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정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뱀탕을 먹는 방법을 원리원칙대로 철저히 지키다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돈을 온라인으로 이체하고 일주일 후부터 뱀탕을 먹기로 했다. 와이프에게는 비밀로 했다. 현재 거느리고 있는 애인 여자들에게도 절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뱀탕을 먹어서 성능력향상의 효능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공연히 비싼 돈을 주고 뱀탕을 먹었는데도 자신에게 효능이 나타나지 않게 되면 기계 자체가 처음부터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효능이 크게 나타난다고 하면, 뱀탕 때문에 인위적으로 정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광어회도 자연산과 양식은 값이 큰 차이가 있고 고기맛도 전혀 다르다. 태생적 변강쇠와 뱀탕 먹은 후천적 변강쇠는 아무래도 상대에게 주는 인식과 선입관에 차이가 있고, 그 때문에 상대의 성적 흥분에도 차이가 날 것이고 혼자 믿었다.
여자 입장에서 볼 때 자연산으로 정력이 좋은 남자가 좋은 것이지, 뱀탕으로 정력이 좋아진 남자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더군다나 요새 세상에는 음경확대시술이나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치료제로 정력을 위장하는 위장파들이 많기 때문에 민첩 아버지는 그런 엉터리부류에 끼고 싶지 않았다.
민첩 아버지는 그래서 자신이 뱀탕을 먹는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나중에 실전에서 자신의 강화된 정력을 보여주면, 역사적으로 위대한 남성으로 길이 빛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의 정력이 변강쇠처럼 되면, 지금까지 자신의 비실비실함을 알고 있는 여자들과는 더 이상 성관계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갑자기 정력이 세어졌다는 사실을 비밀로 유지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비밀로 뱀탕을 먹고 정력이 세어져야, 그 후부터 새로 만나는 모든 여자들은 민첩 아버지가 타고난 변강쇠로 생각할 것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을 먹을 때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철저하게 지켰다. 뱀탕을 먹을 때에는 여자관계도 삼갔다. 전문가 말로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도 민첩 아버지는 정력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막상 여자관계를 하지 않고 참으려고 했더니 더욱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더욱이 뱀탕을 먹는 이유가 여자관계를 잘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뱀탕을 먹을 때마다 오히려 여자 생각이 더욱 치솟아서 인내하기가 어려웠다. 뱀탕을 먹을 동안은 술도 끊으라고 해서 술도 못 마시고 너무 고통스러웠다. 코로나 19때 자가격리 2주간 당하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
뱀탕집 주인은 민첩 아버지에게 진짜 뱀을 끓여주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살아 있는 뱀을 망태기에서 꺼내서 물로 씻은 다음 솥에 넣는 장면부터 보여주었다.
뱀의 눈은 무서웠다. 모두 민첩 아버지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뱀들을 솥에 넣고 나중에 다 꾾인 다음 두껑을 열고 보여주는데, 뱀들이 모두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죽어있었다. 저런 뱀을 뱃속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민첩 아버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뱀탕을 끝까지 먹고 정력을 키워야 할 시대적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내 담담해졌다.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갖은 고생을 하면서 뱀탕을 먹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뱀탕을 먹기 전이나 먹은 다음이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 주인에게 사기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서 따졌다.
“아니, 사장님. 어째서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까?”
“글쎄요, 정말 아주 좋은 물건만 사용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달라질 텐데요. 내가 30년 뱀을 취급하지만 선생 같은 분은 처음인데요. 병원에 가서 혹시 성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정밀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까지 애도 낳고 여자들하고 잘 하고 있었는데 성불구라니요?”
“내가 언제 성불구라고 했어? 도대체 이 사람이 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어? 당신 생긴 게 잘 못하게 생겼구먼.”
뱀사장은 갑자기 흥분해서 반말이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민첩 아버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생긴 게 어째서 그래? 당신 가짜 뱀 쓴 거 아냐?”
“가짜 뱀이라니? 이 세상에 어떻게 뱀 모조품을 만들어? 당신 눈깔로 똑똑히 봤잖아? 살아있는 그 싱싱한 뱀들을 솥에 넣는 것과 나중에 끓인 다음 서 있는 것도 봐놓고 그런 헛소리를 해?”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싸워봤자 얻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뱀 사장은 눈이 꼭 뱀 같았다. 아주 날카롭게 옆 눈으로 쏘아보고, 째져있는 눈이 꼭 뱀이었다. 얼굴 색깔도 누런 게 꼭 뱀 피부였다.
만일 치고 받고 싸우다가 그 집에 있는 구렁이나 독사를 풀어서 민첩 아버지에게 공격명령을 내리면, 그깟 돈 때문에 뱀에 물려 비명횡사할 상황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