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 늙은이가 일대장교를 말했지만
그것은 모두 쓸데없는 말이다.
마지막에 가섭이 미소했을 때
백만 인천이 모두 어쩔 줄을 몰랐고,
달마가 벽을 향해 앉았을 때 이조는 눈 속에 서 있었다.
육조는 방아를 찧었고, 남악南嶽은 기왔장을 갈았으며,
마조馬祖의 할喝 한번에 백장百丈은 귀가 먹었고,
그 말을 듣고 황벽黃檗은 혀를 내둘렀었다.
그러나 일찍이 장로 수좌를 만들지는 못하였다.
진실로 이것은 이름을 붙일 수도 없고
형상으로 그릴 수도 없으며,
칭찬할 수도 없고 비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저 허공처럼 텅 비어 부처나 조사도 볼 수 없고
범부나 성인도 볼 수 없으며,
남과 죽음도 볼 수 없고 너나 나도 볼 수 없다.
그 지경(테두리,범위)에 이르게 되어도
그 지경이라는 테두리도 없고,
또 허공의 모양도 없으며 갖가지 이름도 없다.
그러므로 형상도 이름도 떠났기에 사람이 받을 수 없나니,
취모검吹毛劍을 다 썼으면 빨리 갈아두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취모검은 쓰고 싶으면 곧 쓸 수 있는데
다시 갈아두어서 무엇하겠는가.
만일 그대가 그것을 쓸수 있으면
노승의 목숨이 그대 손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그것을 쓸 수 없으면
그대 목숨이 내 손안에 있을 것이다.
나옹록에서 천암스님
굉지정각(宏智正覺,1091-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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