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최구경最究竟의 재산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가장 구경究竟의 재산은 반야般若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다 써버리게 되는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중국 속담에 '만금의 재산도 몸에 익힌 한 가지 재주만 못하다'라고
말했듯이 한 가지 기술을 배워서 쓸 줄 안다면 어떠한 재산을 갖고
있는 것보다도 좋습니다. 가령 반야지혜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돈이나 기능보다 더욱 높고 좋습니다.
《금강경》에 "만약 어떤 사람이 사구게四句偈르르 읽고 외운다면
그 공덕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로 보시하는 것보다 더 낫다"란
말이 있는데 이는 곧 재물보시를 아무리 많이 해도 결국은 유한한 것이고,
법보시를 비록 적게 하여도 효력은 무궁한 것이란 뜻입니다.
사구게의 불법 반야로 그 효력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를 보시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은 또 무슨 도리일까요?
어떤 사람이 객지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말이 되기도 해서 집에 돌아가 명절을 보낼 생각에 서둘러
돌아가던 중 부인에게 줄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길에서 '게어偈語'를 팝니다'라고
쓴 팻말을 걸고 앉아 있는 한 늙은 스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 게어를 판다는 게 뭡니까?"
"당신이 게어를 산다면 원래는 한 수에 황금 스무 냥이지만, 보아하니
당신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 반 잘라서 한 수에 열 냥에 해주겠소."
"예? 게어가 뭐죠? 황금 열 냥이라고요?
뭐가 이렇게 비쌉니까" 좋아요! 게어 한 개 사겠소!"
그러자 노스님이 게어를 일러주었습니다.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서 생각하라
성이 날 때 잘 생각하여 노여움의 불을 끄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 당신, 잘 기억하시오. 이후로 분노가 일고 화가 날 때 이 게어를 읽도로 하시오."
게어를 들은 상인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바로 이 네마디 말이 황금 열 냥짜리란 말이요?
말도 안 돼요! 노스님! 사람을 너무 기만하시는 거요!"
그러나 노스님은 하하하 웃고 있으니 이 상인은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은 나이 지긋한 스님이기도 하여 더 따지지 않았습니다.
상인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습니다.
문은 잠그지 않어서 손으로 밀으니 곧 열렸습니다.
부인을 부를까 했으나 부인은 이미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침대 밑에 신발이 두 켤레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자 신발 한 켤레, 남자 신발 한 켤레, '
이 염치없는 여편에, 내가 집에 없다고 이런 짓을 해.'
상인은 순간 화가 치밀어 바로 부엌으로 가서 칼을 가져와서는
두 남녀를 죽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 칼을
들어 올릴 때 갑자기 그 노스님한테 산 게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게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상인이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하는 소리에 부인이 놀라 깨어났습니다.
부인은 침대 앞에 선 남편을 보고 말했습니다.
"어째 이렇게 늦게서야 돌아왔어요?"
상인은 화가 나 다그쳐 물었습니다.
"침대 위에 또 누가 있지?" "아무도 없어요."
"그럼 이 신발은?" "아이참! 오늘이 연말 아니오.
당신이 보고 싶고, 화합의 좋은 징조를 나타내기 위해
할 수 없이 당신의 신발이라도 침대 앞에다 갖다놨죠!"
상인이 부인의 말을 듣고서는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정말 값어치 있군, 정말 값어치 있어!
바로 황금 백 냥, 천 냥, 만 냥 이상의 가치가 있어!"
지혜는 당신이 냉정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해주면
충동하는 것을 막아주어 착오가 생겨나지 않게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불교의 반야 지혜는 커다란 재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야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배로 사람마다 본디 갖고 있는 것입니다.
반야는 영원한 진리이고 그지없이 크고 넓은 자아이며 반야를
깨달으면 바로 무한한 재산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야는 공空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 허공 속에 삼라만상을 포함한
것으로, 공하지 않으면 있을수 없으며 공하기 때문에 비로소 있을수 있는것입니다
당신에게 반야가 있는 것은 마치 허공이 만물을 소유한 것과 같습니다.
반야는 마치 허공 만물과 같으며,
이러한 반야 재산이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반야가 우리에게 진리를 확신시켜 줄 수 있고 뜻을 알고
도리를 깨닫게 해주며, 우리로 하여금 참나를 인식하게 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반야가 있는 것이 마치 빛이 있는 것과 같아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가운데서 보는 세상의 모든 것이 모두 우리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평소처럼 달은 창밖에 있지만, 매화 한 가지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라고 시에서 노래했듯, 일단 반야가 있기만 하면 당신의
옷 입는 것, 먹는 것, 사업, 재산이 곧 다를 것입니다.
반야는 우리의 자성진여自性眞如이고 우리 자아의 본래면목입니다.
전에 유행하던 〈장미가 곳곳에 피었네〉라는
노래가 생각나는데 고쳐서 불러 보겠습니다.
꽃이 꽃이 곳곳에 피었고
사람이 사람이 곳곳에 있네
반야가 반야가 곳곳에 피었고
생명이 생명이 곳곳에 있네
부귀한 사람이 되고져 하는 이는
모두들 부처님 앞으로 모이세
보통중생 보통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