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 온나라의 관심이 쏠렸던 26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이 멈춰 섰다. 얼마 전 남편을 잃은 양희영(48) 씨다.
양 씨가 기억하는 남편은 늘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이었다. 몸이 아픈 것조차 회사에 죄스럽다던 남편이었다. 이런 남편이 갑작스레 암에 걸렸다. 그리고 죽었다. 하지만 회사는 "자기가 좋아서 일하다 죽은 것을 왜 회사에 보상하라고 하느냐"라고 했다. 남편이 22년 세월을 고스란히 바친 대가였다. 결국 양 씨는 남편이 일하던 회사 본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결심했다.
"22년간 평균 퇴근 시간은 새벽 1시…늘 과로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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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일인 시위 중인 양희영 씨 ⓒ프레시안(이진경) |
양 씨의 남편인 고(故) 박홍길 씨는 수원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현 IT Solution) 부장이었다. 박 씨는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2년간에 근무했다. 22년간 그의 평균 퇴근 시간은 새벽 1시였다고 한다. 박 씨는 올해 들어 일이 많아져서 새벽 3시, 4시 퇴근하는 날이 더욱 잦아졌다. 심지어 아침 6시에 퇴근하여 채 한 시간도 자지 못하고 출근한 때도 여러 번이었다. 박 씨는 항상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박 씨는 아예 끼니를 거를 때도 잦았다. 양 씨는 "남편이 하루 한 끼도 못 먹고 회의 준비한 적이 여러 번이라 말했다"고 했다. 양 씨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과로사를 걱정하며 지냈다고 했다.
"어느 날 방송에 나온 '과로 체크'를 해봤어요. 10개가 넘으면 과로사 위험이 있다고 했죠. 남편의 생활을 체크해보니 16개가 해당되었어요. 하지만 '빨리 일을 하러 갈 수 있게 해가 일찍 떴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잠드는 사람이 제 남편이었습니다."
"위암이라는 전화를 받고도 자정까지 근무"
지난 8월, 박 씨는 갑작스레 배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제일 먼저 방문한 삼성전자 사내병원을 포함해 병원 세 곳이 모두 박 씨의 상태를 위염으로 판정했다. 박 씨는 계속해서 복통을 호소했으나 병원에 다니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회사에 출근했다.
"이렇게 아픈데 좀 쉬는 게 어떠냐고 하면 남편은 '회사에 가면 정신이 들어서 아파도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어떤 의사는 남편의 근무 시간을 듣고, '그렇게 일했는데 어떻게 아직 살아 있느냐'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9월 1일, 삼성의료원에서 조직검사 결과 암 조직이 발견되었다며 다음날 병원을 방문하라는 연락이 왔다. 박 씨는 자신이 며칠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그날도 자정까지 남아 업무를 처리했다.
9월 2일, 삼성의료원에서는 박 씨의 상태를 위암 말기이며 암이 간에 90% 이상 전이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 측에서는 박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므로 입원도 하지 말고 남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라고 했다. 박 씨가 복통으로 사내병원을 찾아가 위염 판정을 받은 지 보름만이었다.
"'나아서 회사에 복귀하겠다'는 말이 유언이 돼"
박 씨는 나아서 회사에 복귀할 것이라며 회사에 병세를 알리기 꺼렸다. 병가기록도 남기기 싫다며 병가 대신 월차를 썼다. 박 씨는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족에게 유언 한마디 하지 않고 9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날, 남편은 7시간 동안 경련을 했습니다. 그 시간 내내 눈을 감지 못하다가 얼마나 눈이 아플까 싶어 눈을 감겨 주니 노란 눈물이 나왔습니다. 결국 죽는 순간까지 눈을 감지 못했어요."
박 씨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3주 만이자 월차도 다 쓰지 못한 채였다. 결국, 회사에 복귀하겠다는 말이 그의 유언이 된 셈이다. 박 씨는 매주 화요일 전화 영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투병 중에도 사망한 주를 제외하고 화요일 아침마다 영어 수업을 받았다.
"배가 너무 아파 잠도 못 자는 어느 날, 남편이 '가족도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버리고 일했는데 이게 뭐냐'라고 말하는데 제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습니다."
삼성전자 "자기가 좋아서 일하다 죽은 것을 우리가 왜 보상하느냐"
박 씨가 사망한 뒤, 수원 삼성전자 인사부장은 유가족에게 "삼성 측에서 온 힘을 다해 도와줄 테니 장례 잘 치르고 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의 장례식이 진행되자 회사 측은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인사부장은 유가족에게 "자기가 좋아서 일하다 죽은 것을 왜 회사에 보상하라고 하느냐", "자기 건강, 자기가 지키지 못해서 죽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달라진 회사 측의 태도에 양 씨는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양 씨는 "'삼성은 사안별로, 유족 스타일별로 대응 매뉴얼이 있다'라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군소리 없이 장례를 치렀으니 삼성 입장에서는 만만해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기 위해 회사 측에 근퇴기록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회사 측은 알아보겠다고 말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인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왜 유가족에게 근퇴기록을 주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좋은 선례'를 삼성에서 먼저 만들면 안 되는 것인가"
"남편이 아픈 배를 붙잡고 회사에 갔을 때도, 응급실에서 침대가 없어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누웠을 때도, 회사 측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라고 하면서 과일바구니만 보냈을 때도, 단 한 번도 회사를 원망한 적 없습니다. 삼성은 남편이 늘 '내 청춘을 바친 곳'이라고 이야기했던 곳이거든요. 회사 측에서 '자기가 좋아서 일하다 죽은 것을 왜 회사에 보상하라고 하느냐'고 이야기하지만 않았어도 제가 거리로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양 씨는 비록 승소할 가능성이 작더라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소송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측에서는 모두 '선례' 이야기만 합니다. 선례가 없어서 산재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좋은 선례'를 삼성에서 먼저 만들면 안 되는 것인가요?"
양 씨는 삼성본관 앞을 지나는 직원들을 향해 "삼성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이것은 당신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소리쳤다. 양 씨는 "이제 삼성이 변해줬으면 좋겠다"라며 "광고로만 '가족'을 얘기하지 말고 진정한 자기 가족인 사원의 복지부터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이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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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대한민국 1위 기업인가.. 삼성은 사람죽이고 나라죽이는 회사에 불과해요..
우리나라 삼성도 왕국이죠 개혁해야할 대상중에 한곳이죠
그러게요..나꼼수에서 삼성도 한번 제대로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아마 지누기자가 졸라 많을것 같은데 자료가
참....
분노가 밀려오는 아침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n.n
한미 fta 주도로 대한민국 죽이려는 것도 삼성이죠. 세상이 왜 이럴까요?
ㅠㅠㅠ. 힘내시라는 말이 위로가 될것같지않네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언론/재벌에 대한 개혁은 필요가 아니라 숙명인거죠.안타깝네요.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쩝 ........ㅡㅜㅡㅡㅜㅡ
열심히 일하시다..
가실때에도..업무복귀를 외치시던..
고인...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너무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합니다...
ㅠㅠ 같은 직종의 일을 하는 분이라 더 안타까워요
삼성에 분도합니다~~삼성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고 굳게믿는 조중동 세뇌무리들 반성하세요~
cpal...아 정말...제 사촌동생 녀석도 삼성본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7시 퇴근에 11시 넘어서까지 근무한다고 하던데...
참 뭐같은....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족들 힘내시고요...
이분 직접 봤습니다.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중앙문앞에서... 삼성전자직원들 중엔 시끄럽다고 짜증 내시는 분들 의외로 많터군요
조직안에 있을때는 그사람이 귀찮아 보일수도 있지만....
저기 서있는 그사람이 나일수도 있는데...
조중동과 함께 이땅에서 사라져야 할 ...... 개 쇄리들.
저렇게 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바로 나지 않으면 자리없애버리는 곳입니다. 대놓고 나가라고는 안하지만, 인사발령을 지방으로 보내버린다던가, 한직으로 보내버리는 치사한 방법을 쓰죠..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안 나갈래? 자존심 안 상하냐?' 이렇게...
그지같은 회사 힘내세요
~~~
이정권들어 너무많은 국민들이 죽음으로몰렸다는 사실이 새삼..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