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을 왕창 얹은 보컬은 여전히 본래 음색이 약하다는 단점을 풍부함으로 가려주고. (오히려 더 의도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멜로디는 여전히 서태지의 패턴이지만 특히 Moai는 뭔가 변화가 많다 이전보다 확실히. 인터벌의 변화가 심하다. 급격하게 한옥타브를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멜로디는 서태지가 이전에는 잘 쓰지 않던 방식이다. 오히려 아마추어스럽다. 지나치게 맑은 분위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느껴질 정도. T'IKT'AK의 피아노 반주는 avoid note가 포함된 것 같은데, 실수인지 의도한건지 알 수도 없고.. 근데 실린 걸 보면 분명 의도된 것 같다. 굉장히 뭔가 어색하고 인위적이다.
프레이즈의 종지역시 서태지 스타일. 곡들의 종지에서 예전곡의 그림자를 여전히 찾을 수 있었다. Human Dream은 우리들만의 추억? 그것 말고도 이전의 밝은 노래들을 다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인 듯.. T'IKT'AK은 F.M. Business를 연상케 하고....
곡의 구성은 여전히 대중적이다. 전주 1절 사비 간주 2절 사비 브릿지 사비 후주 이런식으로 3곡다 끝나고..
서태지 본인은 Nature pound, 우리말로 번역까지 하면 자연의 울림. 뭐 이런 건데, 애초에 서태지 본인이 태초의 소리를 묘사하고 싶었다는데,
글쎄... 태초의 소리와 컴퓨터 사운드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Moai의 첫부분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human dream은 아예 자연의 울림 뭐 이런거랑은 거리가 먼 거의 게임음악수준이던데... 카트라이더 맵중에서 우주느낌나는 그런 코스를 레이싱하던 느낌... - _- 이라고 해야하나... 굉장히 우주적이고 미래적인 사운드...
뭔가 모순적이다.
의도된 것이라면 두번째 싱글에서는 정말 nature pound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싱글은 다분히 인위적이고, 지나치게 활기차고, 게임스럽고 컴퓨터스럽다. 오락실에 앉아있는 느낌도 들고.
가사를 적은 속지는 왠일인가. 의미전달이 필요하지 않았던 5집과 6집 7집은 가사가 없었다면, 8집은 가사에 의미를 담았다는 것인가.
있어보이는 가사로 전락할 우려가 상당히 있는 건 아무래도, 서태지 본인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지 본인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는데 상당한 난항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 정도로 가사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굉장히 현학적이고 고답적이라서 - _-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를 읽는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그 이미지를 잡으면, 좀 나은 듯.
서태지의 가사는 그냥 서태지 본인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이미지를 '구'나 '절'로 뱉어내는 것 같다. 따로 그걸 문장으로 정리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느끼는 이미지를 단어 자체 혹은 언어의 묶음으로 내던져서 듣는 사람이 알아서 생각해라 라는 느낌?? 그 와중에 가사는 멜로디와 적절히 섞여서 운율도 잘 받쳐주는...
노래 가사로는 손색이 없다. 의미전달이 좀 힘들뿐이지. 하지만 이게 사랑노래라면 이런 가사는 최악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서태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최적의 가사가 되고 있는 듯... 가사를 문장으로 읽지 않고 한두개의 단어를 묶음으로 생각해서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떠올리면, 서태지가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전달하려는 건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Moai는 장면을 묘사하는 식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식이다.
마케팅에 관해서 좀 이야기하자면,
미스터리 써클과 UFO -> 외계문명에 대한 서태지의 소신? 이스터섬의 문명도 외계문명 유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Take 1부터 말해왔던 서태지 고유의 생각.
싱글음반 첫번째로 공개한 날이 이스터섬의 멸망일자 및 요일이 일치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날 게릴라콘서트
뮤직비디오에 포함되는 세계 불가사의들
다분히 앨범의 주제를 말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마케팅이다. 일관성을 잃지 않고 뭔가 이야기하려는 모습은, Octavarium에서 DT가 보여줬던 여러가지 연결고리들을 보는 것과 흡사하다. 비록 DT는 마케팅과는 거리가 있는 밴드이긴 하지만, Score에서 보여주는 영상과 앨범자체 내에서 의도하는 황금률 및 곡의 시작 및 가사에 대한 지독할만큼의 일관성은 분명 Prog적이다.
이러한 일관성은 이번 서태지의 음반에서도 구석구석에서 엿보인다. 가사와 그림들, 문구들.... 그에 대한 해석은 물론 해석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링크된 리뷰로 대신하고자 한다.
프로그레시브 하려는 노력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마케팅마저도 일관성을 갖고 있는 점은 그런 것 같고...
우리나라에서 마케팅에 앨범의 주제를 결부시키는 뮤지션은 서태지가 유일하다.
외국은 글쎄. 그런 뮤지션들이 있겠지... 세상은 넓으니까...
하지만 이걸 상술이라고 하면... 글쎄. 유미주의적 관점에서 분명 이건 예술이고, 일관성있는 앨범이다. 상술이라고 비판하면 할 말이 없다.
만약 DT가 8집을 낼 때 날짜를 그 해의 235일째 날에 냈다고 하면 - _- 2:3:5:8:.... 이런 황금률에 맞춰서 뭔가 그럴듯하게 발매한 건데, 이런 것도 과연 DT팬의 입장에서 상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역시 DT다 - _- Prog Metal 그룹다워.... 이럴지도...
서태지는 단지 앨범을 파는 과정조차도 앨범의 주제와 연관시켜서 '지독한 일관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상술은 그냥 비난에 불과하다.
이번 음반은 서태지 음반중에 제일 프로그레시브한 음반이 될 것 같다. 싱글 3곡을 들어본 느낌으로는 그렇다는 것.
이전 음반들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팬들(울트라맨이야), 나 안죽었다(Take series), 팬과 나의 관계(Live Wire)
그리고 더 이전의 음악들은 그냥 충격(1집 난알아요), 헤비메탈과의 결합시도로 또 충격(2집 하여가), Rock으로 돌아가고파요(3집), 휴식하기전에 잠깐(4집) .... 그리고 중간중간 사회비판적인 노래들을 꼭 섞은 3집부터의 여러곡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Rock musician으로서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을 온전하게 드러낸 첫번째 음반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택한 출발점이 Moai와 이스터섬이고...
Progressive라면, 변박과 virtuoso적인 사운드를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언급하실 분들이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Metal음악도 아닌, Rock도 아닌, 일렉도 아닌, 그렇다고 3분야가 전혀 빠지지 않고 비빔밥처럼 잘 뒤섞인 사운드와,
화음이 엄청나게 얹어진 이런 멜로디라인이야 말로 한국 대중음악이 가진 가장 강한 강점인 멜로디와 뒤섞임을 서태지가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하지 않은 멜로디로 3겹 4겹 이렇게 곡 전반에 걸쳐 이렇게 쌓는 것은 분명 엄청난 노력을 요한다. 단순히 3도를 얹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이건 서태지 본인이 미성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하고 더 거부감이 없는 방식이다. 생각해보자. 제임스 헷필드가 3명이 한꺼번에 노래한다... - _- 혹은 롭 헬포드옹 3명이 동시에 다른 멜로디로 노래한다 - _- 그럼 귀가 미쳐버릴 것이다. - _-. DT는 군데군데 코러스를 시도하지만, 그것도 라브리에의 목소리가 Main이고 포트노이와 페트루치는 Sub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서태지의 보컬은 어느 것이 Sub이고 Main인지 분간이 안간다. 이런 화음식 창법은 그나마 외국밴드에서는 Queen에 가서야 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퀸과 서태지가 동일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서태지를 말할때 이젠 화음식 창법을 빼놓고 말할 순 없다. 이건 미성인 서태지가 가진 강점중의 강점이다. 곡의 구성은 정말 대중가요의 그것을 충실히 따라서 짜증날 정도로 상업적인 듯 하지만, 서태지는 음악공부를 정식으로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걸지도.
서태지는 다섯명이 아닌 한명이다. - _- 한명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이렇게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게다가 이 작자는 마케팅마저 앨범의 주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 일관성에 Progressive Metal의 팬으로서, 마땅히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분명 이번 음반은 Message를 전달하고자 하는 Rock의 본래 의미에 충실한 음반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서태지가 드디어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음반을 통해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제 이 뮤지션이 보여주는 Rock은 막 시작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돌아온 것 아닐까. 진정한 1집이 바로 지금같아야 했었는데.
그동안 너무 쓸 데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구 서태지씨.
덧말 : Human Dream을 들을때마다 HIDE의 Rocket Dive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HIDE는 연주에 관해선 그저 그런기타리스트였지만, 독특한 톤메이킹으로 인정받았다. Rocket Dive에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HIDE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그리고 서태지 역시 HIDE의 Rocket Dive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곡을 통해 미래적인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오락실사운드라고 비웃을 수도 있는데,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우기 전에, 누가 그렇게 세울 생각이나 했었는지 묻고 싶다. 닌텐도에나 나올법한 소리로 곡의 주된 프레이즈를 만들다니. creative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서태지. 분명, 외국에 우리가 내세울만큼 꽤 실력있는 뮤지션이니, 상업적이라고 까기보다는 오히려 자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혹자는 거품이 끼었다고 하는데... 거품 이렇게 수십년동안 낀 뮤지션 본 적 있으면 언급이나 해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텔미같은게 거품아닐런지.
지루하다고도 하는데, 글쎄. 자기 색깔 계속 유지하는 외국뮤지션은 너무 많고도 많다...
덧말 2 : 이번에 만약 팬에 관한 노래가 또 들어간다면 - _- 이 리뷰는 폐기처분되어야 할 지도. - _- 물론 Bonus track 따위로 들어가는 건 예외로 하자.
(본문과는 상관없이...)서태지, 그는 Rock이라는 범주 아래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접점을 최대화하여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과 철학을 가장 잘 관철시킬줄을 아는 획기적인 뮤지션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시절부터 줄곧 자신의 음악적 발전방향과 정체성을 그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현재까지 왔고 바로 이런부분을 저는 서태지가 적절히 프로그레시브하다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진정한 롹 매니아라고 자청하시는분들께선 가끔 서태지는 진정한 롹이 아니야~! 하는분들있는데, 이 말을 들으면 서태지가 뭐라고 할까요? 서태지와 문희준을 동일시하는 크나큰 오류를 범하면 아니될것으로 봅니다
첫댓글 우왕... 좋게 들으셨나 봐요.
리뷰는 보통 팬이 쓰잖아요...ㅋㅋㅋ
(본문과는 상관없이...)서태지, 그는 Rock이라는 범주 아래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접점을 최대화하여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과 철학을 가장 잘 관철시킬줄을 아는 획기적인 뮤지션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시절부터 줄곧 자신의 음악적 발전방향과 정체성을 그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현재까지 왔고 바로 이런부분을 저는 서태지가 적절히 프로그레시브하다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진정한 롹 매니아라고 자청하시는분들께선 가끔 서태지는 진정한 롹이 아니야~! 하는분들있는데, 이 말을 들으면 서태지가 뭐라고 할까요? 서태지와 문희준을 동일시하는 크나큰 오류를 범하면 아니될것으로 봅니다
오락실에서나 나올법한 사운드는 '나노뮤직'이라는 장르로 이미 존재하죠... 국내에서는 공일오비가 몇년전에 내놓은 7집앨범에 수록된 '처음만 힘들지'라는 곡에서 이런 종류의 음악을 들을수 있습니다..;;;
뭐 또 오락실 사운드음악은 YMCK 가 대표적이지 않나요 ㅎㅎ 근데 누가 무엇을 먼저하고는 중요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냥 서태지 계속해서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일을 수월하게 할수 있는 위치에 서있을때 이것저것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ㅎㅎ