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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속의 두 사람
Written by. Elly
토요일이었다. 4교시가 담임선생님의 수업 시간이었기 때문에 딱히 종례도 없는 날이었다. 끝나는 종이 울리기 무섭게 몇몇 재빠른 애들의 총알같이 튀어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저들처럼 딱히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느긋하게 책을 덮고, 쓰고 있던 볼펜의 뚜껑을 닫았다. 책을 갈무리해서 책상서랍에 넣은 뒤, 책상 위에 어지러이 놓인 여러 색깔 펜을 정리해 들고 필통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내 앞에 다가와 섰다. 난 별 생각 없이 시선을 올렸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긴 누구였어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겠지만, 정말로 의외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강산. 성은 강이요, 이름은 산. 그가 나를 내려다보면서 서 있었다. 심하게 잘생긴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 전에 여자아이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리며 하던 말이 생각났다.
‘모든 것을 타고난 축복 받은 아이. 그런데 동시에 아무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저주 받은 아이.’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나는 좀 어리둥절해져서 눈만 몇 번 깜박이며 앉아 있었다. 할 말이 있어서 날 찾은 것이 분명한데도 이상하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잠시간의 고요가 흘렀다. 곧 숨을 한 번 들이마시더니 그 조각 같은 얼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한테 할 말 있어.”
당연히 할 말이 있으니까 찾아왔겠지. 누가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찾겠는가?
그 정도는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런 사실을 굳이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만한 부류의 사람이 아닌지라 나는 내 얼굴에 떠오르는 의아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아니, 그가 누구인가? 뇌 주름의 개수가 일반인의 10배는 넘을 거라는 소문이 도는 전설의 천재가 아닌가. 그래서 그 머리 하나만으로 우리 학교에서 제일 주목 받는 존재가 된 그인데. 왜 저렇게 비생산적인 말을 꺼내는 거지? 도대체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찾아온 것일까?
난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곧 이유를 알 수 있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멀뚱히 앉아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근데 여기서는 말하기 좀 곤란하거든.”
그의 두 번째 말에 가방 싸는 척하며 꾸준히 우리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던 반 아이들의 시선이 아주 노골적으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그 시선이 참을 수 없게 거북했다. 나는 천성이 그랬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꽂히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래서 괜히 그를 재촉했다.
“뭔데?”
“그냥 여기서 말하라고?”
“그러면 어디서 말하려고 했는데?”
“글쎄.”
그의 말이 어쩐지 이상했다.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아. 미치겠다.”
그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지만 그는 내 얼굴이 뚫어져라 볼 때는 언제고 내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큰 손으로 얼굴을 몇 번이나 쓸어내리던 그는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곤란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마치 내게 잘못한 것이라도 있는 양, 그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한참을 서서 말을 꺼내려다가 다시 입을 닫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몇 번.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더없이 길게 느껴지긴 했다. 어느 순간 그가 불쑥 말했다.
“너를 좋아해.”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게 느껴졌다. 절대로 내가 정신 줄을 놓아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방청객들이 모두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교실에 한동안 정적이 머물렀다.
지금 이 상황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나뿐 만은 아니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 역시 나를 바라보며 당당히 서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 조용히 교실로 내려와 앉았다. 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 사귀자.”
난생 처음 받은 고백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은 결코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그가 내게 고백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주말동안 전교생에게 퍼져버린 모양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이 나를 힐끔거리며 지나쳤다. 처음 듣는 목소리들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건 결코 좋은 경험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냥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체하며 걸었다.
지옥 같은 만원버스에서 내린 뒤 난 학교를 향해 묵묵히 걸었다. 오르막이라서 숨이 찼지만 차를 타고 올 걸 하는 후회는 들지 않았다.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와는 지나가다가 한두 번 시선이 마주쳤던 것 이외에는 전혀 접점이 없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가 나를 좋아하게 된 건지 말이다.
그는 학교 안의 유명 인사다.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선을 끄는 존재다. 그런 애가 어째서 날 좋아하게 되었을까? 진심일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진심일 수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그 때 그의 눈빛을 봤다면 결코 그의 고백을 장난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세상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처음부터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역시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가 말한 적이 없으니까. 그저 추측만 난무할 뿐이었다.
멘사 회원쯤은 거뜬히 되고도 남을 아이큐라더라. 한번 본 건 절대 안 잊는다더라. 아기 때 겪은 일도 다 기억한다더라. 만화에 나오는 초능력자들처럼 어떤 장소를 슬쩍 보기만 해도 사소한 물건의 위치까지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다더라. 수천 개의 숫자를 한 번에 계산해버리는 로봇 같은 능력이 있다더라. 외국 유명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온 적 있다더라.
알고 보니 해커라더라 하는, 영화에서 적당히 따온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우스갯소리까지.
그렇지만 그는 어떤 소문에도 입을 뗀 적이 없었다. 하긴 그런 부분에서는 나와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나 역시 나를 둘러싼 무수한 소문들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나는 소심해서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뿐이지만, 그는 나와 달랐다. 아무리 궂은 소문이 돌아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자정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어쨌거나 내가 아는 그는 그렇게 심한 괴물은 아니었다. 물론 머리가 좋아 보이기는 했다.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은데 복도에 붙은 성적표를 보면 항상 첫 번째 자리에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는 의외로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다. TV에 나오는 어린 천재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나이에 대학교에 다니곤 하던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그는 남들과 똑같이 학교에 다녔다. 수업을 듣는 모습도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물론 가끔은 자거나 딴 짓도 했겠지만 보통은 성실한 학생이었고, 그의 지나치게 뛰어난 능력으로 수업에 지장을 준적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별로 머리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괴물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가 가진 다른 능력들이 더 놀라웠다. 그는 성적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매우 우수했기 때문이다. 하긴 차라리 머리만 좋았다면 그도 굳이 이렇게 고단한 인생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일단 그는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단거리 달리기, 오래 달리기, 배드민턴, 축구, 테니스, 배구, 뜀틀. 내가 기억해낼 수 있는 모든 체육 실기에서 그는 만점을 받아냈다. 물론 연습 한 번 하지 않고서. 심지어 가끔은 운동부 에이스보다도 더 잘해냈다.
음악은 더했다. 나는 아직도 그가 가만히 서서 ‘O Sole Mio’를 부르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소름끼치게 부드러운 목소리. 그런데 힘이 가득 실린 음정. 완벽한 이탈리아어 발음. 눈을 감고 곡조를 음미하며 노래를 부르던 그 모습. 까다롭기로 유명한 음악 선생님마저 넋 나가게 만들었던 그 노래 솜씨가 아직도 생생했다. 그가 마지막 한 구절까지 다 부르고 났을 때에도 교실엔 예의상 쳐주던 박수소리 하나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의 고요만 맴돌았다. 다만 그 혼자 가만히 주위-놀라서 굳어있는 아이들-를 둘러보곤 작은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엄청 잘생기기까지 했다. 웬만한 남자 연예인들보다 훨씬. 그의 이목구비는 도저히 흠 잡을 구석이 없었다. 키도 훤칠했고 비율도 좋았다. 심지어 패션 센스까지도 좋았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그는 집안도 훌륭했다. 친가와 외가 모두 상당한 재벌에, 부모님 두 분은 이름난 교수란다. 그에게는 유명 회사의 CEO인 숙부님이 계시는데 그 분께는 하필이면 자식이 없어서 그가 그 회사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 정도면 그냥 인간이 아닌 수준이었다. 괜히 그의 주위에 외계인설, 유전자 조작설, 로봇설이 도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는 한 번도 자신의 능력을 뽐낸 적이 없었다. 저절로 드러났을 뿐.
어쨌거나 그런 이기적인 존재로 태어난 덕분에 그는 온갖 질투와 루머, 심지어 혐오 속에서 살아야 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렇게 완벽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싫어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그는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웃었고 놀랍게도 긍정적이었다. 온갖 악의에도 개의치 않고 미소로 응수했다. 그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나는? 사실 그에게 별 감정이 없었다. 그냥 조금 부럽고, 조금 불쌍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를 대상으로 그 이상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조금쯤 동경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내 내성적인 성격이 너무 싫었다. 주목 받는 것도 남들과 다른 취급을 받는 것도 싫었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소녀일 뿐인데 아무도 그걸 몰라주는 것이 슬펐다. 모두들 내게 선입견을 가지고 대한다는 사실에 지친 나머지 삶의 의욕까지 사라질 지경이었다. 난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남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남들은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부터 늘 혼자였다.
하지만 그는 나랑 비슷한 입장인데도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쓸쓸해 보이기는커녕 범접할 수 없는 그의 분위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했다. 마치 태양 같았다. 환하게 빛나지만 너무나 뜨거워서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그 모습이 나와 너무 달라서, 그래서 부러워서, 가끔 먼발치에서 가만히 그를 바라본 적은 있었다.
‘얘. 강산이 차영은한테 고백했다며? 난 정말 그 소리 듣고 깜짝 놀랐지 뭐니? 둘 다 왕따이긴 하지만 어쩐지 서로 전혀 다른 타입이잖아. 사귀게 되면 언밸런스 커플 되겠는데? 근데 강산 걔도 참 웃기는 애야. 어떻게 차영은한테 고백할 생각을 다 하지? 난 걔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던데.’
아침부터 지겹게 들어온 소리들이 환청처럼 귓가에 울렸다. 그래. 우리 아버지는 조직 폭력배다. 그것도 보통 깡패가 아니라 꽤 이름난 조직까지 갖고 있는 ‘조폭 두목’이다. 젊은 시절에는 감옥에도 많이 들락거려 봤다고 한다. 난 모자이크 된 채 뉴스에 나오는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 자랐다.
엄마는 아빠가 그런 사람인 걸 알고도 사랑해서 결혼했다. 범죄자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아빠가 엄마한테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소리는 쏙 들어가게 될 것이다. 우리 아빠는 지독한 공처가니까. 어쨌든 엄마는 지금도 후회 안하신단다. 밖에서야 어떠하든지 간에 두 분 다 내게는 더없이 다정하시다. 우리 아빠는 사람을 수도 없이 죽여 본 정말로 나쁜 놈인데, 집에선 나한테 늘 공주라고 부르며 웃으신다. 내 앞에선 욕도 한번 안 하신다.
하지만 내게 그렇게 착한 아빠이면 뭐하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죽일 놈일 텐데. 그래서 어릴 적부터 나는 늘 듣기 끔찍한 소리와 함께 자랐다. 난 상놈의 자식이다. 살인자의 딸이다. 머릿속에 콱 박힌 그 사실이 언제나 날 짓눌러댔다.
나는 어디를 가나 끔찍하고 무서운 애였다. 악마였다. 모두들 나를 건들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접근해오지 않았다. 유치원 때부터 그랬다. 어디에서 소문이 나는지는 몰랐다. 하긴 매일 까만색 리무진이 태우러 오는 아이니까 충분히 범상치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늘 혼자여야 했다. 내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랐지만 내게 그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취급을 당할 정도로 난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우리 아빠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셨다. 오랫동안 내가 말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내가 부끄럽지 않았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내 자신에게 부끄러울만한 일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지금은 그냥 내게 쏘아지는 수많은 시선들을 감내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훨씬 심적으로 편해질 수 있었다. 내가 아빠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욕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난 결국 가장인 아빠가 벌어오는 소득으로 용돈을 받고 학비를 대면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가 무섭다는 투덜거림을 들으니 조금 억울했다. 난 자라온 환경 탓인지 욕설이나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편이라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속어나 그 비슷한 말조차 입 밖에 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 같은 평화주의자가 대체 어디에 있다고, 이런 내가 무섭다는 거람.
직접 가서 말하라고 하면 분명 입도 벙긋할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괜히 분이 나서 난 속으로만 투덜댔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술렁이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 모두가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나를 쳐다봤다. 쏟아지는 시선을 외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걸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맨 뒷자리에 앉은 그를 나도 모르게 보게 됐다. 그는 책상 위에 하얀 종이만 올려둔 채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고개를 까닥거리며 현란한 손놀림으로 펜을 돌려댄다.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너무나 느긋한 모습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나는 그를 지나쳐 내 자리로 갔다. 가방을 걸고 신발을 다 갈아 신을 때까지도 교실 안의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자리에 앉아 태연한 척 문제집을 피면서 난 얼른 수업 시작종이 치기를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아이들은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는 눈치였다. 반면 그는 별로 날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영어 지문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맨 앞자리인 탓에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혹시나 무슨 소리가 들릴까 싶어 귀를 쫑긋 세워 봤지만 허사였다. 난 나도 모르게 정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들어 교실 앞에 놓인 커다란 TV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벽에 붙어 있는 대형 브라운관 TV가 교실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가장 뒷줄에 혼자 앉아 있는 그의 모습도 있었다. 펜으로 자기 턱을 콩콩 찍어대던 그가 문득 시선을 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얼른 고개를 내리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입 꼬리만 살짝 올리며 씩 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이미 사라졌지만 나는 도저히 꼼짝할 수가 없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뛰었다. 옆 짝이 아직 등교를 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심장 소리가 너무 컸다. 옆에 누가 앉아 있다면 그 사람에게 다 들릴 만큼.
너무 놀라서 그런 거라고, 나 자신을 한참이나 다독였다. 그 때 종이 쳤고, 아이들은 각기 아쉬움의 한숨을 쉬며 하나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하지만 내 심장 소리는 조금도 가라앉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소문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당사자인 나와 그 사이에 또 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므로 조금씩 잊혀져갔다. 나에게는 정말 감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일주일이었다. 그 날의 고백이 꿈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토요일. 그는 내게 사귀자고 말했고,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떤 재촉도 하지 않은 채, 10초 정도 그냥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하더니 그는 씩 웃은 뒤 자리를 떴다. 이성의 끈을 놓고 헤매고 있던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가 월요일쯤에 다시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럴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부터 수학여행이다.
목적지는 제주도. 집합시간을 7분이나 넘긴 상태였지만 버스는 여전히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실장이 열심히 인원수를 세고 또 세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누군가가 지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 때 ‘야. 저기 오는데?’하고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말에 별 생각 없이 고개를 창가로 돌렸다.
느긋하게 버스로 걸어오고 있는 사람. 그였다.
“8시까지라고 했잖니?”
버스의 앞문으로 그가 들어서자 담임선생님이 일어나서 찌푸린 표정으로 그에게 잔소리를 했다.
“죄송합니다. 늦잠 잤어요.”
물론 그는 늦잠을 잤다고 하기엔 너무 멀끔한 차림새였다. 크로스백을 매고 있었는데, 옷과 가방이 흐트러짐 하나 없이 단정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그가 머리를 쓸어 올릴 때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찰랑거리기까지 했다. 물기는 하나도 없다. 늦잠을 잤는데 머리를 감고 말릴 시간은 언제 났을까? 또 늦었으면 뛰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는 방금까지만 해도 조선시대 선비마냥 여유롭게 걷고 있지 않았던가?
어쨌거나 그는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변명을 했고, 선생님은 몇 마디 더 잔소리를 하려고 하시다가 그냥 입을 꾹 닫으셨다. 말해도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얼른 가서 자리에나 앉아라.”
“네.”
그는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 표정을 보고 있자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절로 떠올랐다. 어쩌면 저 모든 건 다 그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그가 느긋하게 걸어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게로 오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그는 자기가 앉을 자리를 찾으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뿐이겠지만, 어쨌거나 내 쪽으로 오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것뿐인데도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렘이 아니라 뭐랄까, 불안감? 그런 것이었다. 내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느낌에 초조해하고 있을 때, 그가 내 앞에 와서 말했다.
“옆에 앉아도 돼?”
난 반사적으로 ‘안 돼!’하고 소리칠 뻔 했다. 세상에 남자애와 단둘이 앉아야 한다니! 심장이 더 심하게 뛰어댔다. 난 얼른 뒤 쪽을 살펴봤지만 희망은커녕 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득 찬 좌석을 보고 나서야 난 이 버스 안에 다른 반 아이들도 섞여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버스는 빈자리 하나조차 없는 상태였다.
“아…….”
내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탄식했다. 그는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버스가 꽉 찼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가방을 끌어안고 창가로 옮겨 앉았을 뿐이었다. 곧 그도 털썩하는 소리를 내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들뜬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버스 안은 꽤 소란스러웠다. 담임선생님도 오늘만큼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노래방 기계를 트니 마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떠들고 있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일정표 있어?”
순간 긴장해서 잔뜩 굳어 있었던 근육이 풀어졌다. 그는 그냥 우리가 단순한 클래스메이트인 것처럼 말을 건넸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그와 나는 어떤 관계도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어쨌든 나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에게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뒀던 일정표를 꺼내 넘겨주었다.
“대부분 중학교 때 갔던 곳이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일정표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한번 보면 다 외워버릴 정도로 머리가 좋다고 하던데, 그럼 저렇게 길게 보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쩌면 유인물을 받음과 동시에 그 장소들을 다 머릿속에 저장해뒀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이나 하며 난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게 일정표를 돌려주었다. 난 그걸 받아 접어서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또다시 우리 사이에 정적이 맴돌았다. 그는 자기 가방에서 MP3를 꺼냈다. 갑자기 나도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MP3를 가방 제일 아래에 넣어뒀던 기억났다. 그걸 꺼내기 위해 가방 깊숙한 곳까지 뒤적거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어쩐지 그를 따라하는 것 같아 보일까봐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문득 난 이게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와 대화할 수 있었다. 오늘만큼은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물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꼬인 이어폰 줄을 풀고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저기.”
“응?”
그가 내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좀 화끈거렸다.
“있잖아.”
“응.”
“일주일 전에. 토요일에. 네가 나한테.”
“응.”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응.”
상대에게 고백한 것은 분명 내가 아니라 그였는데 이상하게 내가 더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띄엄띄엄 어색하게 말을 하고 있는데도, 그는 그런 내 말에 토 한번 달지 않고 가만히 대답만 하며 들어 주었다.
“내가……. 어디가 좋은 거니?”
사실 나로서는 정말로 궁금했던 것이었다. 난 부모님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 소심하고, 말주변도 없고, 분위기도 어둡고,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데다 조폭 딸내미이기까지 했으니까. 그런 여자애에게 누가 고백을 해 올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내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유는 없어.”
“응?”
“드라마 같은 거 안 봐?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
“그럼 없어?”
“그보다는 그냥 조건을 세울 수가 없단 거지.”
난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가 답답해하면서 말을 이었다.
“물론 넌 예쁘고 착해. 하지만 너보다 예쁘고 착한 애가 나타난다고 해서 내가 그 앨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잖아.”
예쁘고 착해? 내가?
“그냥 네 모든 점이 다 좋은 거야. 너라는 이유 하나로.”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하얀 피부, 웃을 때마다 살짝 보이는 깨끗한 치아. 속 쌍꺼풀이 진 또렷한 눈매와 곧게 선 콧날. 눈썹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머리카락. 그는 역시 모든 것을 타고난 사람답게 정말로 잘생겼다. 그가 자신의 볼을 몇 번 긁적거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쑥스러워.”
귀를 쫑긋 세우지 않는 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일부러 발음을 얼버무리며, 그리고 시선까지 피하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모습에 빠질 새가 없었다. 그가 툭 던진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예쁘고 착하다고?”
“어? 응.”
“말도 안 돼.”
중얼거림에 가까운 내 말을 들은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 설마 여태까지 네가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난 안 예쁘니까!”
내가 발끈하자 그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미간에 주름을 지어도 여전히 멋지기만 한 얼굴을 보면서 난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나를 예쁘다고 말하다니. 그냥 놀리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무슨 소리야?”
놀라움이 담긴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가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신음과 한숨의 중간 정도 소리를 냈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나와 눈을 맞췄다. 샴푸 냄새가 훅하고 풍겨왔다. 난 찔끔 놀라 몸을 뒤로 젖혔다.
“너 예뻐.”
“뭐?”
정말로 부모님이 하셨던 말을 제외하고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 자체를 별로 해보질 않았지만 그래도 나에 대해서 수군거리는 말은 많이 들어왔었기 때문에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그 중에 한번도 ‘예쁘다’라는 평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
“진짜 몰라?”
“내가 어디가 예뻐? 지금 나 놀려?”
황당함에 몇 번씩이나 반문을 하는 나를 보면서 그는 여전히 미간을 풀지 않고 있었다. 화난 표정은 아니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어이없음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넌 내가 여태껏 본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뻐. 그런데 어떻게 네 스스로가 그걸 모를 수가 있어?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고백 받아본 적 없어?”
“응.”
그는 연신 놀랍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해할 만도 하긴 한데. 그건 절대 네가 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야.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도도해보여서지.”
난 깜짝 놀랐다. 이렇게 그와 함께 있다 보면 살면서 들을 칭찬을 하루 만에 모조리 듣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그러니까…… 혼자 있어도 전혀 기죽어 보이질 않아. 군계일학. 알지? 네 주변에는 다 암탉들뿐이야. 걔들은 열심히 꼬꼬댁 거리고 살지. 걔들끼리만 있으면 그건 아무렇지 않아 보여. 하지만 가운데에 네가 있어. 혼자 고고하게 서 있는 학 말이야. 지나가던 수탉이 널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너한테 다가갈 수는 없는 거야. 이해가 가?”
물론 그의 말은 이해가 갔지만 그 가운데 있는 학이 나라는 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난 늘 남들의 평가에 움츠리고 살기만 했었는데 그게 어떻게 도도해보일 수가 있단 말인가? 도도해 보이는 건 오히려 그였다. 그래, 그가 정말 군계일학이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암탉 한 마리에 불과하고 말이다.
“도대체 누가 널 싫어하겠어? 넌 혼자 빛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누구도 너한테 다가갈 엄두를 못 내는 거야. 여자도 남자도. 네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데 어떻게 감히 닭들이 너한테 말을 걸 수 있겠어?”
노래방 기계를 언제 틀었는지 몰라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괴상한 음악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애들은 마이크가 있는 버스 앞 쪽에 몰려서 소리를 지르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내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기만 했다. 우스웠다.
빛나는 건 그인데, 그는 내가 빛난다고 말한다. 누구도 다가갈 엄두를 못내는 건 그인데. 그리고 난 애초에 남을 거부했던 적이 없는데.
“난 마음의 문 닫고 산 적 없어.”
나도 모르게 나온 볼멘소리에 그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봤다. 다행히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웃긴가 싶어 그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도 그는 얼굴에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채였다. 여태까지 봤던 작은 미소들과는 달랐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웃음이었다.
“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누군가 먼저 다가와주기만을 바라고 있어. 지금까지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 게 하나라도 있었어? 남들이 말을 걸지 않으면 너라도 먼저 걸어야지. 넌 네 성격이 내성적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자기위안만 하면서 살았잖아.”
세상에. 난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인지하질 못하고 있었던 사실을 어떻게 그가 이렇게 잘 알 수 있었을까? 그래. 그의 말이 옳았다. 난 한 번도 남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시도했던 적이 없었다.
“어떻게……?”
“아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늘 널 지켜봐왔으니까. 어쩌면 너 자신보다도 내가 널 더 잘 알지도 모르지.”
농담 섞인 어조로 그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똑같은 물음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는 걸 나도 그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널 좋아해왔으니까. 지켜봤어.”
날 지켜봤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이 진지했다. 하지만 난 왜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언제부터?”
“오래 됐지.”
“정말로?”
“응. 근데 자세한 건 비밀이야. 부끄럽잖아.”
그러고 나서 그는 씩 웃었다.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나는 그냥 가만히 입을 닫았다. 사실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가 나를 오래 전부터 좋아해왔다니!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이럴 때는 어째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물론 기분은 좋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좀…… 어색하고 민망했다.
나는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내게 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시 MP3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어폰의 한 쪽을 내게 내밀더니 말했다.
“들을래?”
난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냥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의 손가락과 내 손가락이 살짝 스쳤다. 놀랐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나의 왼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놀랍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뉴에이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 유명한 곡도 아닌데 그가 이 곡을 알고 있다니 신기했다. 전에도 문득 느낀 적이 있었던 점이긴 하지만 어쩌면 나와 그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가 MP3로 볼륨을 조절하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나는 그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와 똑같은 자세로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흐르는 뉴에이지의 선율이 부드러웠다. 아이들은 여전히 노래방 기계로 댄스곡을 열창해대고 있었다. 그 쩌렁쩌렁한 소리보다도 한 쪽 귀로만 들려오는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더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 나는 당연히 이번에는 반끼리 따로 버스를 대여해서 움직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재단에 돈 많다고 소문난 학교이면서도 뭘 그렇게 자린고비처럼 아끼는지 몰라도 학교는 버스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면 학생들의 육체와 정신이 고단한 것쯤은 조금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하여튼 그 이유 때문에 난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늘 그에게 옆자리를 내주고 앉아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이에 딱히 대화가 오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보낼 첫 일정은 바다 구경인 모양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인원 점검을 하고 나니 하나둘씩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의 일행을 향해 흩어졌다. 나는 단 한 번도 누군가와 함께 소풍이나 야영, 수학여행 따위를 즐겨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이 외로움이 익숙했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겪어온 일이니까. 그래도 내 눈이 나도 모르게 흘깃 다른 아이들을 훑어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러움과 쓸쓸함. 그런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애쓰며 뒤로 몸을 돌렸을 때 나는 내 바로 뒤에 서 있었던 키 큰 남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멈추어 섰다.
“뭐야?”
“같이 다니면 안 돼?”
“뭐라구?”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버스를 함께 탄 것이야 남는 자리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같이 다니자니,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단둘이 민망하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그건 좀…… 곤란해.”
조심스럽게 거절의 말을 던진 후 나는 미안함에 그의 표정을 보지 않기 위하여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와 함께 다니면? 난 그 엄청난 시선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쟤는 혼자 다니네? 불쌍해라. 하는 시선을 받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는 서 있기만 해도 너무 튀기 때문에 더 부담스러웠다. 난 갑자기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그가 어색했다.
그에게서 세 걸음 정도 떨어졌을 때 그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잠깐만!”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몸을 반 정도 틀고 있자 그가 다가와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잡고 내 몸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그는 별 의미 없이 한 행동이겠지만 이상하게 내 어깨는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온 몸의 피가 어깨로 쏠렸고, 몸이 잔뜩 굳어버렸다.
“왜 안 되는데?”
“어? 그냥……. 우리가 같이 다녀야 할 이유가 없잖아.”
“다니지 말아야할 이유도 없을 걸?”
난 정말 이 사람과는 언쟁을 하고 싶지 않다. 그의 논리는 심지어 그게 터무니없는 궤변이라고 할지라도 항상 완벽할 테니까.
내가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있자, 그가 내게 직격타를 날렸다.
“좋아한다니까.”
그 말에 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말해오면 나도 그의 진심을 깔아뭉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진지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건 너무 치사하다. 누구라도 이 표정에 설레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미안해. 난 그냥 혼자 다니는 게 편해.”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 너와 함께 다니는 건 부담스럽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댄 핑계를 듣더니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물었다. 저 표정을 나는 한번 본 적 있다. 그가 내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 직전에 지었던 표정이었다. 나는 그가 이 뒤에 할 말이 슬쩍 걱정되기 시작했다.
“거짓말.”
“어?”
“내가 부담스럽구나?”
난 정말 놀랐다. 그는 관심법이라도 배우는 게 틀림없다. 항상 그는 내 속내를 나보다도 정확히 알아챈다. 아까 버스 안에서도 그러더니 지금도!
하지만 자신이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거냐는 그의 말에는 긍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그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난생 처음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이성인데, 그런 그에게 어떻게 내가 심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마음이 약해졌다. 그가 엄마 잃은 아기 같은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난 정말 그에게는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진짜야. 그냥 혼자가 좋아서 그런다니까.”
거짓말이 아니라는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들고 한참동안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곧 그가 입을 열었다.
“넌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걸 어떻게 알았지?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윙윙 울려댔다. 믿기지 않았다.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아시는데. 어떻게 그가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챘단 말인가? 누군가 알아채주길 바라면서도, 꽁꽁 숨겨온 그 모순 가득한 마음을 어떻게, 여태껏 대화 한번 안 해본 그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 널 보면 알 수 있어.”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가 무서운 게 아니라, 이러다가 내 모든 치부를 그에게 다 들켜버리게 될까봐 겁이 났다. 항상 이렇다. 그의 앞에 서면 발가벗은 기분이 든다. 그와 눈이 마주치면 내 생각이 모조리 읽히는 기분이다. 그걸 참을 수가 없었다. 바보 같은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나는 나도 모르게 거친 소리를 냈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건 사실이 아냐.”
냉정한 말투로 그에게 쏘아 붙인 뒤 난 그의 반응을 확인하지도 않고 몸을 홱 돌렸다. 그가 또 나를 부를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온몸에 힘을 주어 걸었다. 죽어도 이 순간만큼은 외로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놀랍지만 인정해야 했다. 그는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다. 숨기고 싶은, 아주 깊은 곳에 가둬놓은 감정까지 모조리. 혼자보다 더 싫은 건 그런 나를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다. 그런데 그 상대가 다른 이들도 아니고 그였다. 그가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걷기만 했다. 주변의 풍경 따위를 살펴볼 새도 없었다. 그냥 그에게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정신을 차리니 난 멍하니 파도치는 바다 앞에 서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석양이 지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곧 우리는 숙소로 가게 될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숙소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나서부터는 쭉 자유 시간이지만 절대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 논다거나 술 같은 걸 마실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신 뒤 자리에 앉으셨다. 여기저기서 애들이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앞에 앉은 아이들이 몇 마디 중얼거리는 소리를 끝으로 버스는 고요에 잠겼다. 반 애들이 하나둘씩 피곤에 절어 잠을 청하는 모양이었다. 자지 않는 아이들도 자고 있는 친구들을 배려해서 작은 목소리만 냈기 때문에 버스 안의 분위기는 한결 아늑해졌다. 나는 힐끗 시선을 돌려 옆자리를 확인했다. 그는 눈을 감고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그의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지 않다는 것만 달랐다.
내가 그에게 가시 돋친 말을 뱉은 이후, 그는 내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내게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기만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괜히 오기가 났다. 똑같이 겪은 일에도 왜 항상 나만 예민하게 굴게 되는 걸까? 그와 함께 있으면 난 언제나 소인배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그 때 그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내게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아까는 미안했어.”
“응?”
“미안해. 네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너무 경솔하게 말했던 것 같아.”
그의 사과에 나는 괜스레 민망해졌다. 물론 그가 나를 곤란하게 하기는 했다. 그가 내게 함께 다니자고 부탁해왔을 때 그것을 거절해야 했기 때문에 곤란했고, 그가 나를 꿰뚫어본다는 것이 너무나 불편해서 또 곤란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게 정말 그가 내게 미안해야 하는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반성을 하고 있던 찰나에 그가 이렇게 사과를 해오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도 예민하게 굴었는데 뭘.”
“그렇게 만든 건 나잖아.”
하필이면 내가 소인배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사과를 하다니, 타이밍도 참 기가 막혔다. 정말로 소인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미 마음이 풀려 있었고,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복잡하게 여러 말을 하는 대신 그냥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 역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나를 따라 빙그레 웃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의 웃음은 정말로 화사해서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는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허황된 소문들 몇 가지를 제외하고 남는 게 뭐가 있을까?
잘났고 긍정적이고 늘 반짝반짝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그에 관해 떠도는 소문이 다 사실인지, 그 소문들을 알고는 있는지.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즐겨하는 것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다 물어보고 싶었다.
나조차도 이런 내가 놀라웠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개인적인 호기심이 일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대화를 해본 것도 처음이기는 했지만.
이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또 더 친해지고 싶다면 그건 우정이라고 불러도 좋은 것일까?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 점점 더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가 내가 묻는 것에 일일이 대답을 해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으니까 뭐라도 말을 꺼내보자 싶어서 그에게 시선을 맞추고 입을 열었을 때, 그가 한 쪽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힐끗 주변의 아이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다른 아이들의 존재를 발견했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믿기지 않게도 난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아까와 달랐다. 오전에는 들뜬 아이들이 서로 소리 지르며 놀기에 바쁜 나머지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던 게 천만다행이다. 분명 지금까지는 남들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중에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그 역시도 알고 있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난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그에게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알았어.”
내 대답을 들은 그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잘 만든 석고상 같은 얼굴. 이상했다. 이전에도 그가 조각 같은 얼굴의 소유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도 그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책으로만 읽었던 풍경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졌을 때나 들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벌써 잠이 든 건지 그의 고개가 내 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스르르 흔들렸다. 그에게서 은은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창밖으로 나른한 햇살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조용히 커튼을 치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제주도의 봄은 굉장히 따뜻했다.
숙소 뒤에 위치한 작은 풀숲, 나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섰다. 그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를 기다리게 할까봐 괜히 저녁 식사를 서둘렀던 내가 우습게 느껴졌다.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쏴아아 하고 나뭇잎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날은 지고 있었다. 하늘의 석양은 가을의 숲 같은 색을 띠었고,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주변이 보였다. 이런 때를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난 그 생각을 고이 접어야 했다. 보이는 것은 까만 형체일 뿐이었지만 그 존재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섰지만 우리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나는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나자고 말한 게 그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그가 씩 웃으면서 뒤늦게 말했다.
“왔네.”
딱히 대답할만한 내용의 말이 아니었고 그도 내게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게 아니었을 테니 난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고개만 한번 끄덕였을 뿐이다. 한동안 우리 사이에는 또 미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 답답함을 이겨낼 수 없어서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신기하네.”
“뭐가?”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 자체가 말이야.”
강산과 차영은이라니. 다른 애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가 예쁘고 빛난다고 말했지만 난 그의 말을 믿고 있지는 않았다. 사실은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그는 능력 있고 생명력 넘치고 어디를 가든지 모두에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반면에 나는 존재감도 별로 없고 얼굴도 예쁘지 않고 딱히 내세울만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울릴 리가 없다. 지금까지 난 그와 나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으니까.
“하긴 그러네.”
“응.”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겠지?”
그가 쑥스러움을 담아 말했고 나는 조금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난 너에 비하면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애잖아.”
“지금 뭐라고 했어?”
너무나 놀라운 나머지 난 제대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너무나 완벽해서 유전자 조작설까지 돌고 있는 남자가 지금 ‘나는 내세울 게 없는 남자다’라고 말한 것일까? 그것도 저렇게 자조적인 말투로?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었니?”
“응?”
“내세울 게 없다니…… 오히려 넌 모자란 게 없는 애잖아?”
사실 ‘넌 엄청 잘났잖아!’라고 말하려다가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왠지 좀 민망할 것 같아서 순화해서 말한 것이었는데 그는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그가 내게 예쁘다는 소리를 했을 때 내 반응이 꼭 저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모자란 게 없다니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내가 뭐 천재도 아니고.”
그가 쑥스럽다는 듯 말했을 때, 난 너무나 황당해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그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듯 했다. 그가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건 생각할 것도 없이 당연한 것 아닌가?
“너 천재 맞잖아? 너 전교 1등 아니었어?”
“그건 맞긴 한데.”
“그게 내세울만한 게 아니라는 소리야?”
“음. 엄청난 자랑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전국에 전교 1등이 몇 명이나 되겠어?”
“하지만 보통 그런 애들은 밤을 새가면서 공부만 하는 거 아니야? 넌, 그러니까. 느긋하고 말이야.”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전교 1등이라는 것은 실로 엄청난 특권이 아닌가? 진짜인지는 몰라도 책을 한번 읽기만 하면 술술 외워버린다고들 하던데. 그게 자랑거리가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사전 속에서 자랑이라는 단어는 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내 말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공부하는데?”
“뭐?”
“물론 매일 밤새서 공부하느라 코피 흘리고 그랬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수업은 다 듣고 복습도 시험공부도 남들만큼 해. 그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이해가 가고 외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정상인의 범주에서 가능한 것들뿐이고.”
“네가 공부한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는데?”
“그래서 나도 늘 억울해. 왜 그런 소문은 안 나는지.”
그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설마 내가 알고 있는 무수한 소문들이-솔직히 다 믿지는 않았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럼 도대체 그것들의 출처는 어디란 말인가? 정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났나?
“너 한번 본 건 절대 안 잊는다며?”
“에이, 설마. 내가 무슨 초능력자야?”
“열자리가 넘는 숫자를 1초 만에 계산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그런 꼬마를 TV에서 본 적 있는 것 같긴 해.”
“유명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온 적 없어?”
“하하. 내가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멘사 회원이라는 소리도 가짜야?”
“아.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전국에 멘사 회원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별로 안 대단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겸손을 떨었다. 머리 나쁜 사람들이 보면 엄청 재수 없어 하겠지만 사실 그의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으니까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하긴 연예인들 중에도 멘사 회원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긴 하다.
“근데 다른 것도 다 잘하잖아. 체육이나 음악 같은 거. 다른 예체능 과목들도.”
“체육은 운 좋게 내가 잘하는 것들만 시험 치게 된 거고 못하는 것들도 많아. 그리고 네가 만약 내가 기술가정 시간에 만든 쿠션을 봤었다면 절대 ‘다른 것도 다 잘한다.’는 소리는 못할 걸. 악기 연주도 사실 잘 못해. 피아노나 바이올린까지는 어릴 때 배운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치겠는데 단소라던가 그런 건 진짜 소리도 못 내겠어.”
그 말에 난 작년에 있었던 단소 수행평가가 개별면접시험이었다는 게 기억났다. 음악 준비실에 들어가 선생님 앞에서만 불어야 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난 그의 대단한 노래솜씨에 반해 그가 모든 예체능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버린 것 같다.
그러면 그 모든 게 전부 내 착각이었나?
“그럼 도대체 어쩌다가 그런 소문들이 난 거야? 맞는 게 하나도 없잖아.”
“내가 낸 게 아니라서 나도 모르지. 그렇지만 이런 심정은 너도 공감해줄 줄 알았는데. 난 네가 등에 용 문신을 했다는 루머까지 들어봤거든.”
“뭐? 말도 안 돼!”
문신이라니! 그것도 용?
귀 한번 안 뚫어본 몸인데 그런 순서조차 다 뛰어넘어 다짜고짜 문신이라니. 너무나 황당했다. 나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어이없는 내용의 소문까지 돌고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너는 엄청 겁 많게 생겼거든. 하지만 어쩔 수가 있나? 원래 소문이라는 건 당사자가 막지 않으면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걸.”
“그걸 알면서도 넌 왜 해명하지 않은 거야?”
“해명하지 않은 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었어?”
물론 나는 남들보다 약간 더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를 못하니까 어쩔 수 없었던 것이지만 그는 나와 다르지 않은가? 그는 심지어 그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유들유들하게 말하며 전혀 기죽지를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문쯤은 금방 없애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
“소문은 원래 뒤에서 도는 거잖아. 난 그냥 어쩌다가 알게 되는 거니까. 그렇게 알게 되어도 해명할 상대가 없었지. 난 친구가 없잖아. 그렇다고 허공에 대고 ‘난 억울해! 그런 소문은 다 거짓말이야!’라고 외칠 수는 없는 거니까. 속닥거리고 있는 애들한테 갑자기 찾아가서 ‘그건 다 사기야!’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고. 그냥 가만히 있다 보니까 점점 일파만파 커지던데. 나중에는 내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더라. 그래도 로봇이라니 그건 좀 웃기긴 해. 내가 무슨 차두리도 아니고 말이야.”
그가 줄줄이 공감 가는 말을 늘어놓았다. 사실 억울한 일이 생겨도 그 억울함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게 그나 나의 사정이다. 늘 혼자니까.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자 이상하게 친근감이 들었다. 그도 알고 보면 나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아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여전히 그가 엄청나게 잘생긴데다 부잣집 아이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동지였네?”
내가 웃으면서 말했고, 그러자 그도 함께 웃었다. 어쩐지 지금은 그와 대화를 할 때면 늘 느꼈던 거북함이나 부담스러움 같은 것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이라면 왠지 자연스럽게 그에게 나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물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은근슬쩍 그를 향해 운을 뗐다.
“그런데 진짜 날 어떻게 좋아하게 된 거야?”
“별로……. 특별한 일은 없었어.”
“에?”
“원래 심심하면 난 가만히 교실을 관찰해보거든. 취미라고 하면 좋을까? 그냥 멍하니 그것만 보고 있는 거야. 창문이 얼마만큼 열려 있는지, 누구 책상에 책이 제일 높게 쌓여 있는지, 자는 사람은 몇 명일까, 가장 필기를 오래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끔은 한 사람을 골라서 하루 종일 그 사람만 보고 있을 때도 있어. 저 애는 어느 시간에 가장 잘 조는지, 주로 누구랑 대화하는지, 쉬는 시간에는 뭘 하는지. 그러다가 어느 날은 너를 보게 되었지.”
나는 조용히 서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가 관찰한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어쩐지 그걸 알게 되는 것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너는 항상 혼자였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위축되어 보이질 않아서 신기했어. 여자애들 몇몇이 대놓고 너에게 안 좋은 말을 할 때에도 넌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처음에는 네가 의외로 강인한 아이인 줄 알았어. 그런데 어쩌다가 보게 된 거야. 수다 떠느라 바쁜 여자애들 무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너의 모습을. 그 때만큼은 이상하게 네 마음의 소리가 들리더라. 네가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어. 혼자는 싫다고, 외롭다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나한테는 느껴졌어. 너한테서 내 모습을 본 걸지도 몰라. 너도 알다시피 늘 혼자인 건 너뿐만이 아니잖아.”
등하교를 할 때도, 수업을 들을 때도, 특별실에 갈 때도 늘 나 혼자. 쉬는 시간이면 남들은 다 수다를 떨면서 노느라고 바쁜데 나는 할 것이 없어서 얼른 수업이나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고, 체육시간, 짝 지어서 연습해야 하는 종목을 배울 때면 언제나 혼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척 구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급식시간에도 여섯 개짜리 테이블에 혼자서 앉아 밥을 먹는다. 어쩌다 전달사항을 놓쳤을 때 뒤늦게라도 물어볼 수 있는 친구라든지 책을 집에 두고 왔을 때 빌려줄 수 있는 친구조차 없다. 늘, 언제나. 나 혼자만 철저하게 고립된 존재다.
그걸 알아봐준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내게 그런 관심을 가져준 적이 없었다. 가십의 대상이었던 적은 있지만, 내가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해준 사람은 여태껏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기대조차 않았었는데, 그걸 그는 눈치 챘다. 왜냐하면 나랑 같으니까. 그도 항상 혼자서 지내니까.
“너한테 자꾸 눈길이 갔어. 안 좋은 소리를 들을 때, 태연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남몰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는 것도 알았어. 작은 소음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것도 알아. 넌 아무리 작은 쓰레기라도 절대 책상 밑에 버린 적이 없어. 항상 쓰레기통에다 버리지. 또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발견하면 그것의 주인을 찾아 그 사람의 의자에 고이 걸어두더라. 체육시간이 되면 늘 머리를 묶곤 하지. 너는 수업 시간에 존 적이 한 번도 없어. 모두가 싫어하는 선생님 시간에도 열심히 수업을 듣기 때문에 어느 날은 일대일 과외 수준으로 수업이 진행된 적도 있었지. 또 다른 날은 학교 뒷산으로 들어온 들 고양이를 발견하고 10분 동안이나 가만히 앉아서 그 들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너를 본 적도 있었어.”
나조차도 몰랐던 사소한 행동들까지 그가 모조리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 나에 대해서 그 정도로까지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면 좀 께름칙하게 여겨져야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에게는 그런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단지 그의 관찰력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너를 좋아하고 있더라.”
그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어쩐지 내 얼굴은 또 빨개져버렸다. 처음 듣는 고백도 아닌데 그 때보다 더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뜨끈해진 볼에 손등을 대어 열을 식히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
제일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사랑이라는 게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이 사랑일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금방 알아챌 수는 없다.
물론 그는 굉장히 멋있었다. 나는 여태껏 그보다 잘생긴 사람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찬란하게 빛나는 그. 그래서 나는 그를 동경했다. 나와 같은 처지임에도 그는 전혀 부족해보이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런 그가 내게 고백을 해왔을 때 더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연 동경은 사랑일까?
그는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능력도 갖고 있었다. 물론 이 편안함이라는 것이 상당히 모순적인 느낌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난 나도 모르게 내 숨겨진 모습들, 나조차도 알고 있지 못했던 진짜 나의 모습들을 그에게 다 보여주게 되고 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그와의 대화를 통해 느낄 수가 있었다. 친구라고 볼 수도 있는 사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정을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일까?
동경이나 우정 이외에도 내가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주 많았기에 이 마음을 더욱더 정의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도 빨개지면서, 머릿속의 나사 하나가 빠져나가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그가 반짝거린다고 느낄 때도 있다. 외국 영화 속의 뱀파이어들도 아니고 실제로 사람한테서 빛이 날 리가 없건만, 나는 그에게서 그걸 경험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나도 네가 좋은 것 같아.”
그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여태껏 봐 온 그 어떤 미소보다도 반짝였다.
태양 같은 그. 무수한 소문들에 둘러싸인 채 살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던 그. 하지만 지금 내 옆에 선 그는 짝사랑했던 상대에게 좋아한다는 한 마디를 들은 것만으로도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소년 같은 남자애일 뿐이다.
해는 이미 다 져버렸는데도 이상하게 그의 얼굴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또 쿵쾅쿵쾅,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숨 쉬기가 조금 곤란해졌지만 나는 더 이상 그것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난 그냥 그를 따라 환하게 웃어주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바람이 불면서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그와 함께 풀냄새도 났다. 흙냄새, 풀냄새. 그리고 내 앞에 선 그가 풍기는 체향.
왠지 오늘부터는 조금 더 행복한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줄여서 소두.
산이는 룬의 아이들 데모닉을 보고 생각해낸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조슈아 정도의 천재로 쓰려고 했는데 범인인 제가 커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좀 순화시켰어요.
잘났는데 잘난 걸 모르는 두 사람. 물론 그들이 진짜 잘났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콩깍지일수도 있겠죠. 서로가 행복하다면 충분하겠지만.
인소닷에 처음 올리는 글이네요. 단편치고는 너무 길죠? 읽는데 벅차다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렇다고 연재를 하기에는 어중간한 길이라서 그냥 이렇게 올리고 봐요. 다음에 또 뵐 수 있기를 바라며. 참고로 저는 글 쓰는 속도가 엄청 느리기 때문에 금방 만날 수는 없답니다.
첫댓글 우와~ 진짜 우와~ 진짜 오랜만에 제가 댓글을 다네요! 번외는없나유ㅠㅠ? 아 정말 재밋어요! 먼가 신기하고! 와~
무플을 각오하고 올린 글이었는데, 이렇게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아쉽게도 번외는 없네요ㅠㅠ
재밌는데요? 우와 저 단편에 글다는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 번외도 기대해도 돼나요?
감사해요!ㅠㅠ 번외는 없답니다.. 지금은 다른 단편 쓰고 있어요^^
훈훈해요 정말 표현못하겠네요. 따뜻하다고 해야할까요ㅠㅠㅠ게다가 데모닉소리들으니까 더 호감이야 어떡해ㅠㅠ
룬의 아이들 보셨나봐요! 조슈아의 매력에 비하면 세 발의 피지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