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 오이란, 일본 미인도, 한국 미인도 [옮김 펌]
오래된 도시 교토(京都)에서도 옛 정취가
가장 잘 남아있다는 기온(祇園)의 거리를
돌아다닐 때였습니다.
기온이 원래 유명한 게이샤 구역이라기에
혹시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인을 보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죠.
그러다 이 사람들과 마주쳤답니다!
사실 이 사람들은 게이샤 분장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이었습니다.
교토에서는 게이샤(藝者)를
게이코(藝子)라고 부른다지요.
하지만 엉터리 분장이 아니라 비싼 값
(우리 돈으로 무려 10만원에서 20만원! )을 주고
진짜와 똑같이 정교하게 화장을 하고
의상을 차려입는 것이라고 하니 이 관광객들을
보는 것도 못지않게 재미있는 일이었죠.
교토 여행 중에 끝내 진짜 게이코는 만나지 못했지만 이
가짜 게이코의 모습에서만도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여행이 끝난 후에 게이샤에 대한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답니다.
오늘은 그러는 중에 알게 된 게이샤, 마이코(예비 게이샤),
오이란(고급 매춘부)의 차이,
그리고 일본 우키요에 (浮世繪 14-19세기의 대중 회화,
주로 목판화) 미인도에 나타난 그들의 모습,
한국 미인도와의 차이 같은 것들에 대해
좀 이야기할까 해요.
우선 저 관광객들은 엄밀히 말하면 게이샤가 아니라
마이코로 분장한 것이더군요.
저 사람들처럼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꽃장식을 많이 달고 있으면 마이코라고 하네요.
마이코는 정식 게이샤가 되기 전의 견습생 같은 것인데,
춤, 노래, 악기 연주, 시, 서예, 다도, 옷 입는 법 등등을
철저히 배우고 혹독한 훈련을 거친 다음에야
정식 게이샤가 된다고 합니다.
이때 저 붉은 띠를 자르는 성인식을 한다고 하고요.
정식 게이샤가 된 다음에는 머리카락을 좀더 크게 부풀리고
머리장식은 좀더 심플하게 하는 것 같더군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이 사람은 70년대 일본 최고의 게이샤로 불렸던
이와사키 미네코입니다.
올해 초에 개봉된 영화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의
원작 베스트셀러가 이 여인의 경험담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 사람은 소설이 나온 후에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멋대로 바꾸고 게이샤 문화를 왜곡했다고 대단히 화를 냈다고 합니다.
소설과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성인식을 하면서 처녀성을 경매에 붙여
가장 비싼 값을 부른 손님에게 파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런 풍습은 유녀(遊女)인 오이란에게나 있지 예술을 하는 자인
게이샤에게는 없는 일이라면서요.
“게이샤의 추억”도 결국 이런 그림들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결국 영화를 보지 않았고, 또 보고 온 사람들 중
과연 혹평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만,
지금은 그래도 봐둘걸 그랬다 하는 생각입니다.
문제가 있어도 직접 봐야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영상은 참 아름다웠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게이샤 문화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들은 이 영화가
게이샤와 몸을 파는 유녀(遊女)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이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비록 게이샤가 타락하여
매춘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유녀 중 고급인 오이란의 경우에는
교양과 가무 실력도 갖추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게이샤는 예능을 파는 자이고
유녀는 몸을 파는 자로서 철저히 분업이 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자부심 있는 게이샤들은 연인과 관계를 가진다 해도
금전 대가를 받는 일이 없었고 에도 요시와라(吉原)의 게이샤들은
아예 남자와 육체관계를 갖지 않고 예술에만 정진하는
고고한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사실 게이샤와 오이란은 복장부터 다릅니다.
아래 미인도를 보세요.
두폭 벽걸이 (1820)
우타가와 구니히데 작
비단에 채색, 84.7 x 29.5 cm,
왼쪽에 있는 여인은 게이샤, 오른쪽에 있는 여인은 오이란입니다.
기모노의 특징인 “오비”라는 넓은 띠를
게이샤는 뒤로 매듭이 가게 매고
오이란은 앞으로 매듭이 가게 맵니다.
또 오이란은 비녀(?)를 부채살처럼 꽂은 독특한 머리모양을 합니다.
그리고 오이란이 옷을 전반적으로 더 화려하게 입습니다.
앞으로 우동집에 걸려있는 미인도를 열심히 보고
게이샤인지 오이란인지 구분해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키요에 미인도,
특히 18세기 후반과 19세기의 그림들을 보면 미인들의
얼굴이 왜 그리 길쭉한지 모르겠습니다.
얼굴이 길고 하얗고 턱은 둥글어서, 그걸 보고 어떤 사람들은
무나 조롱박 같다고 하던데. 모델이 된 게이샤나 오이란의 얼굴이
실제로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요.
일본 미인도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작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한국 미인도 vs 일본 미인도”
(참고: http://agorabbs4.media.daum.net/griffin/
do/kin/read?bbsId=K150&articleId=22763)
거기 나온 그림들은 모두 현대에 그려진 것들이고
사실 전통미인도의 양식을 계승한 것도 아니었지요.
원래 한국의 미인도는 대개 기녀를 모델로 해서
유려한 선으로 은근하게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인데,
거기 소개된 그림들은 순박한 얼굴의 일반 부녀자들을
그냥 수수하게 그린 것이었어요.
또 거기 일본 미인도로 소개된 그림들은,
우키요에 미인도와는 거리가 먼 순정만화 같은 얼굴에,
일상의 순간을 잘 포착해낸 우키요에 미인도와는 달리
그냥 의상의 화려함만 강조한 일러스트레이션들이었고요.
그런 식의 비교는 “한국 예술은 소박하기만 하고
일본 예술은 얄팍하게 화려하기만 하다”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기 쉽지요.
한국의 의상이나 예술품은 선의 멋들어진 흐름을 중시해서
그걸 방해하는 무늬를 절제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은 단순한 소박함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또 일본의 예술품이라고 해서 언제나 요란하게 화려한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단순한 가운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종종 있지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한국과 일본의
옛 미인도를 한 번 비교해볼까요?
왼쪽의 그림은 대표적인 미인도 작가로
18세기 후반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 1754-1806)의 목판화입니다.
오른쪽의 그림은 해남 윤씨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수묵채색화고요.
18세기에서 19세기 중반 사이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지요.
왼쪽 그림의 여인은 속이 비칠 듯 말 듯한 얇은 감색의
여름의상을 입고 (우타마로는 같은 옷을 입은 여인을
여러 번 그렸답니다. 이 옷이 아주 마음에 들었나 봐요 )
부채를 들고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의 여인은 팔을 들어 크게 올린 머리를 만지고 있는데,
짧은 삼회장저고리 아래로 살짝 드러난 속살, 하얀 손과
새카만 머리카락의 대조, 입술과 띠의 강렬한 붉은색,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눈썹과 여유만만한 눈초리 등등이
상당히 고혹적입니다.
이번에는 거울을 보는 여인을 그린
양국의 미인도를 비교해볼까요?
큰머리 여인 (19세기 초 추정)
김홍도 金弘道 (1745-1810년대) 작
종이에 채색, 24.7 x 26.0 cm
서울대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한국 회화사의 거장인 김홍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굵은 선으로 표현된 녹색 치마와 붉은 경대의 강렬한 대조,
그리고 여인의 살짝 내민 발이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거울을 보는 여인 (1808)
가쓰시카 호쿠사이 葛飾北齋·(1760-1849)
비단에 채색, 86.1 x 32.4 cm
이 그림은 “거대한 파도”나 “불타는 후지산”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우키요에의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입니다.
그의 걸작들이 대개 목판화인 반면에 이 그림은
직접 붓으로 그린 것이지요.
늘씬한 여인이 우아한 곡선을 만들며 몸을 뒤로 젖히고
거울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일본 회화에서만 자주 볼 수 있는 독특한 테마인
뒷모습의 미인도인 것이죠.
일본 의상 자체가 뒷모습의 아름다움을 중시하지요.
옷깃을 오비에 가깝게 아래로 늘여서 목덜미를 드러내
은근한 관능미를 발산하고
오비의 매듭을 뒤로 늘어뜨립니다.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1986)”에서는
이것이 일본 특유의 “닫쳐진 뒷모습으로
열린 앞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 한 함축미”라고 합니다.
미인도 (19세기 초 추정)
신윤복 申潤福 (1758-?) 작
비단에 담채, 113.9 x 45.6cm
간송미술관
이건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이지요.
너무나 잘 알려져서 얼핏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물끄러미 들여다볼수록 역시 걸작은 걸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흑운(검은 구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얹은머리와
탐스럽게 부풀어있는 치마의 멋진 균형,
의상의 절제된 색깔에 액센트를 주는 노리개와
그 노리개를 움켜잡고 있는 하얀 손이 주는 미묘한 에로티시즘,
그리고 어딘지 애달픈 느낌을 주는 앳된 얼굴과
가녀린 어깨선까지... 과연 미인도 중 으뜸이라 할 만해요.
벚꽃 아래 미인과 그 시녀 (1805년경)
초분사이 에이시 鳥文齋英之 (1756-1829)
비단에 채색, 104.6 x 41.0 cm
신윤복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고 활동한
일본의 화가 에이시의 작품입니다.
당대 한국의 대표적인 미인화가가 신윤복이라면
일본의 대표적인 미인화가는 우타마로와 에이시였지요.
고바야시 다다시의 “우키요에의 미(2004)”에 따르면
에이시는 무사계급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우키요에 화가가 된 아주 파격적인 케이스였으며
따라서 에이시의 미인도는 그의 신분을 반영하듯
격조 있고 우아하며 정적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상인계급의 화가인 우타마로의 미인도가
통속적이고 관능적이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에이시의 이 그림은 판화가 아니고 붓으로 그림인데,
그는 이런 그림에 더 뛰어났다고 해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오비 매듭이 앞에 있는 것과
머리모양을 보시면 알겠지만, 고급 유녀 오이란입니다.
옆에 있는 소녀는 영어 제목에는 그냥 시녀라고 되어있지만
머리에 붉은 띠와 꽃장식이 보이는 것을 보니
혹시 마이코가 아닐까요..?
어쨌든 분홍색과 진홍색의 화사한 옷을 입고
꽃가지를 꺾어든 여인들이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나무 밑을 걸어가고 있는 이 그림을 보면
봄날의 온화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만지고 있는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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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교 감상 하시고, 일빠 들이 자기네 화려한 일본 미인도와 한국 미인도를 비교 감상 해서 저가 이 그림 명화 방에 올렸습니다. 주로 화려한 일본 미인도만 보셨으니 서로 단아한 미인도도 감상 해 주세요
모두 아름답네요...노래도 잘 어울리고...ㅠ_ㅠ 특히 노래 좋아요 ㅠㅠ 제목이 뭔가요..
가나님 감사 ~춤추는 카사비앙카
나만그런지..노래가 안나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전까지 보아왔던 일본미인도랑 한국미인도는 뭔가 비교해서 한국미인도를 까거나 일본미인도를 까는것 처럼 보였는데 이건아니네요. 우리나라도 일본도 모두 단아해보입니다.
저도 노래 안 들려요.
현대적인 미관점에서 볼 땐 그냥 평범 이하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