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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와 너무나 가까운 초기 그리스도인들
세상을 위해, 세상을 떠나 세상, 인간,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겸손의 의미를 재발견했던 이들과의 진지한 대화
에모리 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중인 로버타 본디의 대표작으로 초기 교회, 특히 사막으로 간 그리스도인들에 관해 소개한 저작. 영미권에 사막 수도 운동과 그 의미에 대해 알린 현대판 고전으로 꼽힌다.
흔히 그리스도교 교회사에서 사막 수도 운동은 초기 교회의 독특한 현상으로 기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공식 종교로 공인된 뒤 ‘좋은 시민’과 ‘좋은 그리스도인’의 구분이 사라지자 참된 신앙의 길을 찾아 떠난 이들을 역사가들은 로마 제국에 편입되어 제도와 교리를 확립해 간 주류 교회의 흐름과는 별도의 흐름으로 다루었고 그 결과 이들의 역사와 사상은 그리스도교 영성사나 수도회의 역사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어지되 ‘초기 교회’라는 맥락과는 분리되어 받아들여졌다. 본디는 이러한 경향에 반대해 이들을 분명한 ‘초기 그리스도인’으로 명명하고, 이들이 숙고하고 성찰한 바가 당시 제도교회 및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이 추구한 것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이를 새기기 위한 노력과 성찰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이 있음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광야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는 한편으로 깊은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돋보이기를 원하고, 한편으로는 사랑받고, 또 나누기를 원하면서도, 상처입기를 두려워한다. 우리 자신이 한계가 있으며 연약함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알면서도, 이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타인과 나누고 성장을 향해 나아가기는 주저한다. 실제 사막에 살았던 그리스도인들도 이를 고민했고, 분투했고, 복음에 비추어 이를 어떻게 벼리고 새롭게 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를 몸소 살아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사려 깊은 학자가 오랜 텍스트와 ‘지금, 여기’를 연결하는 법, 개인, 공동체,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전통에 머금고 있는 풍요로운 통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로버타 본디
1941년생. 감리교 신학자. 미국에서 태어나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 및 사상사를 공부해 석사MA,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1970년 미국으로 돌아와 노틀담 대학교를 거쳐 여성으로는 최초로 에모리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정교수가 되었다. 이후 초기 그리스도교 사상, 특히 사막 교
부, 교모들의 사상을 영미권에 소개했으며 신학적 통찰, 영성, 자서전을 결합한 다양한 저술을 남겼다. 중세 여성 신비주의자인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연구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성서학자 스캇 맥나이트Scot McKnight는 그녀를 “교회의 위대한 전통을 재발견하게 해준 저술가”로, 신학자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는 “기억의 마법사, 학문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사이의 벽을 무너뜨린 학자”로 평가했다. 현재는 에모리 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중이다 .
주요 저서로 『기도하고 사랑하라』To Pray and to Love, 『하느님에 관한 기억들』Memories of God, 『기도의 장소』A Place to Pray, 『고양이 닉』Nick the Cat 등이 있다.
📜 목차
들어가며
I 시작
초기 그리스도교 본문들 읽기
II 사랑
완전과 율법주의
완전한 사랑과 변화
완전한 사랑과 인간됨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하느님을 향한 사랑
자기-사랑
성정으로서의 사랑
은총과 인간의 노력
은총의 통로
III 겸손
겸손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넘어서
영웅적 자아상을 포기하기
모든 동기를 뛰어넘는 사랑
회개와 용서의 중요성
정죄하려는 태도를 피하기 위한 분투
겸손과 그리스도인의 능력
IV 정념
정념, 열정을 다시 생각하기
고대 심리학 엿보기
정념과 육체
정념과 자유의 상실
정념, 유혹, 죄, 그리고 마귀들
정념에 이름 붙이기
결론
V 기도
성찰
기도
기도, 그리스도인의 근간
기도를 위한 시편 이해
개인 기도와 시편
긍정의 기도와 부정의 기도
긍정의 기도
부정의 기도
VI 하느님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하느님의 겸손
무정념의 하느님
주께서 사랑하시듯 사랑하라
부록: 로버타 본디의 여정
로버타 본디 저서 목록
📖 책 속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람들을 처음 만난 건 2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그리스도교 신앙을 두고 씨름하고 있었지만 말이지요. 당시 저는 제 지성과 마음을 모두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신앙의 형태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에 앉아 저는 6세기 마부그의 필록세누스Philoxenos of Mabbug가 쓴 설교집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하느님과 다른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흐릿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몇 년 동안 저는 최대한 많이 이 전통에 속한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제게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해 계심을,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위해,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 있음을 가르쳐주었지요. 그들의 따뜻함, 통찰, 도움은 제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이었고, 제 삶의 지속적인 원천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운 현대 세계에서 이들은 여러분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 p.9~10
지금부터 할 대화가 참된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화 상대가 우리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들은 과거의 인물들입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4세기에서 6세기 사이 근동 지역,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은 물론 대다수 동료 그리스도인이 살던 방식과도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느님과 이웃을 가장 잘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리스도인들의 첫 번째 세대였습니다. 그들의 과학, 철학, 의학, 심리학은 오늘날과는 달랐습니다. 그들의 어떤 전제와 결론은 때때로 하느님, 세계,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거스르며 거부해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에 우리는 근본적인 지점에서 이들이 우리와 비슷한 관점을 지니고 있을 거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권위 있는 가르침을 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우리는 그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물을 수 있고 이와 관련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숙고하고, 고려하여 이를 삶에 녹여낼 수 있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 p.15~16
‘완전’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그리 좋은 느낌으로 들리는 말이 아닙니다. 심리학적 맥락에서 ‘완전’은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않고, 별것 아닌 것에 과도한 관심을 쏟으며, 죄책감에 쉽게 사로잡히고, 취미가 다른 사람의 트집을 잡는 강박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신학적 맥락에서 ‘완전’은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가 죄인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인간을 실수하는 존재, 잘못하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막에서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은 ‘완전’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했습니다. 모든 가치에 앞서, 그들은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사랑하지 않는 것은 인간답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그들이 사랑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다음 장에서 다룰 것입니다. 지금은 일단 그들이 ‘완전’과 ‘사랑’을 우리와는 다르게 이해했다는 것을 기억해 두십시오. 그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은 사랑하는 능력을 갖는 데 있으며, 그 능력을 갖기 위한 길은 겸손이었습니다. 완전만큼이나 겸손 역시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낯설고 잘 와닿지 않는 말입니다. 이에 관한 문제들은 3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성서는 완전만큼이나 겸손을 우리에게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 2장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겸손은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할 본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겸손은 계속 움츠리는 것, 낮은 자아상을 키우는 것, 잊히거나 주목받지 못하거나 당연시되는 것에 기이한 쾌락을 느끼는 것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겸손은 자신만큼이나 다른 사람도 하느님 보시기에 가치 있는 존재라 여기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겸손은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는 것과 관련이 있는 관계의 용어였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약점에 공감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 자신의 올바름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것에 닿아 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겸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덕’이라기보다는 마음의 태도였습니다.
--- p.32~33
사막의 그리스도인들은 정념, 혹은 열정을 사뭇 다르게 사용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한 정념, 열정은 진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뜨거운 욕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정념은 전망을 왜곡하는, 사랑을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였지요. 그들은 정념이 꼭 강한 감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막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정념은 마음의 상태일 수도 있고, 습관적인 행동일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분노가 정념, 혹은 열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사막의 그리스도인들은 분노와 같은 강한 감정이 아닌 건망증도 정념, 열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말, 특히 험담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도 정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우울은 열정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말이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우울은 가장 고통스러운 열정, 정념이었습니다.
사랑에서 일어나는, 사랑으로 이어지는, 혹은 사랑으로 표현되는 강한 감정은 정념이 아닙니다. 그러나 연애 초반에 일어나는 현상, 즉 내 눈에 보이는 상대만 바라보는, 그리하여 상대를 나에게 맞추고자 하는, 그렇게 상대를 파괴하려는 열정 어린 사랑, 정념 어린 사랑은 참된 사랑이 아닙니다. 참된 사랑은 사랑을 파괴하지 않으며 더 많은 사랑을 낳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사랑은 정념과 가장 거리가 먼 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p.125~6
🖋 출판사 서평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와 너무나 가까운 초기 그리스도인들
세상을 위해, 세상을 떠나 세상, 인간,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겸손의 의미를 재발견했던 이들과의 진지한 대화
“이 책의 목적은 그리스도인의 삶, 그 의미와 실천에 관한 어떤 교리를 제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들, 본문들은 그 문헌들과 본문들이 기록된 시기에도 독자들에게 어떤 법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문헌들과 본문들은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제시해줍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루는 내용이 그리스도교 전체의 공통 유산에 속하는 이 매혹적인 본문들에 다가가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본문 中
에모리 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중인 로버타 본디의 대표작으로 초기 교회, 특히 사막으로 간 그리스도인들에 관해 소개한 저작. 영미권에 사막 수도 운동과 그 의미에 대해 알린 현대판 고전으로 꼽힌다.
흔히 그리스도교 교회사에서 사막 수도 운동은 초기 교회의 독특한 현상으로 기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공식 종교로 공인된 뒤 ‘좋은 시민’과 ‘좋은 그리스도인’의 구분이 사라지자 참된 신앙의 길을 찾아 떠난 이들을 역사가들은 로마 제국에 편입되어 제도와 교리를 확립해 간 주류 교회의 흐름과는 별도의 흐름으로 다루었고 그 결과 이들의 역사와 사상은 그리스도교 영성사나 수도회의 역사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어지되 ‘초기 교회’라는 맥락과는 분리되어 받아들여졌다. 본디는 이러한 경향에 반대해 이들을 분명한 ‘초기 그리스도인’으로 명명하고, 이들이 숙고하고 성찰한 바가 당시 제도교회 및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이 추구한 것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이를 새기기 위한 노력과 성찰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이 있음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광야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는 한편으로 깊은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돋보이기를 원하고, 한편으로는 사랑받고, 또 나누기를 원하면서도, 상처입기를 두려워한다. 우리 자신이 한계가 있으며 연약함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알면서도, 이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타인과 나누고 성장을 향해 나아가기는 주저한다. 실제 사막에 살았던 그리스도인들도 이를 고민했고, 분투했고, 복음에 비추어 이를 어떻게 벼리고 새롭게 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를 몸소 살아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사려 깊은 학자가 오랜 텍스트와 ‘지금, 여기’를 연결하는 법, 개인, 공동체,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전통에 머금고 있는 풍요로운 통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