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람 휘몰아치는 원유시장, 미국의 '가자 소유'보다 더 신경쓰이는 대이란 정책의 충격 / 2/8(토) / JBpress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소유' 발언이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동향에 따라서는 중동 정세가 단번에 긴박해질지도 모르지만, 현재 원유 시장의 관계자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다.
(후지 카즈히코 : 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 펠로우)
미 WTI 원유 선물가격(유가)은 이번 주 들어, 1 배럴=70달러에서 73달러 사이에서 추이하고 있다. 수준은 지난주에 비해 2달러가량 떨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에 휘둘리다 보니 시장의 센티먼트가 점차 악화되는 느낌이 있다.
우선 여느 때처럼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 움직임을 확인해 두고 싶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대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는 2월 3일 합동각료감시위원회를 개최해 유지 8개국이 실시하고 있는 자주감산(일량 220만 배럴)에 대해 4월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을 견지하기로 합의했다.
OPEC 플러스는 2022년 이후, 일량 586만 배럴의 감산을 실시하고 있다.
트럼프 씨는 유가를 낮추기 위해 대폭적인 증산을 요청했지만 OPEC플러스는 이에 반대하는 모양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유시장이 올해 공급과잉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유가 급락을 피하려는 OPEC플러스는 앞으로도 증산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에 의하면, OPEC의 1월의 원유 생산량은 전월비 5만 배럴 감소한 일량 2653만 배럴이다. 나이지리아 등의 감산이 주요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요 유종 아라비안 라이트의 3월 아시아 공식 가격을 배럴당 2.40달러 인상했다. 약 2년만의 대폭 인상이다. 미국이 1월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면서 아시아 석유기업들이 중동산 원유를 대체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유 공급소비국인 미국을 둘러싼 상황은 유동적이다.
■ 중국, 미국에 보복관세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 주요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발동을 연기하면서 미국으로의 공급 두절 걱정은 일단 멀어졌다.
한편 미국으로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이 보복으로 10일부터 미국산 원유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2015년에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해금했다. 이후 수출량은 급증해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유 수출국이 됐다. 지난해 수출량은 하루 약 400만 배럴이다.
중국 석유기업들 사이에서 미국산 원유의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의 지난해 1~11월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하루 23만 배럴로 당장 하루 10만 배럴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 석유 관련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과 유럽 최대 유전(일량 76만 배럴) 생산 중단 등의 우려가 있지만 시장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 리스크는 최근 자취를 감췄다가 트럼프 씨의 폭탄 발언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 가자 소유 발언보다 이란 주시
트럼프는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를 미국이 인수해 소유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씨는 취임 직후부터 가자지구 주민들을 요르단이나 이집트 등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요청은 양국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씨는 놀라운 구상을 밝힌 것이다.
「미국이 가자 지구를 보유한다」라고 하는 아이디어는 사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 정상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정권 내부에서도 진지하게 검토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위 쿠슈너 씨의 영향이다」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진상은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의 발언에 자극받아 이스라엘-하마스 간 정전 합의가 붕괴되면서 중동 지역 전체가 다시 역겨운 냄새를 풍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자 문제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궁금한 게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다.
트럼프 씨는 지난 4일 제1차 정권 때 실시한 '최대한의 압력'을 이란에 거는 정책을 부활시키겠다고 표명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하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현재 하루 150만 배럴로 대부분 중국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 재무성은 6일 「이란산 원유의 중국 대상 출하에 종사하는 중국이나 인도, 아랍 수장국 연방(UAE)등의 조직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제재를 부과한다」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OPEC의 올해 의장국인 이란의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5일 테헤란을 방문한 가이스 사무국장을 만나 "미국의 압력에 대해 OPEC 회원국들이 결속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씨가 OPEC에 대해 이란산 원유 감소분을 OPEC 전체 증산으로 대응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근거로 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에 대해서 추파도 보내고 있다. 페제슈키안 씨는 1월 하순, 주이란영국대사를 통해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지가 없다」라고 전하고 있다.
트럼프 씨도 5일, 자신의 SNS에서 "이란과 「핵 평화 협정」의 체결을 목표로 한다" 라고 말해 강경 양면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 팩터는 현재로선 '사자' 재료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향후 해빙 분위기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밑받침을 잃은 유가는 일시에 하락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후지 카즈히코 / 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펠로우 1960년 아이치현 출생. 와세다대학 법학부 졸업. 통상 산업성(현·경제 산업성) 입성 후, 에너지·통상·중소기업 진흥 정책 등 각 분야에 종사한다. 2003년에 내각관방에 파견(이코노믹·인텔리전스 담당). 2016년부터 현직. 저서로 「러일 에너지 동맹」 「셰일 혁명의 정체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일본을 구한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