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여배우 진 마시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BBC가 그녀의 에이전트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1934년 7월 1일 런던 스토크 뉴잉턴에서 태어났는데 이날 런던 자택에서 치매 합병증으로 눈을 감았다.
방송은 BBC 채널 원의 '업스테어즈 다운스테어즈'(2010~12)에 출연한 배우이며 공동 크리에이터였다는 점을 가장 앞세웠으나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다. 에드워드 왕조 때의 계급 문제를 묘사한 ITV 드라마(1971~75)에서 가혹한 매질을 일삼지만 속으로는 따듯한 마음을 지닌 하인 로즈 벅 연기로 1975년 에미상을 수상했는데 BBC 리메이크 시즌에서도 같은 역할을 소화했다.
그녀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로는 '클레오파트라', '윌로우'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프렌지', TV 시리즈 '닥터 후'가 있다.
고인의 친구이며 영화감독 마이클 린제이호그는 성명을 통해 "여배우로서나 작가로나 현명하고 재미있고 아주 예쁘며 친절하고 재능 있었다"면서 "고인이 매우 사랑했던 돌봄이 가운데 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대에서 평온하게 잠들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부유한 가문에서 일하는 하인들을 묘사하는 피어리어드(period) 드라마 하면 떠오르는 여배우였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등 사교계를 중심으로 상류층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본인은 프랑스에서 친구이며 귀족부인(Dame) 아일린 앳킨스와 살고 있다고 나중에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에 털어놓았다.
그녀는 나중에 이 시리즈를 공동 크리에이티브했는데 벨라미 가문과 그들 아래 살아가는 하인 직원들 얘기를 그렸다. ITV의 원작 시리즈는 평단과 흥행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으며 미국에서도 공영 방송 PBS를 통해 방영돼 좋아하는 팬층을 얻었다.
'업스테어즈 다운스테어즈'의 성공은 '다운튼 애비' 시리즈에 부분적으로 영감을 준 것으로 얘기됐으며 2010년 BBC에서 되살아나 다시 만들어졌다. 고인은 오리지널 캐스팅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다시 부름을 받아 다섯 편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2010년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가 질문했다. 왜 시청자들이 주인과 하인 드라마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지 이유를 아느냐? 마시는 답하길 "당신은 다른 계급 출신이라면 훨씬 잘 살았을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그런 드라마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는 뉴스만큼 걱정스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는 2011년 뇌졸중을 겪은 뒤 연기에서 발을 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오랜 경력 가운데 다른 주목할 TV 드라마 크레딧에는 '트와일라잇 존'과 '그랜트체스터'(Grantchester)가 있다. 고인의 연극 크레딧으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조지 버나드 쇼 작품들이 있다. 2012년 그녀는 드라마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대영제국 4등급 훈장 OBE를 받았다.
마시는 닥터 후에 출연한 배우이며1991년 BBC 코스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엘리엇'을 공동 크레이티브한 존 퍼트위와 1955년부터 1960년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앨버트 피니, 케네스 헤이, 마이클 경들과 가깝게 지냈다.
지난 40년 넘게 고인과 거의 매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힌 마이클 경은 성명을 통해 그녀는 "만난 모든 이에게 사랑 받은 본능적으로 공감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