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교황 아시아 순방 “‘변방’ 교회를 향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도 순방을 앞두고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영적 풍요로움과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아시아에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아시아인의 삶에 뿌리내린 신앙의 기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Vatican News
10년 전,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AYD)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그의 마음은 교황의 아시아 사도 순방을 앞두고 더욱 설레고 있다. 광활한 대륙과 다양한 문화 및 종교적 신념을 간직한 아시아에서 신앙을 뿌리내리는 일은 상당히 힘겨운 도전이다. 그럼에도 유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사목 모델을 통해 점차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이번 사도 순방의 의미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교황님의 이번 아시아 사도 순방은 사제 시절 초기부터 동아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자 했던 그분의 열정과 소망을 다시 떠올려 줍니다. 더 나아가, 이번 사도 순방은 교황님이 자주 강조하시는 ‘변방 교회’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입증합니다. 이는 교회가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거나 그리스도교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하나의 기도나 예식, 혹은 사목 활동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경을 넘어 다른 지역과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일지라도 생명과 영성이 가득한 곳으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이번 사도 순방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형제애입니다. 다문화 세계에 들어서시는 교황님은 오랜 전통을 간직한 다양한 종교 및 문화와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지역과 도시들을 방문하실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황님은 자신이 만나는 하느님 백성을 격려하시는 동시에, 전쟁과 분쟁, 불화로 지금도 상처받고 있는 곳에 형제애와 나눔의 모범을 제시하실 것입니다.”
오늘날 신앙과 세상의 상황에서 아시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시아는 매우 다채로운 대륙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여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른 많은 영성들과 만나며 특별한 문화를 통해 구현돼 왔습니다. 이러한 여정은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사목 모델, 종교 간 대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통해 점차 발전하고 있습니다. 종교 간 대화는 인류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공동의 여정이자 그분의 구원 계획에 동참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시아는 서양의 신앙이 새롭게 복음화되고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사회, 평화로운 미래를 이루기 위한 선교사명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시아 지역, 아시아 땅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우리가 알다시피, 복음은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장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복음은 문화를 맞아들이며 그 안에 스며들지만, 동시에 복음 선포는 항상 문화의 도전에 직면하므로, 이를 정화하고 하느님 계획에 더욱 부합하도록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시아에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아시아인의 삶에 뿌리내린 신앙의 기쁨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선교사들과 복음의 증거자들이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몇 가지 문화적 도전에 직면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때때로 지나치게 세속화된 문화와 사회적 모델에 매료돼 쾌락주의와 소비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주술, 미신, 자기방어를 위한 폭력 행사,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주의와 애니미즘 같은 지역적 현상들도 문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 외에도 빈곤, 가정 문제, 생명 보호와 관련된 문제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한국 최초의 사제 순교자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과 다른 많은 아시아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입니다. 삶으로 증거하는 곳에서 복음이 선포됩니다. 말과 형식에 앞서 우리 삶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돼야 합니다.”
번역 이창욱
- 바티칸 뉴스 (vaticannews.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