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앞)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 위증교사 의혹을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리했던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15일 “절차적 정의는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며 전날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대검 부장회의 과정에서 다수의 절차적 정의가 침해됐다”고 발표한 박범계 법무장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원장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대검 차장 신분으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두 차례에 걸친 대검 회의 끝에 위증 교사 의혹을 최종 무혐의 처리했었다. 조 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다.
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한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 발표에 대한 전임 대검 지휘부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리고 “전임 대검 지휘부 입장에서 볼 때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박 장관이 전날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던 임은정 검사(현 법무부 감찰담당관)가 모해위증 사건으로 입건하겠다는 결재를 상신했으나 대검 지휘부가 갑작스럽게 감찰 3과장으로 주임검사를 교체해 ‘제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고 ▲사전 협의 없이 대검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한 대검 연구관들로 회의체를 구성해 무혐의 의견을 도출했다며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은 부분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달 25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명된 임은정 검사.(사진은 2018년 11월 22일 임은정검사가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로 검찰 내 성폭력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조 원장은 애초 법무부가 주장하는대로 임은정 검사가 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대검 기관장인 검찰총장이 검찰청법에 따라 배당 또는 재배당 지시를 해야 하는데 본건에서 전임 검찰총장은 임은정 연구관에게 그러한 지시를 한 바가 없다”며 “임은정 연구관이 감찰부장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조사 업무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대검 감찰3과에 소속된 다른 검찰 연구관들처럼 주임검사인 감찰3과장을 보조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조 원장은 또 “임은정 연구관이 대검 감찰부를 지휘 감독하는 (한동수) 감찰부장으로부터 주임검사 지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대검 부장은 상사의 명을 받아 소관 부의 사무를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고, 감찰과 수사는 모두 총장의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감찰부장이 이 사건 주임 검사를 임은정 연구관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상사인 전임 검찰총장 명을 받았어야 한다”며 “감찰부장은 전임 검찰총장으로부터 그러한 지시를 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조 원장은 “결론적으로 법무부는 대검 지휘부가 부당하게 주임검사를 교체한 것처럼 발표했으나 대검은 임은정 연구관을 이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사건을 직접 담당한 주임검사인 감찰3과장, 이 사건 검토 및 조사에 관여한 임은정 연구관, 감찰3과 소속 검찰연구관 2명이 이 사건에 관여한 바 없는 (사법연수원) 35기 연구관들과 함께 범죄성립 여부를 논의하도록 지시했다”며 “하지만 임은정 연구관은 회의체 참여를 거부했고, 할 수 없이 나머지 인원들만으로 장시간 논의를 했고 전원일치 혐의 없음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조 원장은 “당시 대검 검찰연구관들로 회의체를 구성한 것은 대검 감찰부장이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거부했고 임박한 공소시효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였다”며 “절차적 정의는 오로지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2021년 7월 14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대검은 지난 3월 대검 연구관들 회의 끝에 위증교사 의혹을 최종 무혐의 처리했지만, 박범계 법무장관은 임은정 검사가 회의체에 빠진 것을 절차적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문제 삼고 대검 부장회의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 원장은 당시 검찰 최고 선임인 전국 고검장들까지 참여한 회의 끝에 압도적 의결로 다시 한번 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박 장관은 “2010년 한명숙 수사팀의 수사 전 과정을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 감찰하라”고 지시했고 4개월이 지난 14일 “한명숙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는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박 장관은 “부적절한 수사 관행 혐의가 확인됐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감찰에서는 위증교사 의혹 유무죄 혐의를 다루지 않았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