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금
서봉교
같은 직장에서 20년 넘게 함께 근무하던
띠 동갑 형님이 소천 하셨는데
살아생전 문병 근처에도 못 갔다
산다는 게 뭐 그리 바쁜지
같이 근무하던 시절
나도 다른 직원들도 그 형님 도움
참 많이도 받았는데
막상 부고를 듣고 야근을 하느라고
서랍 속 봉투를 꺼내서 조의금을 넣는데
하필 주머니에 삼만 원만 있을 게 뭐람
같이 근무했던 정으로는 오만원도 십만원도
더 넣어야 하지만
그냥 넣어 보내면서 왜 그리 미안한지
사람은 누구나 저승 갈 때 삼십 원만 갖고
간다고 하지 않던가?
삼오제 지난 후 그 형님 맏이를 만났는데
형님을 만난 듯
내내 미안했다.
-출처『치악문원제3집』2013
서봉교 시인 홈
http://blog.daum.net/sbk2671/1586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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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의 성격은 지연과 혈연관계와 더불어 농어촌 공동체 마을 두레살이에서 서로 돕는 문화에서 출발을 한다고 한다. 없을 때 부족할 때 목돈이 들어갈 때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풍습은 우리 민족 공동체 삶의 뿌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던 것이 거대한 산업사회로 변화하며 금융이 발달하면서 사금융 같은 계 같은 것들이 축소되고 명맥만 남아 있는데 애경사 또한 품앗이 개념을 넘어 변질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미뤄왔던 일 마무리하듯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가을날 낙엽 떨어지듯 하나 둘 날아들기 시작한다. 마당발이 아니라서 활동반경이 몇 미터에 불과한 내게도 몇 통쯤을 갈바람에 떠밀리듯 내 마당에 날아들어 올 것이다. 친인척과 가까운 사람들이야 뭐 의례 품앗이하듯 자연스러운데 이 중엔 참 부자연스런 것들도 있다.
가깝지도 않고 어찌어찌하여 겨우 안면만 튼 사람이 결속도 없는 모임에서 명함 건네듯 불쑥 건넨다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전달받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싹 무시하고 안 가면 그만이지만 사람살이라는 것이 그렇지만도 않아 마음이 영 불편할 때도 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려질 때도 있고 시의 화자처럼 하고 나서 조금 더 할걸 하는 미안함이 들 때도 있다. 얼마를 넣어야 체면치례를 면하나 궁리도 해야지만 부자라고 해서 거저 번 돈이 없으므로 헤프게 쓸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좀 여유가 더 있다면 체면 구기는 일은 좀 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조는 늘 부족한 것만 같고...
문상 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나희덕 -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 이규리 - 문병가자 / 함순례 -문병 /이명윤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5471
첫댓글 감사합니다
조의금은 늘 부족한 것만 같지요...
-.-.....
시하늘 바다를 항해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항구의 이름을 본듯하여 들러보니
같은 학렬의 친척인가 봅니다.
우리 세상사는 이야기중 조의금또한 지나칠수 없는 부분입니다.
살면서 마음의 빚없이 살수있다면 좋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