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마중하며 –말복-
뼛속까지 메아리치던 매미 울음소리
여름의 뜨거운 숨결도
이제 한풀 꺾이어
가만히 계절의 모퉁이를 돕니다. 선생님
기나긴 무더위 견뎌낸 땅 위로
마지막 열기를 안아 다독이는 날,
지친 몸과 마음을 따스히 보듬는
복날의 마음 하나 그릇에 담아냅니다.
뙤약볕 시달리던 나뭇잎 사이로
어느새 스며드는 서늘한 바람 한 줄기,
가장 뜨거운 계절의 끝자락은
그렇게 조용히 가을을 마중합니다.
지나온 여름날의 고단함은 모두 비워내시고,
다가올 계절의 풍요와 안녕만이
선생님, 삶에 그득히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시풍속인 '복날(伏日)'의 유래
복날의 한자적 의미와 음양오행설
복날의 '복(伏)' 자는 사람(人) 옆에 개(犬)가 엎드려 있는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는 '엎드릴 복' 자로, 여름철의 뜨거운 화기(火氣)가 너무 강하여 가을의 서늘한 금기(金氣)가 감히 일어나지 못하고 엎드려 숨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여름은 '화(火)', 가을은 '金(금)'에 해당합니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가을의 기운이 와야 하지만, 여름철 삼복(초복·중복·말복) 기간에는 화기가 워낙 강렬하여 금기가 맥을 못 추고 엎드려 있는 시기라고 보았습니다. 즉, 복날은 자연의 거대한 기운 앞에 자중하고 몸을 사리는 날이라는 민속학적 해석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역사적 문헌에 기록된 유래
복날의 유래는 중국 사기(史記) 등의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진(秦)나라 덕공(德公) 2년(기원전 676년)에 처음으로 복날을 정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당시에는 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며 삼복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이 풍속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조선시대 이전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 관습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복날의 다채로운 풍속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당시 궁궐에서는 벼슬아치들에게 여름철 더위를 이기라는 뜻으로 관아의 얼음창고(빙고)에서 얼음을 꺼내 나누어 주는 '자빙(煮氷)'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복날에 담긴 민중의 지혜: 이열치열과 복달임
민간에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복달임(또는 복놀이)'을 즐겼습니다. 덥다고 해서 무작정 찬 음식을 먹는 대신,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속을 보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 삼계탕과 개장국(구장): 땀을 많이 흘려 허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단백 영양식을 섭취했습니다.
○ 팥죽: 붉은 팥이 귀신과 액운을 쫓는다는 민속적 신앙에 기반하여, 팥죽을 쑤어 먹으며 여름철 병마와 더위를 물리치고자 했습니다.
결국 복날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날을 넘어, 자연의 혹독한 더위 속에서 몸을 낮추어 건강을 지키고 공동체가 함께 음식을 나누며 정을 다진 지혜로운 삶의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도 8월 14일(금) 말복에 이르러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흘러갑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어 남은 여름을 활기차게 보내시고, 매일의 일상이 한결같이 평안하고 복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