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데드와 같은 좀비물을 보면,
전 항상 구석기 시대가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저 자신에게 묻곤 했죠.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난 리더 포지션에 있을까? 아니면 팔로워 포지션에 있을까?
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당연히 팔로워.
리더를 왜 해? 그 힘든 걸. 질색팔색임.
위 도표는 조직심리 쪽에서 자주 인용되는 성격 분류법인데,
"지배욕구"와 "성정의 온도"를 2*2함으로써 사람의 성격을 구분한 것이죠.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
저 4차원에서 중심이 되는 건 2사분면과 4사분면인데,
전 따로 이들을 (지배욕이 있고 차가운) 육식동물 과 (순응적이며 온건한) 초식동물 이라 명명합니다.
인류사를 관통하는 대표적 "갑을 관계" 같은 거랄까.
정치인의 경우, 애시당초 지배욕이 강한 사람들이 정치가를 꿈꿀 겁니다.
저 같이 지배욕구가 제로인 사람들은 시켜줘도 안 한다는 자리이죠.
당연히, 전자에 비해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생태계의 피라미드 란 언제나 팔로위 포지션이 압도적으로 많죠.
마초적 리더쉽, 카리스마 리더쉽
어린 시절부터 민주주의를 체감하며 자란 우리 세대에서조차,
여전히 먹히는, 또한 무의식적으로 좆는 리더상입니다.
뭐랄까. 결단력있고 추진력있는 본성, 이를테면, 본투비 리더의 자질 같은 거라 여겨지는 걸까.
짐승 세계에서만 알파-메일(우두머리 수컷)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대놓고, 또는 은연중으로 알파-메일을 원한다는 사실.
리더로서, 육식형의 성격보단, 1사분면의 지배적이고 온건한 성격이 더 좋은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리더로서 의사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는 따뜻함이 일견 우유부단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단 생각 또한 듭니다.
상상해 봅시다.
내 집단이 좀비들한테 쫒기고 있을 때,
뒤에 처진 소수의 약자들을 단호하게 버리고 가는 리더와,
그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다수의 안전을 위해야 한다는 생각의 대립각 때문에 시간을 소비하는 리더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들은 대다수가 후자고, 또, 결과 또한 좋지만,
히어로빨 짤없는 현실 세계에서는 어떠할까? 라고 자문한다면, 쉽지 않은 상상이기도 합니다.
초식동물, 팔로워들은, 나의 리더가,
따뜻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니길 원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그런 인물들은 진짜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 중에선, 따뜻함을 가장하고 있었을 수 있겠으나,
결국, 대다수는 just 육식동물들이었죠.
왜 제일 약한 이 형이 어벤져스의 캡틴일까?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관련 연구/에세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기를 둘러싼 환경이 열악하고 위협적일 때,
권위주의적이고 우익적일 수록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참조)
Emma Onraet, Kristof Dhont and Alain Van Hiel,
"The Relationships Between Internal and External Threats and Right-Wing Attitudes: A Three-Wave Longitudinal Study"
즉.
비우호적 환경을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는 절대 지도자를 원하는 추종자의 포지션에서 심리 상의 시큐리티를 얻는단 겁니다.
그럴 겁니다.
내 주변에 좀비들이 득실거리고 있다면,
합리성이나 온건함, 민주주의적 자질보다는
얼마나 강력하고 얼마나 과단성이 있는가, 누가 더 좀비들보다 육식인가의 자질이 리더로서의 덕목이 될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인류 역사에는,
그렇게 이리의 아가리를 피해 모인 둥지가 사실은 범의 소굴이었다 라는 식의 스토리들이 널리고 널렸더라는.
미드 워킹데드의 수퍼빌런, 육식괴물
조직 심리의 리더쉽 쪽 동향을 보면 재밌는 것이,
원래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권력이 하부로 이양됨에 따라
참여 리더쉽(구성원의 참여 확대)에서 최종, 서번트 리더쉽(리더는 구성원에게 봉사)까지 리더쉽이 성숙된다 이런 전개였는데,
故 잡스에서부터 최근 트럼프까지 이제는
마초적, 카리스마적, 나르시시스틱 리더에 대한 얘기들이 체감 상 훨씬 많아진 것 같더란 겁니다.
박정희 시대의 향수 버프로 박근혜 前 대통령이 당선된 거나,
일본을 장악하고 있는 아베정권,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에서 보여지는 우익/자국우선주의의 움직임 등을 보면서,
시민들이 삶에 팍팍함/위협을 느끼면서 절대 권력자를 원하는 시스템이 글로벌리 되어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위협을 느낄 수록 육식성 리더를 선호하는)
"구석기 시대에 멈춰버린 진화의 시계추"로 인해,
(*인간의 뇌는 구석기에서 진화를 멈췄다는 진화심리학 개념)
구석기 시대에는 맞았던 것이 현 인류에게는 맞지 않게 된 이른바,
시대착오적 본능 에 우리가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 또한 드는 요즘입니다.
우리는 꼭, 리더로서 사자를 뽑아야 하는가???
그렇게 당해왔으면서도 여전히 "그"는 심바일 거야 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 한다.
이를테면 말이죠.
지배욕은 없으면서, 정의롭고 공평무사하며 온건한 그런 사람을 대표로 추대해,
회사원이 노동하듯, 국가 업무를 보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우리들이 기업 놈들의 사익을 위해 야근에 시달리듯,
공익을 위해 우리와 수많은 밤을 함께 할 그런 초식형 대통령은 안 되는 걸까요?
리더의 심장이 타고날지언정, 국민의 대표는 우리들의 투표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대선 때 저는, 사자가 아닌 위와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좋은 글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부디 이번대선에는 1사분면의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고딩 때 동아리 장도 해보고(단순히 성적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군대에서 분대장(위에 선임이 있었고, 하기 싫었는데 시키더라구요ㅜㅜ)도 했었는데,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리더로서의 자질은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순둥순둥하고 화를 안내니까 약간 만만해 보이는건지 통제가 잘 안되었고, 시키느니 내가 한다는 마인드가 커서(남을 잘 못 믿나 봅니다..) 혼자 힘든건 다하고 조직의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조용한 리더십이 그 리더입장에서는 약간은 더 고난이도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진짜 일꾼 같은 리더가 나왔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육식동물 같은 리더가 더 믿음직스럽기도 합니다.
믿고보는 무명자님 글 선댓글 후 감상
믿고보는 무명자님 글
선감탄 후감상
무명자님 글에서 많은 깨달음과 지식을 얻어 갑니다!
왜 캡틴 아메리카가 리더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ㅎㅎ
정말 희귀한 초식동물형 리더~ <팀 던컨> 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제가 던컨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조던의 실력을 뛰어넘는 NBA 선수는 나올지언정,
자신에겐 냉정하고 팔로워들에겐 다정한 던컨같은 리더는 다시 나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