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늦은 밤에 강아지가 아팠는데 다니던 병원은 문을 닫아 급히 찾은 다른 병원에서 전남친을 처음 봤습니다. 훈훈한 외모(강다니엘을 상당히 닮았습니다)에 첫눈에 반했고, 전남친도 저한테 관심을 보여서 고백 받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최근 깔끔하게 헤어졌고 미련도 없는데 친구들이 오히려 나서서 유부남이라고 갑론을박 펼치고 난리가 났네요. 한명은 그 남자 조강지처 있다는 데 전재산 건다는 드립까지 치더라고요ㅡㅡ
밤이나 주말에 집에서 연락 안되는건 직업특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이 고되고 집가고 졸리니까 퇴근하면 연락 안 돼도 안 이상했어요. 기절해서 잤대요 (저도 강아지랑 한시간 놀아주면 지치거든요!) 처음 모닝콜 했을 때 목 잠겼다고 안받길래 그후로 아침에 전화한 적은 없어요.
사실 데이트할 때 예전 원장님이라는 분한테 전화가 자꾸 와서 게이인지는 잠시 의심했어요. 데이트 방해받기 싫다고 안 받길래 의심 풀었고요. 유부남은 생각도 안해봤네요. 원장님 전화도 안 받으니까 제 전화 안 받아도 기분 안 나빴어요. 그리고 스마트폰 다이어트? 한다고 했어요.
친구들이 확신하는 이유는 그의 기억력이에요. 제 생일을 5번쯤 물어보고, 카톡으로 보냈던 사진을 또 보내요. 근데 정신없이 바빠서 끼니도 거른다더라구요. 그런 말을 하는게 약간 워커홀릭 컨셉에 빠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특이한 척 하다가 의뭉스러운 이미지가 됐다 싶었구요.(왜냐면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는 사람 첨봣거든요. 못생겼으면 진짜 싫었을거 같아요) 컨셉충에 약간 허언끼 있는 사람아닐까요? "바빠서 여자도 안 만나왔고 취미생활도 안하는 워커홀릭"인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요.
딴소리지만 기본적인 맞춤법 “같아”를 “같에” 로 쓸 정도로 본인 분야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구나 했구요. 그때부터 친구들이 니 남친 에그몽이라고 놀렸네요ㅡㅡ
제가 평소에 가끔 눈치없단 소리 들을 때도 있지만 유부남 만나면서 모를 정도는 아니에요. 거짓말을 자주하긴 했는데 그건 저도 눈치 챘어요.
1. 형제이름을 뻥쳤어요. 분명 이름OO이라고 했는데 셀카에 입고 잇는 예비군 옷에 OQ이라고 적혀있더군요. 누구냐니까 형제라는데 형제 한명이에요. 머리가 안 좋은지 자기가 한말을 기억 못해서 다 들켜요ㅠ 저는 눈치는 없지만 한번 들은건 안 잊거든요.
2. 전남친은 종로사는데 걸어서 5분거리 헬스장을 다녔어요. 운동하면서 거울셀카를 보내곤 했는데 거울에 비춘 헬스장 이름을 보니 그곳은 종로가 아니였어요. 전남친 동네는 같이 가본적 없구요.
3. 원래 모 공대 다니다가 재수했다고 구구절절 말했었는데 전남친은 거짓말할 떄 양념을 많이 치는 편이라 티가 납니다. 해당과 나온 친구 남편도 그런 사람 없었답니다.
남자가 정체를 안 밝히는 이유가 뭐겠냐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 주장이 맞다 쳐도 이해안되는건, 유부남이라서 신상만 속이는게 아니라 굳이 안해도 될 거짓말을 한다는거요. 해외여행을 친구랑 둘이서 갔다고 했다가 갑자기 셋이서 갔다고 하거나, 제가 선물한 핸드크림을 차에 두고 썼는데 지난번엔 다썼다더니 이번 주엔 “니가 준거야” 자랑하고 자아분열 오졌습니다.
전남친이 최근 직장 관두고 개업준비가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로 잠시 돌아버렸군 여기고 이해하려고 했어요. 민망할까봐 거짓말 지적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컨셉충일 수는 없나요? 예를 들면 살면서 식탐을 느낀 적이 한번도 없고 치킨을 싫어한대요. 치킨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저래놓고 부페가면 닭강정만 한 접시 먹습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본인은 음주가무 안좋아한다더라구요. 그래놓고 술취해서 술주정 부린게 여러번. 본인은 다른 남자와 달리 어린여자 안 좋아하지만 전 어려도 어른스러워서 좋대요.
지나고보니 찌질한데 왜 만났냐면 키크고 잘생겼어요.자세히 보면 나이 보이긴 하지만 제가 세심한 편이 아니라 괜찮았습니다. 나이도 한참 많은데 장난으로 빵사먹게 돈달라길래 벌이도 시원찮은가 해서 밥도 가끔 사먹였어요...
저한테 잘해주긴 했어요. 문제는 개업한다고 동업자?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때 전화하면 화냅니다. 한번은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안와서 전화 3번 했더니 받지도 않고 2시간 늦게와서 부동산 보는데 전화했다고 말티즈처럼 화를 내더군요. 전화받아서 늦는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요? 말티즈가 무섭진 않았으나 어이가 없어서 암말 안했습니다. 친구들은 찔려서 발작한거래요 세상 바쁜사람처럼 굴거나 화내도 컨셉 한번 살벌하구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다들 제가 둔하다네요. 의심을 했어야 자연스러운건가요? 저는 화가 없는 편이라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어요.
글고 친구들한테는 차마 말 못했는데 남성적인 매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 왜 결혼 못했는지 알거 같았고든요.그런 문제로 실망해서 헤어진건 절대 아니지만요.
만약 유부남이라면 절 왜 만나나요? 저는 키는 크지만 그렇게 예쁜 편도 아니고요ㅠ 또래에 비해 돈은 많은 편이지만 돈을 주거나 하진 않았어요.
살면서 무단횡단 한번 안하고 부끄럼 없이 살았는데 제가 만난게 유부남이라고 생각하면 기가 막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이상한 사람 같은데 친구들이 기정사실화 하니까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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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연락이 안된 부분은 정남친이 평소에 하도 병적으로 잠이 많다하고, 20시간도 내내 잘수 있다고 강조할 만큼 수면시간을 중시했기에 제 쪽에서도 잠깨우지 않으려고 배려한거지 댓글처럼 양다리랑 연결지을 생각은 못해봤어요. 아무리 그래도 유부남이나 애인 있는 남자가 손님이랑 연애할 생각을 할까요ㅠ? 겁도없이?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당한 적 없구요 그렇게 모자란 사람 아닙니다...! 조언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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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못 그러잖아
저런애들한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하면 왜이렇게 부정적이냐는 답변이 돌아옴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