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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잡스는 필요한 것 외에는 일도, 관계도 에너지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저는
거꾸로 가급적 느릿느릿 에둘러 가는 쪽을 택한 뒤로 이것저것 시너지가 솔 찬한 것
같아요. ‘민속촌’ 야간 개장을 조인하기 위해 퇴근하고 바로 토네이도를 몰아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무렵입니다. 내비가 1분 사인을 할 때, 도심 가운데 빅 사이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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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보여서 뭔가 했는데 민속촌 주차장이었네요. 언제 이렇게 상권이 가깝게
쳐들어왔을까요? 그러고 보니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제가 민속촌을 처가 식구들과
한번, 가이드로 3번 정도 왔을 것입니다. 다들 퇴근하느라고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최대한 덜 걸으려는 묘한 심보가 발동해 톨게이트 앞에 토네이도를 세워두고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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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 2,000원을 선불로 정산했어요. 대부분의 주차장은 온-니 카드입니다.
무인 주차장인데도 경비가 두 명씩이나 있습니다. 복장도 현역 냄새가 날만큼 FM이고요.
길게 스트레칭을 하고서 걸어갔는데 주차장 출구 쪽에 바로 Par 3 9Hole이 있습니다.
안가 봐도 제법 고급지게 보입니다. 필드 머리 올리러 가기 전에 들리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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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까지 청사초롱 불을 밝혀주는 것은 일종의 레드카펫일 것입니다. 장가갈 때도,
함 팔러 갈 때도 못해본 청사초롱 길을 사푼사푼 걸어 들어갔습니다. 자유이용권과
15,000을 돈 바꿨어요. 에버랜드처럼 종이 팔찌도 주더이다. 해가 짧아졌는지 워킹투어를
할 때쯤 조선시대처럼 캄캄해졌어요. 전에는 없었는데 유엔센터인지 국기봉에 만국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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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양되어 있네요. 사람이 없어서 크로스 된 줄 알았고 만, 귀신 나오게 생겨서 인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북미,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아프리카 6대주 전시관이었어요.
크게 볼 것은 없었는데 몽골 텐트(게르)와 진시황제 무덤, 공자 사당정도를 관심 있게 봤어요,
멕시코 쪽 ‘중남미문화원‘은 일산 에스라 성경대학원에서 보았고 ’아프리카 박물관‘은 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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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우리에서 두어 번 가보았어요. 한30분 머물다가 어슬렁어슬렁 조각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조형물 사이즈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일단 비주얼에 끌려서 한 컷 찍었어요. 제가 알고
있는 조형물 중에 ‘거미‘라는 작품이 있는데 무려 3*7m 거대한 청동 작품 '거미'가
318억에 낙찰되었대요(2015). 여성 조소 작품 중 최고가입니다. 부르주아가 처음 거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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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47년으로 '두 점의 드로잉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대형 거미 조각으로 창조되기까지 무려 50년이 걸렸어요.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나이가 86세랍니다. 우리 딸내미들도 결국 유학을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거미는' 작가의
어머니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는데 그녀가 말하는 어머니는 "부지런하고 영리하며, 진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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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마음을 달래주며, 합리적이고 앙증맞고 섬세하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단정하고
유능했다"라고 합니다. 피에타(Pieat, 1498-1449)나 생각하는 사람(로댕, 1880-1888)을
능가하는 21세기 명작 '거미'야말로 조소의 새로운 역사가 아닐 런지요?
미술 얘기하니까 딸내미들 생각이 납니다. 무대미술과 수시D-7일입니다. 인 스타에 올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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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글에 답글을 달았어요. “ 기다림에 대한 정의를 님의 나이에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평생 덤비면서 산 아빠는 5-6반이 되어서야 겨우 기다림의 미학이나
느릿느릿 의 감을 잡았는데 말입니다. 패를 알고 가는 것과 그냥 가는 것의 차이는 하늘,
땅만큼의 차이입니다. 님의 인문학의 깊이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패를 알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있으니 소확행을 즐길 수 있지요. 건강하게 커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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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도 공원도 시마이를 하려는 것 같아 직진 방향으로 걸었어요. 회전목마는 멈춰있었고
바이킹이 지금 막 출발했습니다. 바이킹은 내려올 때가 무섭지요. 저는 평생 3번 정도 타
본 것 같아요. 애들 놀이터는 패스 합니다. 나가려면 강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입구에서
담배를 한 갑사서 흡연 부스에서 피우고 어묵도 하나 사먹었어요. 맛은 그 닥 별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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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개장이라 춘향 이와 이 도령이 마당에서 노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그놈이 그 놈 같고
그년이 그 년 같네요. 잽싸게 마당을 통과해서 본격적으로 트래킹을 시작했어요. 날씨도
딱 맞고 밤에 땅을 밟는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랑 같이 왔다면 금상첨화
이었을 것입니다. 볏 집으로 지은 민가를 둘러보았는데 50년을 그대로 타이머시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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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마당에서 해석아, 해석아 하면서 금방이라도 할매가 나오실 것만 같았어요. 토방마루
가 정겹습니다. 제가 구하려고 하는 테이블 다이가 바로 이 토방마루입니다. 폐가 같은 데
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인데 제 손에 들어올 날이 있겠지요. 정개(부엌)를 보니 울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울 아버지는 정개를 자주 들락거리셨어요. 솔가지나 왕겨로 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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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펴보셨나요? 나무 타는 냄새, 툭툭 나는 소리 모두 정겨운 고향의 노스텔지아입니다.
절구질이 그땐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벼랑 박에 붙어 있는 키질을 해보셨나요? 여름날
저녁 저기 저 평상에서 잠을 자본 경험이 있나요? 푸세 식 변소에서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릴 것입니다. 멍석말이가 뭔 줄 아시나요? 저 가마니에 사람을 둘둘 말아 밟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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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를 보면 그 집 살림살이를 안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었습니다. 울 어머니처럼
독에 욕심이 많은 분도 없을 것입니다. 저것은 손빨래를 해서 널어놓는 빨래 줄입니다.
주로 이불 호청을 말릴 때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디딤이 돌 소리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까지 우리 집에도 있었어요.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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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관아에서 곤장을 맞아보았나요? 지금은 태형이 없어졌지만 옛날 같았으면 저는 맨 날
곤장을 맞고 엉덩이가 성한 날이 없었을 것입니다. 성황당에 청홍색 천을 매달아 놓고 음양
효과음을 전설 따라 삼천리버전으로 암만 넣어 봐라 내가 눈 하나 끔쩍하나. 예뻐서 한 컷
찍었어요. 소원 비는 쪽지가 표주박 문에 달려있지만 제겐 셀-카 오브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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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두 개나 건너고 한 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이 총3시간입니다. 조금 피곤은 해도
혼자 다니면 내 맘대로 멈추고 갈 수가 있으니 좋습니다. 이제 진짜로 사진 한 장만 찍고
고-홈을 해야겠습니다. “문학텍스트는 언어의 창조성, 득 다양한 의미 생성을 보여주는
‘의미론적 혁신’을 통해 현실을 다시 기술함으로써 우리가 현실을 새롭게 이해하고 살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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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요컨대 우리는 문학 텍스트라는 허구적 경험의 에움길을 통해
진리와 주체 물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김 한식, 해석의 에움길-폴리쾨르의
해석과 문학, 문학과 지성사). “ 리쾨르는 문학을 통한 자기 이해를 이야기합니다. 자신과의
단순한 대화가 아닌, 문학이라는 에움길, 즉 상징을 거친 자기성찰 말입니다. 어떤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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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면서 읽을 때 독자는 그 책을 통하여 자기를 읽게 됩니다. 낯선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어두운 점도 보게 되지요. 그리하여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삶의 변화와 확장을
꾀하게 됩니다. 도덕적 훈시로는 사람이 바뀌지 않습니다. 에움길이 없는 해석은 종종 역
효과가 납니다. 설교란 일방적 선포라기보다는 해석의 에움길을 거쳐 성도들에게 도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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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작업일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길은 직선보다는 곡선이요, 에둘러 돌아가는
여정에서 더 풍성하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신앙에서 천로역정이 꼭 필요한 이유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과정이라서 그럴 것입니다. 뺑뺑이를 도는 동안 복도 알고 저주도
알았고 순종도 알고 미끄러지는 것도 알지 않았던가? 에움길과 자유의지는 형제지간일까?
2019.9.18.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