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높이 125m의 거대한 댐이 단풍으로 물든 한국판 그랜드 캐년을 가로막고 있었다
강연을 하기 위해 지방을 찾는 회수가 늘었다. 나로선 목표지를 오고가면서 國土를 감상하는 기회이다. 최근 석 달 사이 충북 단양, 강원 속초, 경북 청송, 강원 양구군을 다녀왔다. 지방으로 나가면 대한민국의 저력과 발전상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우선 도로망이 대단하다. 고속도로도 직선으로 뻗어 있는 구간이 길고 터널도 많은 데 4, 5km짜리도 있다. 한적한 고속화 도로를 달리다가 보면 굳이 이렇게 투자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사이 농촌은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중이다. 아기울음과 어린이들의 노는 소리도 끊어진 지 오래이다. 모처럼 아기가 태어난 마을은 경사난 듯하다고 한다. 작은 교회에 아기가 엄마 품에 안긴 채 나타나면 교인들이 몰려들어 아기 구경으로 법석이란 것이다. 농촌에선 아기들이 그야말로 희귀동물이 되었다.
농촌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가구당 1.3~1.5대이다. 자가용이 없으면 농촌생활은 불가능하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는데 걸어서 가야 하니까.
농촌마다 인구가 줄어도 공무원수는 줄지 않는다. 인구가 약 2만 명으로 울릉도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작은 楊口郡의 군청공무원은 약 400명, 경찰서 직원들은 약 200명이다. 농촌일수록 행정서비스가 좋다.
농촌마다 회관이 많고 시설도 좋다. 郡단위로 주민들을 상대로 '郡民대학' 같은 것을 열고 서울에서 좋은 강사들을 초빙하여 듣는다. 여기 모인 분들의 옷차림, 질문수준, 청강태도는 서울과 다름 없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며칠 전 楊口에 가서 민족통일협의회 주최의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오는 길에 평화의 댐에 들렀다.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 있는 북한강 상류 계곡을 막은 이 댐은 보는 이의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하다. 댐의 높이가 125m로서 국내에서 가장 높다. 댐의 길이는 601m. 최고 저수량은 26억3000만t이다. 이 평화의 댐 상류 36km 지점에 북한이 지은 금강산댐(임남댐)의 최고 저수량은 26억2000만t이다. 북한의 금강산댐이 무너지더라도 평화의 댐만으로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평화의 댐은 사연이 길다. 全斗煥 정권이 북한 금강산댐 水攻위협을 과장했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평화의 댐 현장에서 알아본 바로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 全斗煥 정권은 할 일을 했다. 金大中 정부가 2002년 평화의 댐 확장, 증설 공사를 시작함으로써 그 점을 인정했다.
1986년 10월21일 북한은 금강산발전소 착공을 발표했다. 한 달 뒤 全斗煥 정부는 북한의 水攻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평화의 댐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987년2월28일 1단계 공사를 시작하여 1989년 5월27일 높이 80m의 댐을 완공했다. 북한은 1992년 1월26일에 상류 가물막이 공사를 끝냈고, 1999년에 본댐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북한은 임남댐(금강산댐) 1단계 공사를 2000년 10월에 완공했다. 댐의 높이 88m였다.
북한측은 본댐 공사를 계속했는데 우리 정보기관은 공사가 아주 부실하여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2002년 1월엔 댐에서 훼손부위가 발견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9월3일 평화의 댐을 확장하기로 하고 2단계 공사에 착수했다. 북한측 임남댐은 2003년 12월에 완공되었다. 댐 높이는 121.5m이다. 평화의 댐 2차 공사는 올해 6월15일에 준공되었다. 이젠 금강산댐이 무너져도 우리는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평화의 댐 공사에 지금까지 약 4000억원이 들었다. 역시 국방엔 돈이 들어간다.
이런 경과를 보면 全斗煥 정부가 북한의 水攻위협을 과장하여 짓지 않아도 될 평화의 댐을 지었다는 모함은 헛소리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초기 대응이 부족하여 김대중 정부 시절 댐의 높이를 45m나 더 높여야 했을 정도이다. 요사이도 좌익들과 일부 어용언론은 全斗煥 정부가 금강산댐이 터지면 여의도의 63빌딩이 물에 잠긴다는 과장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평화의 댐을 짓지 말았어야 했을 댐으로 비하하곤 한다. 사소한 문제점을 트집잡아 본질을 부정하려는 선동이다.
평화의 댐은 콘크리트 피라미드를 연상시킨다. 크기는 피라미드 두 개를 붙여놓은 규모이다. 협곡을 차단한 댐이라서 더 장대하게 보인다. 주변의 산들은 단풍으로 물들었고 깊은 계곡의 맑은 물은 "아, 이곳이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구나"하는 탄성이 나오게 했다. 서울에서 평화의 댐까지는 약3시간 30분 걸린다. 하루를 시간 내어서 이곳에 도착한 뒤 주위를 느긋하게 즐기다가 돌아가면 좋은 안보관광이다. 이곳은 한국에서 가장 깊은 산골이다. 도로는 잘 닦여 있다. 지난 10월 초의 폭우로 산사태가 난 곳이 몇 군데 있으나 막힌 곳은 없었다.
이 깊은 산과 계곡이 품은 물이 춘천방향으로 흘러내리면서 화천댐, 소양강 댐, 청평 댐, 팔당 댐을 거쳐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으로 커지는 것이다. 이 산악지대는 한강의 水源이자 2000만 수도권의 배후지이다. 이 산들이 없으면 2000만 명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물은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夕陽 때 화천군의 해산(日山)전망대에 서 보았다. 해산은 1190m 산이다. 주위의 깊은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들렸다. 滿山紅葉(만산홍엽)이었다. 화천군에서 관리하는 전망대는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양구에서 화천을 거쳐 춘천-서울로 돌아올 땐 밤이었다. 여러 호반을 지나왔다. 전깃불에 비친 호수의 물빛은 항구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렇게 근사한 대한민국을 공짜로 먹어치우려는 자들이 청와대와 주석궁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평화의 댐 사무소는 033-480-1532, http://pyeonghwa.kwater.or.kr이다.
- 월간조선 조갑제 기자의 글-
첫댓글 평화의 댐은 각하의 진정한 업적이며 선견지명입니다..
조갑제 선생이 평화의 댐에 대한 인식은 나름대로 올바르네요,,
평화의 댐이 없었다면 정말 끔찍합니다..
이것은 대 전두환 각하만이 하 실 수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