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의 시간
최 병 창
체념한 듯 가까운 눈빛에서
어머니의 반짝이는 등대가 보였지
그때마다 달빛은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
으스러지게 껴안았던 고통의 손마디는
늘려놓은 시간만큼
모자란 밤을 들춰내고 있었지
등대를 따라서 어머니는 밤을 새워
파도자락 같은 노래를 불렀지
내 손을 숨 쉬듯이 쓰다듬으며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 속에 어머니가 보였고
계수나무 그 아래로
조그만 토끼 같은 내가 보였지
어머니 몸에 가시를 박고
가시연꽃에 눈 맞추며
가시들의 말들을 모아
하늘에 총총 별빛을 새기는 일
이미 불에 타서
가슴이 없어졌다는 어머니나
발목이 시리도록
온몸을 휘감는 달빛이나
가물가물 음울한 한숨 소리는
아직도 자라지 못한
어머니의 여린 꽃대였었지
달빛을
감추듯 널려놓은
어머니의 늙은 시간만큼이나.
< 201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