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품으면 지치지 않는다
뭇 사람들에게 바라는 바를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나 어느 누구의 유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거나 무엇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곤 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품었다는 비전(vision)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 능력으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꿈(dream)인 경우가 많다. 대개 ‘내가 가진 재능이나 전문 분야를 통해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차원이다.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증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 다시 말해, 사람의 꿈은 자기 자신과 자기 능력, 곧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재능으로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해보겠다는 포부를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품을 수 있다. 때로는 그 꿈을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꿈이란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전은 다르다. 비전이란 자기의 소유나 재능과 상관없이 ‘성령님에 의해, 성령님 안에서, 성령님이 부어주시는 생각대로’ 그려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성령님 안에 있으면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가 인간적인 마음으로 품었던 꿈도 비전으로 바꾸어주신다. 처음에는 나의 꿈인 줄 알았는데 그것을 비전으로 변화시켜주신다는 뜻이다.
비록 목표와 결과가 동일해 보여도 그 출발점이 전혀 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꿈을 좇는 사람은 그 방향과 과정과 수단이 모두 ‘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비전을 따르는 사람은 내가 아닌 오직 성령님만을 따르고 의지한다. 말하자면 어떤 뜻을 위해 나의 의지와 능력을 사용한다면 꿈을 가진 것이고, 나는 죽고 온전히 성령님만 의지한다면 비전을 품은 것이다. 이렇게 품은 비전은 성령님 안에서 믿어지게 되고 마침내 기도하는 가운데에서 믿음이 실상과 증거가 되는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 11장 1절).
비전이 있는 사람만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 즉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향해 전진해 나간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하실 일에 나는 그저 순종하는 것뿐이다.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가진 사람은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지 않는다. 비전이 곧 하나님이 나를 통해 하시려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성령님이 나를 통해 일을 행하시게 할까요?”라고 질문하게 된다. 나는 죽고 내 안에 사시는 하나님의 아들(예수 그리스도)을 믿는 믿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전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비전을 품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비전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성령님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나는 죽고 오직 나를 통해서 나타내시는 하나님의 권능과 그분의 인도하심만 따라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전을 품은 사람은 비전이 바뀌거나 처음의 열정이 식지 않는다.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릴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꿈은 자신의 가진 것을 다 동원하여 이용하기 때문에 소진하고 지칠 수 있지만, 비전은 오직 믿음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소진하거나 지칠 줄을 모른다.
우리가 믿음으로 움직일 때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이정표를 보여주시면서 길을 인도하시며 개입하신다. 그러므로 비전을 가질 때라야 그 비전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를 이끌고 가시는 소명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그 소명을 실질적으로 이루어나갈 수 있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느니라”(잠언 16장 1절).
그렇다면 우리가 꿈이 아닌 비전을 품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라디아서 2장 20절). 이는 사도 바울의 고백인데, 이런 삶의 자세를 지니는 것이 바로 우리가 비전을 품을 수 있는 길이다.
2024. 9.17.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