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연중 23주간)
제 이 권
시편 제44편
(지휘자를 따라 부르는 코라 후손의 시)
1 하느님, 우리는 두 귀로 들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조들이 살던 시대, 그 옛날에 당신께서 하신 일들을 전해 들었습니다.
2 손수 여러 민족을 몰아내시어 선조들을 뿌리박게 하시고 여러 부족을 짓부수시어 그들을 번성하게 하셨습니다.
3 선조들이 땅을 차지한 것은 제 칼로가 아니었고 승리한 것은 제 힘으로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오른손, 오른팔 그리고 당신 얼굴의 빛 덕분이었으니 당신께서 그들을 사랑하신 까닭입니다.
4 당신은 나의 왕, 나의 하느님, 그 명령 한마디로 야곱이 승리하였습니다.
5 당신의 힘으로 우리는 원수를 쳐부술 수 있었으며 당신 이름으로 적군을 짓밟을 수 있었습니다.
6 내가 믿은 것은 나의 활이 아니었고 승리를 안겨준 것도 나의 칼이 아니었습니다.
7 우리가 원수들을 이겨낸 것은 우리의 반대자들이 수치를 당한 것은 그것은 바로 당신 덕분이었습니다.
8 그러므로 우리의 자랑은 언제나 하느님이었고 우리는 당신의 이름을 항상 찬양하였습니다. (셀라)
9 그러나 이제 당신은 우리를 뿌리치고 비웃으시며 우리 군대와 동행하지 아니하시므로
10 우리가 마침내 적군에게 쫓기고 원수들은 좋아라 우리를 약탈하였습니다.
11 푸줏간의 양처럼 우리를 넘기시고 이 나라 저 나라에 우리를 흩으시고,
12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인데 헐값으로 당신 백성을 파셨습니다.
13 이웃 백성들에게 욕을 당하게 하시고 조소와 조롱거리로 만드셨습니다.
14 우리를 이방인들의 이야깃감으로 만드시니 뭇 백성이 우리를 가리켜 손가락질합니다.
15 모욕당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 수도 없습니다.
16 욕설과 폭언 소리에 귀가 따갑고 미움과 보복의 눈길이 무섭습니다.
17 우리는 당신을 잊은 일도 없으며 당신과 맺은 계약을 깨뜨린 일도 없건만 마침내 이런 일을 당하였습니다.
18 우리는 당신을 배반한 일도 없고 일러주신 길을 벗어나지도 않았건만,
19 당신께서는 여우의 소굴에서 우리를 부수시었고, 죽음의 그늘로 덮으셨습니다.
20 아무려니, 우리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 아니하였겠으며 다른 신에게 머리를 조아렸으리이까?
21 마음의 비밀을 다 아시는 하느님께서 어찌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셨으리이까?
22 당신 때문에 우리가 날마다 죽임을 당하며 도살장의 양처럼 찢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23 나의 주여, 일어나소서. 어찌하여 잠들어 계십니까? 깨어나소서, 우리를 영원히 버리시렵니까?
24 어찌하여 외면하십니까? 억눌려 고생하는 이 몸을 잊으시렵니까?
25 우리의 마음은 먼지 속에 파묻혔고, 우리의 배는 땅바닥에 붙었습니다.
26 일어나소서, 도와주소서.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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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에 등장하는 코라는 구약의 레위의 증손이며(민수 16:1), 코라의 후손은 다윗 시대의 성가대(역대상 6:22)이고 성전의 문지기(26:1)였습니다. 44편 외에도 여러 군데의 머리글에서 코라의 후손이 언급됩니다.
시편 44편은 공동 탄원 시편이라고 분류합니다. 공동체가 전쟁에서 패배한 후 민족 차원에서 하느님께 간구하는 시입니다. 민족의 재난을 당한 후 모든 백성이 고통과 비탄에 빠집니다. 그런데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적군에게 패배하고 온갖 모욕을 당하는 가운데 자신들은 주님을 잊은 적도 없고, 주님과 맺은 계약을 어긴 적도 없는데 온갖 고난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탄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모순과 같은 상황을 깊이 성찰합니다.
오늘 시편의 내용이 조금 길지만 백성들의 탄원을 나와 우리 공동체의 입장에서 묵상해봅니다. 주님의 뜻대로 살려고 했고, 크게 어긋난 길을 가지 않았음에도, 절박한 위기 앞에서 하느님은 움직이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 간절히 도움을 청하건만, 하느님은 끝내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제대로 간구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은밀한 것도 다 아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절망의 마음도 새겨봅니다.
하지만 하느님에게서 희망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에서도 공동체는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절망과 원망 그리고 한탄으로 끝내지 않고 다시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 기도합니다.
개인의 바람과 기도만큼 공동체의 탄원도 중요합니다. 제대로 간구하고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며 낙심하지 않고 함께 기도합니다. 그리고 기도의 결과를 함께 누립니다.
함께 바치는 기도, 마음과 지혜를 모아 전심으로 드리는 기도의 체험이 우리 공동체에도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첫댓글 아멘. 끊임없는 기도가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게 하소서
끊임 없이 기도하는 우리, 아멘!
6 내가 믿은 것은 나의 활이 아니었고 승리를 안겨준 것도 나의 칼이 아니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