죽하여 바르기도 했다.
두드러기에는 간장을 바르거나 된장을 물에 타서 마신다. 종기에는 간장으로 밀가루를 반죽하여 종기 난 부위에 붙인다. 피부에 염증이 생기면 간장을 끓여서 바르거나 된장을 붙여둔다.
염증에 간장과 된장을 바른다.
간장이나 된장이 그밖의 여러 가지 염증에도 효과가 있어 민간에서는 급성인후염에는 간장을 타서 마셨고, 관절염에는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눈에 생긴 다래끼에는 집에서 담근 간장을 바르면 좋고, 치통에는 간장을 머금고 있든지 된장을 아픈 이에 바른 후 물고 있으면 좋다. 귓병에는 된장국을 끓일 때 나오는 수증기로 귓속을 쐬고 담배를 많이 피워서 두통이 날 때 날된장을 먹는다.
장 담그는 법
김영희 (서울 한 살림 회원, 강동구 명일동)
최근에 각 가정에서 번거로움을 이유로 우리의 우수한 전통음식을 외면하고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제조되는 간장을 무분별하게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을 볼 때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화학간장은 색소 및 방부제 등 유해한 첨가물로 인하여 그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할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양념을 통틀어 이르는 것으로 그 종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즙장, 막장 등에서 갖가지 별미장까지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간장을 기본으로하여 모든 음식의 맛을 내왔습니다. 간장은 모든 맛의 근본일 뿐아니라 콩의 단백질에 의한 영양학적인 가치와 발효에 의한 약리작용으로 된장의 항암효과와 더불어 그 식품으로서의 효능과 가치는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저는 결혼 이후 21년동안 매년 거르지 않고 작접 장을 담그어 왔습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간장, 된장 담그는 방법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간장?된장 담그기
준비물(4~5인 가족용)
?메주 1말(국산콩), 생수(광천수)35ℓ, 천일염7Kg, 붉은고추 2~3개, 참숯 2~3개
※이 밖에도 맛을 좋게하고 약성을 높이기 위하여 대추, 여러 가지 약초나 산채를 넣을 수 있다.
시기
?길일(음력 정월 우수일, 입춘일, 정월 병인일 정묘일 둥)
?맑고 바람없는 날
순서
① 메주의 먼지를 잘 털어내고 깨끗한 물로 빨리 씻어 말린다. 너무 오래 물에 담가 씻으면 메주가 물을 흡수하여 좋지 않다.
② 소금을 담은 대바구니를 그릇 위에 걸쳐놓고 준비한 생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소금을 녹인다음 하루 정도 불순물 등 앙금을 가라앉힌다. (이때 적정하게 염도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날계란을 물에 넣어 사뿐히 가라앉다가 떠오르면서 동전크기 만큼 물밖으로 나오는 정도가 좋다.)
③ 깨끗이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붓는다. 장독의 크기는 메주와 소금물을 부었을 때 거의 독에 차는 것이 좋다.(장을 담근 후 수시로 햇볕을 쬐어야 하기 때문임)
④ 간장을 담근지 3~4일 후에 준비한 고추, 참숯 그리고 기타 약초나 산채를 넣었다가 간장을 (된장과)가르기 3~4일 전에 꺼낸다.
⑤ 40여일 동안 수시로 바람과 햇볕을 쬐어 간장을 익힌 다음 메주를 꺼낸다.
⑥ 꺼낸 메주는 잘 으깨어 독에 담는다. 이때 된장이 너무 빡빡하면 간장을 약간 부어 넣거나 생수와 소금을 약간 넣어 부드럽게 한다.
⑦ 메주를 꺼낸 간장은 약한 불에서 1시간 이상 달인다. 이때 맥반석이나 차돌을 넣으면 달일 때 넘치지 않으며 위에 뜨는 거품은 걷어내는 것이 좋다.
보관 관리
?장독은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드는 곳에 보관하고 가끔 뚜껑을 열어두어 햇볕을 쬐어야 하며 간장은 떠올 때마다 한번씩 저어주는 것이 좋다.
?장독의 외부는 항상 청결하게 닦아 독이 숨을 쉬게 하여야 한다.
?해를 넘겨 보관시 봄철에 염도가 낮아져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다시 달여줄 필요가 있다.
고추장 담그기
재료
찹쌀 1되, 고춧가루 1근반, 고추장 메줏가루 500g, 조청 반되
방법
① 찹쌀을 물에 불려 가루로 만든다.
② 찹쌀가루로 반죽하여 경단을 만든다.
③ 끓는물에 경단을 넣어 떠오르면 큰 그릇에 건져낸다. 이 경단을 나무주걱으로 으깨면서 메줏가루와 조청, 고춧가루를 넣어 잘 저어준다.
④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⑤ 간을 맞춘 후 저어 주면서 햇볕을 쬐어주면 고추장이 잘 익어 색깔도 곱게 된다.(담그고난 후에도 날씨가 좋을 때마다 햇볕을 쬐며 저어준다.)
※엿기름물에 고춧가루를 넣고 불에 익히면서 고추장을 담그는 방법도 있으나 위의 방법으로 하면 고춧가루가 익지않아 매운맛도 살아있고 담그기도 간단하다. 또 고추장은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오래두면 맛이 떨어지므로 조금씩 담가 그해그해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