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불빛이 굴러다니는
시간에 우리는 택시를 탔어요
한번 진입한 바닥을 빠져나갈 수 없다 해도
이 깊은 밤에 할증료를 물고라도 여길 지나치고 싶었어요
알 수 없는 운명에 걸려든 걸 알았지만
누구의 꿈을 지나가는지
창문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 덜컹거렸어요
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우리는 허공에 전속력으로 멈춰 있는 사람이 되었지요
거침없는 밤을 믿으며
모든 심야택시는 오늘도 계속 달리고 있어요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1.31. -
심야택시를 타고 시 경계를 넘나들던 때가 있었다. ‘구겨진 불빛이 굴러다니는 시간’들이었다. 꿈이었는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쫓아다니던 때였다. ‘우리는 허공에 전속력으로 멈춰 있는 사람’이란 구절에서 그때가 떠올랐다. 젊은 시절 누구나 그런 시절을 건너가지 않았던가.
‘거침없는 밤’을 믿으며 거침없는 밤을 달려 나가는 시민들의 도시에서 우리는 또 ‘누구의 꿈을 지나가는지’ 모를 길을 달린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이 텅 빈 도로처럼 다시 막막한 땅일지라도 인간의 영혼은 충만해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밀도가 생길 것이다. 인생이 다 그렇지, 라는 말은 인생이 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