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임시 거주자 급증… 사회적 비용 감당 못해"
자유당 "모든 시민의 평등한 권리 보장하는 근간"
캐나다 국적 제도의 근간인 ‘출생시민권(속지주의)’ 존폐를 둘러싸고 연방 정치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임시 거주자의 캐나다 출생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보수당의 법안 개정 시도가 무산된 가운데, 자유당 정부는 ‘평등권의 초석’이라며 현행 제도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논란은 보수당이 자유당 정부의 시민권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미셸 렘펠 가너 보수당 의원이 발의한 수정안은 캐나다 영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려면,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수당은 최근 급증한 임시 거주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렘펠 가너 의원은 "현재 인구의 7%에 달하는 300만 명의 임시 거주자가 캐나다에 머물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의 자녀가 발생시키는 사회 서비스 비용을 제대로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병원이 비보험 임시 거주 산모에게 출산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를 들며, 의료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유당 정부는 평등의 원칙을 강조하며 맞섰다. 션 프레이저 법무부 장관은 "출생시민권 제도는 캐나다 평등권의 초석"이라며 "정부가 어떤 캐나다인이 완전한 권리를 누릴지 자의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하면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실제로 캐나다 내 비거주자 산모의 출생아 수는 2015년 이후 7배나 증가했지만, 2024년 기준 전체 신생아(367,347명) 가운데 1,610명으로, 여전히 0.5% 미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보수당의 수정안은 위원회 표결에서 부결되었다. 이 논의는 해외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의 자녀, 소위 '잃어버린 캐나다인(Lost Canadians)'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더 큰 이민 법안의 일부로 진행되었다. 해당 법안은 위원회를 통과해 하원의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어, 출생시민권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